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이 연 비트코인 담보 대출, 매물을 줄일까 늘릴까
2026-09-22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달러를 빌리는 창구가 열렸다. USDC(1개를 언제든 1달러로 바꿔 주는 코인)를 발행하는 미국 회사 서클이 9월 21일 기관 고객에게 비트코인 담보 대출을 시작했다.

이 소식은 흔히 ‘비트코인을 안 팔아도 되니 시장에 매물이 줄어든다’로 읽힌다. 반만 맞다. 담보로 잡힌 비트코인은 가격이 정해진 선 아래로 떨어지면 주인 뜻과 상관없이 팔린다. 담보 대출은 매도를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언제 팔릴지를 가격에 맡겨 두는 장치다.


  1. 서클은 정확히 무엇을 열었나

구조는 전당포와 같다. 기관이 비트코인을 서클에 맡기면 서클은 cirBTC(맡긴 비트코인 1개마다 1개씩 내주는 보관증 코인)를 발행한다. 기관은 이 보관증을 담보로 걸고 USDC를 빌린다. 맡긴 비트코인은 서클의 신탁은행이 1대1로 보관한다.

돈을 빌려주는 쪽은 서클이 아니다. 첫 창구는 모포(돈을 맡기려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을 회사 대신 프로그램이 이어 주는 대출 장터)이고, 금리와 강제 매각 기준도 모포 장터가 정한다. 서클은 비트코인을 보관하고, 빌린 USDC를 고객의 서클 계좌로 넣어 준다.

무대는 이더리움과 아크(서클이 9월 16일 연 자체 블록체인)다. 뉴욕 고객은 빠졌고, 아베(또 다른 대출 장터) 연결은 예정돼 있다.


  1. 맡긴 비트코인은 언제 강제로 팔리나

이 전당포는 기한이 아니라 가격을 본다. 9월 21일 아크의 모포 장터에서 cirBTC를 담보로 USDC를 빌리는 시장의 청산 기준은 86%였다. 빚이 담보 가치의 86%에 닿으면 담보가 강제로 넘어가 팔린다. 이것을 청산이라 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1개(9월 22일 8만 5,000달러 선)를 맡기고 절반인 4만 2,500달러를 빌렸다고 하자. 비트코인이 약 4만 9,400달러 아래로, 즉 약 42% 떨어지면 빚이 담보 가치의 86%를 넘어 청산된다. 많이 빌릴수록 이 선은 가까워진다.

그래서 ‘팔지 않는다’에는 조건이 붙는다. 가격이 그 선 위에 있는 동안만 팔지 않는다.


  1. 빌려줄 돈은 쌓였는데, 빌려간 돈은 아직 적다

9월 21일 이 장터에 빌려주려고 맡겨진 돈은 1억 7,699만 달러였다. 이 중 실제로 빌려간 돈은 1,413만 달러, 약 8%다. 흔히 인용되는 ‘첫날 1억 5,000만 달러’도 빌려주는 쪽이 맡긴 돈이지 대출 수요가 아니다.

담보로 쓸 보관증은 빠르게 늘었다. cirBTC 발행량은 8월 중순 이더리움에서 약 40개였는데, 9월 20일에는 아크까지 합쳐 약 949개가 됐다. 창구와 담보는 준비됐고, 빌리는 쪽이 아직 덜 왔다.

수요 자체는 개인 시장이 먼저 보여 줬다. 미국 최대 코인거래소 코인베이스는 2025년 1월부터 개인 고객에게 모포를 거쳐 비트코인 담보 대출을 해 왔고, 다른 코인 담보까지 합친 누적 대출 실행액이 2026년 5월 23억 달러를 넘었다. 서클은 같은 길을 기관에게 연 것이다.


  1. 서클은 돈도 안 빌려주면서 왜 이걸 하나

서클은 USDC를 쥔 사람이 많을수록 돈을 번다. 사람들이 USDC를 사면서 낸 달러를 준비금으로 굴려 이자를 받기 때문이다. 2분기 매출과 준비금 수익 7억 100만 달러 가운데 6억 6,800만 달러, 약 95%가 이 준비금 이자였다.

담보 대출은 USDC를 쥘 이유를 양쪽에 만든다. 빌려주는 쪽은 이자를 받으려고 USDC를 장터에 맡기고, 빌리는 쪽은 비트코인을 파는 대신 USDC를 받는다. 다만 빌려주는 USDC는 새로 찍은 돈이 아니라 누군가 맡긴 돈이라, 대출이 곧바로 USDC 발행량을 늘리지는 않는다.

2분기 말 USDC 유통량은 733억 달러였다. 서클이 노리는 건 대출 이자가 아니라, 이 숫자를 키워 줄 새 쓰임새다.


  1. 담보로 묶였던 비트코인은 어떻게 풀려나왔나

코인 담보 대출 시장은 이미 한 번 불었다가 줄었다. 가상자산 투자사 갤럭시 리서치 집계로 코인을 담보로 잡은 대출 잔액은 2025년 3분기 786억 9,000만 달러에서 2026년 2분기 561억 6,000만 달러로 40% 줄었다.

이번 감소는 빌린 사람들이 스스로 빚을 줄인 결과였다. 반면 2022년 2분기에는 담보 대출이 한 분기 만에 55% 넘게 무너졌는데, 그때는 강제 청산이 줄줄이 이어진 탓이었다. 같은 담보 대출이라도 스스로 빚을 줄이면 비트코인은 천천히 나오고, 청산이 연쇄로 터지면 한꺼번에 쏟아진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담보 대출은 비트코인의 매도를 없애지 않는다. ‘가격이 이 선 아래로 떨어지면 판다’는 예약 매도로 바꿀 뿐이다.

그래서 담보로 묶인 비트코인이 많아질수록 시장의 성격이 바뀐다. 오를 때는 현금이 필요한 사람도 팔지 않고 빌리니 매물이 줄어든다. 크게 떨어질 때는 청산선에 닿은 담보가 차례로 팔리며 하락을 키운다.

서클의 창구는 빌려간 돈이 1,413만 달러에 그칠 만큼 아직 작아서, 당장 시세를 흔들 크기는 아니다. 다만 앞으로 ‘팔지 않는 비트코인이 늘었다’는 뉴스는 매물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매물이 가격표를 달고 대기 중이라는 뜻이다.


출처
https://cointelegraph.com/news/circle-launches-bitcoin-backed-usdc-borrowing-for-institutional-clients
https://cryptoslate.com/circle-now-lets-institutions-borrow-usdc-against-bitcoin-but-morpho-still-sets-the-rules/
https://en.cryptonomist.ch/2026/09/22/btc-backed-usdc-borrowing/
https://coingape.com/usdc-issuer-circle-rolls-out-bitcoin-backed-loans-for-institutions/
https://cryptobriefing.com/morpho-cirbtc-arc-lending-markets/
https://www.circle.com/pressroom/circle-reports-second-quarter-2026-results
https://cryptobriefing.com/galaxy-crypto-lending-q2-2026-decline/
https://www.theblock.co/post/373032/coinbase-tops-1-billion-in-bitcoin-backed-onchain-loans-via-morpho
https://www.theblock.co/post/400980/coinbase-solana-loans-morpho-borrow-100000

용어 풀이
담보 대출 — 가진 자산을 맡기고 그 가치의 일부만큼 돈을 빌리는 것으로, 맡긴 자산은 빚을 갚으면 돌려받는다.
청산 — 담보 가격이 떨어져 빚이 정해진 비율을 넘으면, 담보가 주인 뜻과 상관없이 넘어가 팔리는 것이다.
청산 기준 86% — 빚이 담보 가치의 86%에 닿는 순간 청산이 시작된다는 뜻으로, 적게 빌릴수록 청산까지 여유가 크다.
cirBTC — 서클에 맡긴 비트코인 1개마다 1개씩 발행되는 보관증 코인으로, 블록체인 위 대출 장터에 담보로 걸 수 있다.
모포 — 돈을 맡기려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을 회사 대신 프로그램이 이어 주는 블록체인 대출 장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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