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미국 갤럭시 사용자의 삼성월렛에 ‘스테이블코인 계좌’가 열렸다. 스테이블코인은 값이 달러 같은 돈에 1대 1로 묶이도록 만든 코인이고, 이 계좌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사고, 보관하고, 보낼 수 있다. 삼성 발표로는 이 계좌와 호환되는 미국 갤럭시 기기가 약 8,200만 대다.
흔한 해석은 “삼성은 한국 회사니 한국에도 곧 들어오겠지”다. 하지만 이 계좌는 미국 사용자에게만 열렸고, 한국 갤럭시 사용자는 쓸 수 없다.
핵심은 기술보다 규칙으로 보인다. 미국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칙을 정한 연방 법과 면허를 가진 수탁 회사가 있고, 한국은 그 법안이 11월 2일 기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 삼성월렛에 생긴 USDC 계좌는 무엇인가
USDC는 서클 계열사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1개를 1달러로 바꿔 주기로 약속돼 있다. 서클은 USDC가 현금과 현금에 가까운 자산으로 100% 뒷받침된다고 밝힌다.
백화점 상품권처럼 생각하면 된다. 정해진 값만큼 돈처럼 쓰인다는 점은 같다. 다만 상품권은 그 가게 안에서만 돌지만, USDC는 솔라나(USDC가 오가는 블록체인 가운데 하나) 위에서 다른 지갑으로 바로 옮겨 다닌다.
삼성월렛 사용자는 USDC를 다른 삼성월렛이나 외부 코인 지갑으로 보낼 때 삼성에 송금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60개국 넘는 나라의 은행 계좌로도 보낼 수 있고, 이때 수수료는 받는 곳마다 다르다. 이용 조건은 18세 이상, 안드로이드 13 이상 기기이고 뉴욕주 주민은 빠졌다.
- 삼성은 왜 코인을 직접 맡지 않나
수탁은 고객의 돈이나 코인을 대신 맡아 보관하는 일이다. 계좌는 바스티온(면허를 가진 스테이블코인 수탁·인프라 회사)이 운영한다. 실제 USDC는 코인베이스가 ‘코인베이스 프라임 볼트’라는 보관 서비스로 맡아 둔다. 수탁사가 다시 다른 회사에 보관을 맡기는 이 방식을 하위 수탁이라 한다.
사용자는 삼성월렛 화면에서 USDC를 사고 보내지만, 계좌 처리는 바스티온이 맡고 USDC는 코인베이스 금고에 보관되는 구조로 보인다. 삼성은 사용자가 보는 화면, 곧 창구를 맡는다.
쇼핑몰 안에 들어선 은행 지점을 떠올리면 쉽다. 간판은 쇼핑몰에 걸려 있어도 돈은 은행이 맡는다. 그래서 사용자는 코인 앱을 따로 깔거나 개인 키(코인 지갑의 비밀번호 격인 열쇠)를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 미국에서는 어떻게 이런 창구가 가능했나
미국은 2025년 7월 18일 지니어스법(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연방 법)에 대통령이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 법이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첫 연방 규제 체계를 만든다고 밝혔다.
법은 발행사가 달러나 단기 국채 같은 자산으로 100% 준비금을 쌓고, 준비금 구성을 매달 공개하게 했다. 발행사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코인을 가진 사람의 청구를 다른 채권자보다 앞에 두도록 했다.
쉽게 말해 누가 만들고, 무엇으로 뒷받침하고, 탈이 나면 누구 돈부터 돌려주는지가 정해졌다. 이런 규칙이 생기면서 삼성도 면허를 가진 회사에 보관을 맡기고 그 회사와 손잡는 방식을 택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 한국에는 무엇이 없나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은 정부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다루는 법)이다. 11월 2일 민주당 정치분과 소속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11월에 정부안을 주겠다고 한다”며 “12월까지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1월 2일 기준으로 정부안이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수 있게 할지도 11월 2일 기준 여전히 논쟁 중이었다. 이 의원은 논의가 늦어진 이유로 전통 금융권의 반발을 꼽은 것으로 보도됐다.
택시 면허 제도가 없는 곳을 떠올리면 된다. 차가 있어도 택시 회사를 차릴 수 없다. 삼성월렛이라는 차는 한국에도 있지만, 코인을 맡을 회사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정한 면허 제도는 아직 없다고 봐야 한다.
- 한국 출시는 무엇으로 가늠하나
삼성은 다음 단계로 온라인·매장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다른 시장 확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지 규제에 따라”라는 조건을 달았다. 삼성 스스로도 나라별 규칙을 확장의 조건으로 둔 셈이다.
미국에서는 지니어스법 서명(2025년 7월)과 삼성월렛 계좌 개시(2026년 11월) 사이에 약 16개월이 있었다. 두 일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은 법안 논쟁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하느냐에 쏠려 있다는 점이 다르다.
솔라나 재단의 릴리 리우 대표는 “10년 동안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이 작동한다는 걸 증명했다”며 “부족했던 건 대중에게 닿는 길”이라고 말했다. 삼성월렛은 그 길을 미국에서 먼저 열었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한국 갤럭시에서 USDC 계좌를 못 쓰는 건 기술 문제라기보다 규칙 문제로 보인다. 미국에는 스테이블코인 연방 법과 면허를 가진 수탁사가 있어 삼성이 보관을 맡기고 화면만 여는 방식이 가능했을 가능성이 크고, 한국에는 맡을 회사의 자격을 정한 법이 아직 없다.
그래서 이 서비스의 한국 출시는 삼성의 결정만큼이나 국회의 법 통과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법이 생기면 발행사와 수탁사가 자격을 갖추고, 삼성 같은 앱은 그다음에 창구를 열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언제 될지는 삼성의 발표보다,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보관할지 정한 법이 국회를 통과했느냐로 가늠하면 된다.
출처
https://www.theblock.co/news/business/2026-11-05-samsung-wallet-launches-usdc-accounts-solana-us-galaxy-users-434523
https://www.whitehouse.gov/fact-sheets/2025/07/fact-sheet-president-donald-j-trump-signs-genius-act-into-law/
https://www.circle.com/usdc
https://en.bloomingbit.io/feed/news/123421
용어 풀이
스테이블코인 — 값이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1대 1로 묶이도록 만든 코인이다.
수탁 — 고객의 돈이나 코인을 대신 맡아 보관하는 일이다.
하위 수탁 — 수탁 회사가 맡은 자산을 다시 다른 회사에 맡겨 보관하는 방식이다.
개인 키 — 코인 지갑을 여는 비밀번호 격의 열쇠로, 잃어버리면 코인을 꺼낼 수 없다.
지니어스법 — 2025년 7월 서명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으로, 준비금과 공시 규칙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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