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인 법안은 상원에서 막혔는데, SEC는 어떻게 주식 토큰화를 열었나
2026-09-22

미국 상원이 9월 15일 코인 규칙을 처음으로 법에 담으려던 클래리티법을 49대 50으로 막았다. 표결 뒤 전체 코인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 가까이 빠졌다. 그런데 이틀 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주식시장을 감독하는 정부 기관)는 주식을 블록체인 토큰으로 거래하는 장터를 5년간 허용했다.

상원은 닫고 SEC는 열었으니, 미국이 이틀 만에 마음을 바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사건은 서로 다른 문이다. 하나는 새 법이 있어야 열리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있는 법으로 열 수 있는 문이었다. 이 차이를 알면 앞으로 어떤 크립토 사업이 먼저 풀릴지가 보인다.


  1. 상원이 막은 건 코인의 ‘관리자’를 정하는 법이었다

클래리티법은 비트코인 같은 코인을 SEC와 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선물·원자재 시장 감독 기관) 중 누가 감독할지 나누고, 코인 회사의 등록 요건을 정하는 법안이다. 코인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지금의 금융법이 분명히 답하지 않아, 관리자를 법으로 못 박으려는 것이다. 하원은 2025년 7월 17일 이 법을 294대 134로 통과시켰다.

상원에서는 본 토론을 시작하는 절차 투표부터 60표가 필요하다. 결과는 찬성 49표, 반대 50표였다. 민주당 전원과 공화당 의원 네 명이 반대했다. 이 중 틸리스 의원은 법안을 다시 표결에 올릴 수 있도록 절차상 반대표를 던졌다.

막힌 이유는 코인 규칙 자체가 아니라 윤리 조항이었다. 대통령 등 공직자가 재임 중 코인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을 막는 조항인데, 민주당은 너무 느슨하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지난해 코인 사업으로 14억 달러를 벌었다고 공개한 뒤 이 다툼이 커졌다.


  1. 주식 토큰화는 같은 주식을 새 포장에 담는 일이다

주식 토큰화는 애플이나 엔비디아 주식 한 주를 블록체인 위의 디지털 증서, 즉 토큰에 담는 것이다. 내용물은 그대로 주식이고 포장만 바뀐다. 포장이 블록체인이라 거래 시간이나 결제 방식을 바꿀 여지가 생긴다.

SEC가 허용한 것도 이 ‘포장만 바뀐 주식’이다. 토큰을 가진 사람은 배당과 의결권 등 일반 주주와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 주식 가격만 따라가고 권리는 없는 합성 상품은 이번 허용에서 빠졌다.


  1. 포장만 바뀐 주식이라 SEC는 법 없이 열 수 있었다

미국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장터는 원래 증권거래소로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증권거래법 36조는 SEC에 예외를 줄 권한을 준다. 공익에 맞고 투자자 보호와 어긋나지 않으면, 규정 적용을 조건부로 면제할 수 있다.

SEC는 9월 17일 이 권한으로 명령을 냈다. 토큰 주식을 거래하는 새 장터(토큰화 증권 거래장)를 거래소 정의에서 빼 주고, 그 장터에 매매 물량을 대는 쪽도 딜러 등록에서 면제했다. 내용물이 주식이니 관리자는 처음부터 SEC였고, SEC는 기존 법 조항의 적용에 예외만 두면 됐다.

코인은 달랐다. 증권인지 상품인지부터 불분명해 관리자를 법으로 정하려 했고, 그 법이 막혔다. 같은 주에 한쪽은 닫히고 한쪽은 열린 이유가 이것이다.


  1. 대신 문은 좁고, 기한은 5년이다

예외는 투자자 보호와 어긋나지 않아야 하므로 조건이 붙었다. 장터는 미국 법인이 운영하고, 신원이 확인된 허가 참가자만 쓸 수 있다. 가격은 호가창이 아니라 자동시장조성(프로그램이 정해진 공식으로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정한다.

회사가 아닌 제3자가 만든 토큰 주식을 거래하려면 장터가 그 회사에 알리고 30일을 기다려야 하며, 회사가 반대하면 거래할 수 없다. 거래 종목 수와 거래량에도 상한이 걸렸다. 면제는 5년 뒤인 2031년 9월에 끝날 예정이다.

SEC는 이 명령을 정식 규칙을 만들기 전까지의 임시 조치라고 불렀다. 먼저 좁게 열어 보고, 결과를 본 뒤 넓힐지를 정하겠다는 순서다.


  1. 법과 면제는 무엇이 다른가

법은 한 번 통과되면 바꾸는 데도 의회가 필요하다. 면제 명령은 SEC가 스스로 낸 것이라 SEC가 조건을 고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명령은 면제 내용을 어떻게 바꿀지 의견을 받는 절차를 함께 열었다.

법이 없으면 규제는 누가 백악관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바이든 정부의 SEC는 크립토를 강하게 단속했고, 트럼프 정부의 SEC는 방향을 바꿨다. CFTC 의장도 9월 16일 기존 법의 권한으로 규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클래리티법은 틸리스 의원이 재심의 동의를 걸어 두어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원은 10월 초 휴회에 들어갈 예정이라, 법안 처리는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미국 크립토 규제 뉴스는 ‘법이 통과됐나’보다 ‘이미 있는 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인가’로 읽어야 한다. 주식처럼 원래 있던 자산을 블록체인 포장에 담는 사업은 의회가 막혀도 SEC 재량으로 먼저 열린다. 코인이 증권인지 상품인지처럼 관할을 못 박는 일은 의회 일정에 묶인다.

그래서 9월 15일의 코인 하락과 9월 17일의 토큰화 허용은 모순이 아니다. 코인 가격에는 법이 주는 확실성이 빠졌고, 토큰화 사업에는 기존 법 안의 통로가 생겼다.

다만 이 통로는 법이 아니라 SEC의 결정 위에 서 있다. 5년짜리 면제도 법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SEC가 조건을 고칠 수 있는 결정이다. 크립토 규제는 당분간 의회가 아니라 규제기관의 선택으로 조금씩 열린다.


출처
https://www.sec.gov/newsroom/press-releases/2026-90-sec-issues-innovation-exemption-facilitate-trading-tokenized-nms-stock-request-comment
https://www.sullcrom.com/insights/memo/2026/September/SEC-Issues-Innovation-Exemption-for-Tokenized-Securities
https://www.coindesk.com/policy/2026/09/15/crypto-clarity-act-flames-out-in-failed-u-s-senate-vote
https://www.coindesk.com/business/2026/09/17/sec-opens-door-to-tokenized-u-s-stock-trading-here-s-who-could-benefit
https://www.cnbc.com/2026/09/15/senate-cloture-vote-on-clarity-act-fails-dealing-regulatory-setback-to-crypto-industry.html
https://www.cnbc.com/2026/09/22/clarity-act-crypto-rules-regulators.html
https://www.npr.org/2026/09/15/nx-s1-5968711/clarity-act-crypto-senate-vote
https://dondavis.house.gov/media/press-releases/us-house-representatives-pass-clarity-act-bipartisan-support
https://ambcrypto.com/clarity-act-setback-shakes-crypto-but-2-9b-tokenized-stock-market-thrives/

용어 풀이
클래리티법 — 코인을 SEC와 CFTC 중 누가 감독할지 나누고 코인 회사의 등록 규칙을 정하려던 미국 법안이다.
절차 투표 — 상원에서 법안 토론을 시작할지 정하는 투표로, 60표가 있어야 반대편의 지연 작전을 끊고 넘어갈 수 있다.
주식 토큰화 — 주식 한 주를 블록체인 위의 디지털 증서에 담는 것으로, 내용물은 같은 주식이고 포장만 바뀐다.
면제 명령 — 법은 그대로 두고 규제기관이 특정 조건을 지키는 경우에 한해 규정 적용을 빼 주는 결정이다.
자동시장조성 — 사람이 호가를 내는 대신 프로그램이 정해진 공식으로 가격을 매겨 거래를 맞춰 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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