서울 아파트, ‘영끌’ 때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84주째 멈추지 않는 이유
2026-09-24

서울 아파트값이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올해 9월 둘째 주까지 84주 연속 올랐다. 역대 최장 기록인 85주(2020년 6월 둘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에 한 주만 남았다.

더 놀라운 건 오른 폭이다. 83주째였던 9월 첫째 주까지 누적 상승률은 17%로, ‘영끌’ 열풍이 불던 2020~2022년 85주 동안의 7.7%보다 두 배 넘게 높다. 10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1억7,0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금리가 오르는 중이다. 무엇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을까.


  1. 금리를 올려도 멈추지 않은 이유: 들어오는 돈이 다르다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올렸다. 두 달 연속 인상으로, 금리를 연달아 올린 건 2022년 4월~2023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보통은 대출 이자가 오르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고, 집값도 한풀 꺾인다.

이번 상승장은 달랐다. 과거 상승장이 낮은 금리에 기댔다면, 이번에는 고금리 속에서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과 주식 시장에서 번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금리 인상의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전혀 안 먹힌 건 아니다.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8월 다섯째 주 0.22%에서 9월 둘째 주 0.16%로 3주 연속 오름폭이 줄었다. 속도는 늦췄지만, 방향을 돌리지는 못한 것이다.


  1. 서울에 새로 들어설 집이 줄었다

돈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8월 5,512가구에서 9월 3,438가구로 한 달 새 38% 줄어든다. 전국으로 봐도 9월 입주 물량은 1만4,174가구로 올해 가장 적고, 2021년 4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최저다. 앞으로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와 인천은 내년 입주 물량이 다소 늘지만, 서울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 전망이다.

이미 있는 집도 시장에 덜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집을 사면 2년 동안 직접 살아야 해서, 평소 거래될 만한 매물이 확연히 줄었다는 지적이다. 공급 부족이 풀리지 않은 채 수요 규제가 매물까지 줄이는 부작용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연구소 대표는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많으니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1. 전세가 먼저 밀어 올린다

새 아파트가 적으면 가장 먼저 귀해지는 건 전세다. 새 아파트는 입주 때 집주인들이 전세로 내놓는 물량이 많은데, 입주가 줄면 그만큼 전세 매물도 준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9월 둘째 주에도 0.17% 올라, 경기(0.15%)보다 가파르다. 집이 모자란 곳일수록 전셋값이 먼저 뛴다.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는 집을 사는 쪽으로 돌아선다. 전셋값은 오르는데 매물마저 없으니, 차라리 대출을 보태 집을 사자는 것이다. 이 수요는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 원까지 받을 수 있는 15억 원 이하 아파트로 몰렸고,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


  1. 오르는 동네가 바뀌었다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는 강남3구와 마포·성동 같은 한강벨트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 기간 송파구는 20.57%, 성동구는 19% 올랐다.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1월부터 9월 초까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북구(13.52%), 구로구(11.06%), 강서구(11.01%)였다. 대출이 넉넉히 나오는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아, 세입자가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기 쉬운 동네들이다. 반면 강남구는 같은 기간 0.94% 오르는 데 그쳐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최근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난달 고가 주택과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세금을 올리는 세제 개편안이 나온 뒤 강남·서초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9월 둘째 주 강남구는 -0.36%, 서초구는 -0.26%였지만 중랑구는 0.51%, 도봉구는 0.47% 올랐다. 비싼 곳에서 시작한 불이 아직 덜 오른 동네로 옮겨 붙은 모양새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이번 상승의 사슬은 이렇다. 새 아파트가 줄면 전세 매물이 먼저 마르고,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가 매수로 돌아서고, 그 수요는 대출이 나오는 15억 원 이하 중저가 동네로 번진다. 반도체 성과급과 주식 차익이 매수 자금을 보탠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금리를 올려도 쉽게 멈추지 않는다. 금리는 돈을 빌리는 사람을 줄일 수는 있어도, 모자란 집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전문가가 내년에도 서울 집값이 크게 안정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도 결국 입주 물량이다. 이번 상승을 멈출 스위치는 금리보다 입주 물량이다.

그래서 순서도 거꾸로 읽어야 한다. 집값이 먼저 꺾이는 게 아니라, 새 아파트가 늘어 전세 매물이 쌓이는 게 먼저다. 전셋값이 숨을 고르면 세입자가 매수로 돌아설 이유가 줄고, 그다음에야 매매값이 멈춘다. 지금 서울 집값의 방향을 쥐고 있는 건 은행 금리표가 아니라 입주 달력이다.


출처
https://www.ytn.co.kr/_ln/0102_202609132333351284
https://nocutnews.co.kr/news/6579769
https://m.news.nate.com/view/20260913n18417
https://www.ajunews.com/view/20260828170536430
https://kbthink.com/investment/deepdive/tip/260828.html
https://www.thepublic.kr/news/articleView.html?idxno=318784
https://www.etoday.co.kr/news/view/2624582


용어 풀이
영끌 — ‘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의 줄임말. 대출을 최대한 받아 집을 사던 2020~2021년 흐름을 가리킨다.
입주 물량 — 그달에 공사를 마치고 사람이 들어가 살기 시작하는 새 아파트 가구 수. 새로 풀리는 집의 양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 집을 사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역. 사면 일정 기간 직접 살아야 해서 투자 목적 거래가 막힌다.
기준금리 — 한국은행이 정하는 금리. 오르면 은행 대출 이자도 따라 오른다.
한강벨트 — 마포·성동·광진처럼 한강을 끼고 있는 인기 주거 지역을 묶어 부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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