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를 지키는 전세 갱신권, 왜 새 전셋값을 끌어올리나
2026-09-23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전용 84㎡ 전세가 9월 17일 16억5,000만원에 새로 계약됐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에서 9월 5일 맺어진 갱신계약은 8억4,000만원이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 새로 들어간 사람이 두 배 가까이 낸 셈이다.

이 단지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의 절반이 넘는 51.1%가 이사 없이 살던 집에서 다시 맺은 갱신계약이었다.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남느냐 떠나느냐에 따라 보증금이 수천만원씩 갈릴 수 있다.

흔히 “서울 전셋값이 올랐다”고 한마디로 말한다. 하지만 지금 크게 오른 건 새로 들어가는 사람의 값이다. 그 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절반이 넘는 세입자가 이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 같은 평형에 값이 두 개 붙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극단적인 사례다. 서울 전체로 넓혀도 방향은 같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같은 단지·같은 면적에서 새 계약과 갱신이 모두 나온 경우만 골라 가운데 값(중앙값)을 비교했다.

서울 전용 84㎡의 새 계약 보증금은 올해 1월 6억5,625만원에서 6월 7억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갱신 보증금은 6억1,250만원에서 6억2,000만원으로 거의 제자리였다. 두 값의 차이는 1월 4,375만원에서 6월 8,000만원으로 벌어졌다.

헬스장이 가격을 올리면 기존 회원은 옛 가격으로 연장하고, 새 회원만 새 가격을 낸다. 지금 서울 전세가 그렇다. 기존 세입자의 값과 새 세입자의 값이 따로 움직인다.


  1. 갱신하는 사람은 왜 덜 내나

갱신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계약갱신청구권(세입자가 한 차례만 계약을 2년 더 연장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을 쓰는 것이다. 이 권리를 쓰면 보증금 인상은 5% 이내로 묶이고,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없으면 거절하기 어렵다.

둘째는 권리를 쓰지 않고 집주인과 조건을 맞춰 다시 계약하는 합의갱신이다. 이 경우에도 협상은 지금 살고 있는 계약의 보증금에서 출발한다.

결국 차이는 출발점이다. 갱신은 2년 전 보증금에서 출발하고, 새 계약은 오늘의 시세에서 출발한다. 헬스장 기존 회원의 연장가가 옛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과 같다. 전셋값이 빨리 오를수록 두 출발점의 거리는 멀어진다.


  1. 그래서 절반이 넘는 세입자가 눌러앉았다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80,480건 가운데 41,145건, 51.1%가 갱신계약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1.1%에서 10%포인트 올랐다. 서울시 집계로 8월 한 달만 보면 58.9%다.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최종치는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값 때문이다. 나가면 새 계약 값을 내야 하니, 보증금을 조금 올려 주더라도 남는 편이 싸다. 이사할 집을 찾는 수고도 없다.

눈에 띄는 건 갱신권을 쓴 계약이 전체의 27.1%에 그쳤다는 점이다. 나머지 24.0%포인트는 권리를 쓰지 않고 합의로 다시 계약했다. 갱신권은 한 번뿐이라, 다음 계약 때 쓰려고 아껴 두는 세입자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 머무는 사람이 늘수록 새 전셋값은 더 오른다

세입자가 머물면 그 집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집계로 9월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9,904건으로, 1년 전 22,966건보다 13.3% 적다.

전셋집이 모자란 이유는 갱신만이 아니다. 세제 개편안 발표와 금리 인상으로 집을 사고파는 사람이 모두 관망하면서, 집을 사려던 사람이 전세 수요로 남았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9월 15일 집계 기준 3,143건으로 7월보다 46.2% 줄었다. 세제 개편 이후 세를 주던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면서 전셋집이 더 줄었다는 게 KB부동산의 진단이다.

찾는 사람은 늘고 나오는 집은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지수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9월 둘째 주까지 7.79% 올라 2015년(10.79%)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이 오름폭을 가장 직접 떠안는 건 새로 계약하는 사람이다. 새 값이 비쌀수록 더 많은 세입자가 남고, 남는 만큼 매물이 줄어 새 값이 다시 오르는 고리가 생긴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갱신으로 아낀 보증금은 할인이 아니라 다음 이사 때 치를 비용이다. 갱신권은 한 차례뿐이어서, 이번에 권리를 쓴 세입자는 다음 만기에 5% 상한 없이 그동안 오른 시세를 한꺼번에 마주한다.

게다가 그 시세를 끌어올리는 힘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갱신이다. 머무는 세입자가 늘수록 새로 나오는 전셋집이 줄고, 줄어든 매물이 새 계약 값을 밀어 올린다. 지금 아낀 돈이 다음 계약의 청구서를 키우는 셈이다.

갱신과 새 계약을 섞어 낸 실거래 평균 전셋값은 실제로 이사하는 사람이 내는 값보다 낮게 나온다. 절반이 넘는 계약이 옛 값에서 출발해서다. 세입자를 지키려고 만든 권리가, 모두가 쓰는 순간 이사하는 세입자의 부담을 키운다.


출처
https://www.news1.kr/realestate/general/6296583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98767
https://m.inews24.com/v/2008262
https://www.ajunews.com/view/20260922144629268
https://www.g-enews.com/article/Real-Estate/2026/09/202609201222067964153ddfb15a_1
https://www.g-enews.com/article/Real-Estate/2026/09/202609181136183783a9fc143920_1
https://kbthink.com/realestate/insights/research/260916-1.html
https://kbthink.com/realestate/insights/research/260916-4.html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629&ccfNo=4&cciNo=4&cnpClsNo=1

용어 풀이
갱신계약 — 이사하지 않고 살던 집에서 집주인과 다시 맺는 전세 계약이다.
계약갱신청구권 — 세입자가 한 번만 2년 더 살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쓰면 보증금 인상이 5% 이내로 묶인다.
합의갱신 —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집주인과 조건을 맞춰 다시 계약하는 것으로, 아직 쓰지 않은 권리는 다음을 위해 남는다.
신규 계약 — 새 세입자가 들어오며 맺는 계약으로, 보증금이 그때의 시세에서 정해진다.
중앙값 — 값을 크기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값으로, 극단적인 거래 몇 건에 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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