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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값 오르자 HL만도 이익 45% 줄었다… 부품사는 왜 값을 못 올릴까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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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코스피가 2.24% 오른 날, HL만도 주가는 5.53% 내린 3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에는 12.15% 빠진 3만 2,550원까지 밀렸다. 10월 30일 공시한 3분기 영업이익이 5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줄어든 탓이다.

겉으로 보면 실적이 나쁜 부품주 하나가 급락한 일이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값이 오를 때 그 비용을 누가 떠안는지가 처음 숫자로 드러났다. 같은 날 메모리를 파는 SK하이닉스 주가는 3.81% 올랐다.


  1. 이익은 왜 반토막 났나

HL만도(HL그룹의 자동차 부품 회사로, 브레이크·조향 장치와 운전자 보조 장치를 만들어 완성차 회사에 납품한다)의 3분기 영업이익은 515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줄었다.

남는 돈이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쉽게 말해 들어오는 돈에 비해 드는 돈이 더 늘어, 남는 몫이 줄었다.


  1. 메모리값이 왜 자동차 부품사의 비용이 되나

요즘 차에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 차선 유지·긴급 제동처럼 차가 주변을 보고 판단하는 기능)가 들어간다. 이 장치를 만들려면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HL만도는 메모리를 파는 쪽이 아니라 사 오는 쪽이다.

증권가가 꼽은 부진 원인도 여기에 있다. 키움증권 신윤철 연구원은 “ADAS 제품군 생산에 필요한 메모리의 구매단가 상승분이 적기에 고객사들과 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L만도가 오른 메모리 원가를 고객사에게서 뒤늦게 정산받는 구조라는 뜻이다.


  1. 부품사는 왜 오른 값을 바로 못 넘기나

부품사는 완성차 회사와 미리 정한 단가로 납품한다. 원가가 오르면 그 차액은 고객사와 따로 협상해 정산한다. 그래서 메모리값이 몇 달 새 뛰면 정산이 끝나기 전까지 차액을 부품사가 먼저 떠안는다.

학교와 1년 단가로 계약한 급식 업체처럼 생각하면 된다. 배춧값이 뛰어도 한 끼 값은 바로 못 올리고, 단가를 다시 협상하는 동안 차액은 업체가 낸다. 다만 부품사는 오른 몫을 뒤늦게라도 정산받을 여지가 있다. 언제, 얼마나 정산될지는 이번 공시로 확인되지 않는다.

가정 계산으로 보면 더 분명하다. 10만 원에 납품하는 부품의 원가가 9만 원이고 그중 메모리가 1만 원이라고 하자. 메모리값이 1만 5,000원으로 오르면 남는 돈은 1만 원에서 5,000원으로 절반이 된다. 받는 값은 그대로인데 이익이 반토막 나는 구조다.


  1. PC를 만드는 쪽도 같은 부담을 안고 있다

메모리를 사서 쓰는 쪽의 부담은 자동차에만 있지 않다.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PC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를 주로 만드는 회사) 주가는 10월 30일(현지시간) 4분기 매출 전망이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28.58% 떨어졌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시장이 이를 “메모리 수요 붕괴보다 가격 상승에 따른 PC 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해석하면서 메모리 공급사의 가격 결정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값을 정하는 힘이 파는 쪽에 있다는 뜻이다.


  1. 메모리값 부담은 곧 줄어들까

파는 쪽의 기세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11월 1일 발표된 10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59.4%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대만의 반도체 가격 조사 회사)는 9월 23일 공급 부족과 클라우드 기업의 수요를 이유로 4분기 D램 계약가격 전망을 올렸다.

증권사 눈높이도 내려갔다. 삼성증권은 HL만도 투자의견을 ‘홀드'(당분간 보유하라는 뜻)로 바꾸고 목표주가(증권사가 보는 적정 주가)를 6만 5,000원에서 4만 2,000원으로 2만 3,000원 낮췄다. 정산이 이뤄지면 이익이 돌아올 수 있지만, 메모리값이 계속 오르면 정산이 따라잡기 전에 새 차액이 또 쌓인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 메모리 호황의 비용은 사는 쪽이 먼저 낸다

메모리값이 오른다는 뉴스는 보통 SK하이닉스·삼성전자 같은 파는 쪽의 이익으로만 읽힌다. HL만도의 3분기는 그 값이 누군가의 원가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메모리 회사가 더 받는 만큼, 메모리를 사서 쓰면서 값을 바로 못 넘기는 회사의 이익이 깎인다.

차·PC·전자 부품처럼 메모리를 사는 회사에게는 오른 값을 고객사에 언제 넘길 수 있느냐가 이익의 방향을 정한다. 같은 뉴스가 한쪽에는 매출이고, 다른 쪽에는 비용이다.

메모리값이 오를 때 진짜 질문은 “누가 더 버나”만이 아니라 “누가 그 값을 못 넘기나”다.


출처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1030800817
https://trendforce.com/research/download/RP260923EN
https://www.alpha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5780


용어 풀이
영업이익 — 매출에서 원가와 판매·관리 비용을 빼고 본업으로 남긴 돈.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 차선 유지·긴급 제동처럼 차가 주변을 보고 운전을 돕는 기능으로, 만들 때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
정산 — 미리 정한 납품 단가와 실제로 오른 원가의 차이를 고객사와 협상해 나중에 주고받는 것.
D램 계약가격 — 메모리 회사가 큰 고객사와 분기·월 단위로 정해 거래하는 D램 값.
홀드·목표주가 — 홀드는 당분간 보유하라는 투자의견, 목표주가는 증권사가 보는 적정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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