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오후 2시 55분, 국내 코인거래소 고팍스(원화로 코인을 사고파는 국내 거래소, 운영사는 스트리미)가 입금과 일반 출금을 멈췄다. 오후 3시 53분에는 거래까지 멈추고 걸려 있던 주문을 모두 취소했다. 계기는 해킹하겠다는 협박 이메일이었다. 회사는 실제 해킹이나 탈취 시도는 없었고 자산 손실도 보고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 사람들은 먼저 ‘털렸구나’ 아니면 ‘회사가 위험하구나’를 떠올린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고팍스가 고객 코인을 어디에, 얼마나 두고 있었느냐다. 회사나 보도가 직접 밝힌 이유는 아니고, 공개된 보관 비율로 본 해석이다.
- 고팍스는 멈춘 동안 무엇을 하고 있나
고팍스는 공지에서 모든 가상자산을 콜드월렛(인터넷과 물리적으로 끊어 둔 지갑)으로 옮긴다고 했다. 거래소 지갑은 두 종류다. 인터넷에 연결돼 출금을 바로 처리하는 핫월렛, 그리고 해킹에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바로 꺼내 쓸 수 없는 콜드월렛이다.
그래서 출금 방식이 바뀌었다. 홈페이지·앱에서 바로 출금하는 길은 막혔고, 고객센터에 따로 신청하면 내부 확인과 승인을 거쳐 한 건씩 손으로 처리한다. 고팍스도 평소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거래·출금을 언제 다시 여는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은행 창구와 금고처럼 생각하면 된다. 강도 협박을 받은 은행이 창구 현금을 금고로 옮기는 동안 창구 업무를 멈추는 것과 같다. 다만 거래소 지갑 속 코인은 은행 돈이 아니라 고객 재산이다.
- 법정 최소선 80%를 0.54%포인트 넘었을 뿐이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코인 이용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법)은 거래소가 고객 코인의 경제적 가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두도록 한다. 금융감독원 자료로 9월 말 고팍스의 콜드월렛 비율은 80.54%였다. 같은 시점 업비트는 99.17%, 빗썸은 94.76%, 코인원은 85%였다.
쉽게 말해 고팍스는 법이 허락하는 만큼 거의 꽉 채워 고객 코인을 인터넷 쪽에 두고 있었다. 9월 말 기준 인터넷 쪽 몫은 고팍스가 약 19.46%, 업비트가 약 0.83%다.
고객 코인 1,000만 원어치에 빗대면 고팍스는 약 195만 원어치, 업비트는 약 8만 원어치가 인터넷에 연결된 지갑에 있는 셈이다. 거래소 전체 비율을 옮긴 가정 계산이고, 고객 한 사람의 코인이 실제로 어디 있는지와는 다르다.
- 왜 협박 한 통에 문을 닫아야 했나
해커가 노리는 곳은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이다. 협박이 오면 거래소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어는 핫월렛을 비우는 것이다 → 비우는 동안 출금을 자동으로 내줄 수 없다 → 고객은 코인을 꺼내지 못한다. 고팍스는 옮기는 동안 거래까지 멈췄다.
옮길 몫이 클수록 이 시간이 길어진다. 9월 말 비율로 보면 고팍스가 인터넷 쪽에 둔 몫은 업비트의 약 23배다. 같은 협박을 받아도 금고 밖에 남은 짐의 크기가 다르다.
시기도 예민했다. 10월 29일 바이낸스(세계 최대 코인거래소)에서 약 63억 달러어치 코인이 해킹으로 빠져나갔고, 금융위원회는 11월 2일 주요 거래소와 긴급회의를 열어 고객 자산을 더 많이 오프라인에 두라고 권고했다. 고팍스는 10월에도 고객 7명과 직원 2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알린 바 있다. 이번 협박 메일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실제로 털린 거래소와는 무엇이 달랐나
비슷한 일이 한 달도 안 돼 있었다. 국내 거래소 프라방은 10월 24일 핫월렛에서 비정상 출금을 발견하고 서비스를 멈췄다. 손실은 약 1억 원이었고 회사 돈으로 고객에게 보상하겠다고 했다.
고팍스는 다르다. 현재까지 보고된 손실은 없다. 대신 고객이 치른 값은 시간이다. 거래도 못 하고 출금도 고객센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코인값이 움직이는 날이라면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뜻이다.
- 당국은 왜 기준을 99%까지 올리려 하나
당국은 콜드월렛 최소 기준을 99%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최종 결정이나 새 의무 기준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고객 코인의 99% 이상을 콜드월렛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이 99%가 되면 거래소가 인터넷 쪽에 둘 수 있는 몫은 1% 이하로 줄어든다. 협박이 와도 옮길 짐이 작으니 지금 고팍스처럼 오래 문을 닫을 이유도 줄어든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이번 사건에서 고객 코인을 묶은 것은 해커가 아니라 금고 밖에 남겨 둔 약 20%였다. 법정 최소선에 붙어 있는 거래소는 실제 해킹이 없어도 위협만으로 남은 몫을 옮겨야 하고, 그동안 고객은 거래도 출금도 못 한다.
거꾸로 콜드월렛 비율이 99%에 가까운 거래소는 같은 협박 앞에서 옮길 것이 거의 없다. 해킹 이력이 깨끗한지는 지난 일이고, 콜드월렛 비율은 다음 위협이 왔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를 보여 준다.
거래소를 고를 때 ‘털린 적이 있나’보다 ‘고객 코인을 금고에 얼마나 넣어 두나’가, 위협이 왔을 때 내 코인을 바로 꺼낼 수 있느냐를 가른다.
출처
https://en.sedaily.com/finance/2026/11/06/gopax-halts-withdrawals-after-hacking-threat
https://cointelegraph.com/news/gopax-halts-crypto-trading-withdrawals-cold-storage
https://crypto.news/gopax-halts-trading-withdrawals-hacking-threat/
용어 풀이
콜드월렛 — 인터넷과 물리적으로 끊어 둔 코인 지갑으로, 해킹에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바로 꺼내 쓰기 어렵다.
핫월렛 — 인터넷에 연결돼 출금을 바로 처리하는 지갑으로, 편하지만 해킹의 표적이 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 거래소가 고객 코인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두도록 정한 코인 이용자 보호법이다.
미체결 주문 — 사거나 팔겠다고 걸어 뒀지만 아직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주문이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