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0월 28일 이사회에서 약 20조 원어치 자사주를 더 사기로 했다. 8월부터 사들여 11월 5일 소각할 예정인 40조 원어치에 이은 결정으로, 올해 자사주 취득만 60조 원이다. 바로 다음 날인 10월 29일 하루에만 25만 주, 3,816억 원어치를 샀다.
흔한 해석은 “사상 최대 자사주 매입 = 주가 받치기 = 주주에게 좋은 일”이다. 실제로 10월 29일 코스피가 1.24% 내린 날, 증권가에서는 이 매수세가 낙폭을 줄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이번 20조 원 가운데 사서 없애는(소각) 돈은 10조 원뿐이다. 나머지 약 10조 원어치 주식은 임직원 상여(성과에 따라 주는 보너스)로 나눠 줄 몫이고, 회사 스스로도 이 몫을 주주환원 규모에 넣지 않았다.
- 같은 자사주 매입인데 왜 두 갈래로 나뉘나
공시 내용은 이렇다. 취득 예정 주식은 보통주 1,492만 주, 취득 기간은 내년 1월 28일까지다. 그중 10조 원은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라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 약 10조 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이 목적이다.
돈이 나오는 곳은 같다. 둘 다 회사 돈으로 시장에서 주식을 산다. 달라지는 건 산 주식이 어디로 가느냐다. 소각분은 사라지고, 상여분은 직원 손으로 넘어간다.
| 구분 | 소각분 | 상여분 |
|---|---|---|
| 금액 | 10조 원 | 약 10조 원 |
| 산 주식은 | 없앤다 | 임직원에게 준다 |
| 전체 주식 수 | 줄어든다 | 결국 그대로 |
| 회사 분류 | 주주환원 | 주주환원에서 제외 |
- 소각은 왜 주주 몫을 늘리나
소각은 주식 수 자체를 줄인다. 회사가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나눠 갖는 주식 수가 줄면, 한 주에 돌아오는 이익이 커진다.
11월 5일 소각 예정인 앞선 물량이 좋은 예다(소각일은 바뀔 수 있다). 소각 주식은 2,369만 3,272주, 소각 전 전체 주식은 7억 3,049만 2,365주다. 약 3.2%가 사라지니 남은 한 주의 몫은 3% 남짓 커진다.
쉽게 말해 피자 크기는 그대로인데 먹는 사람이 줄어드는 셈이다. 1,000만 원어치 주식을 가진 사람은 한 주도 더 사지 않고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늘어난다.
- 직원에게 줄 주식은 왜 주주 몫을 늘리지 못하나
상여분도 사는 순간에는 소각분과 똑같이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인다. 하지만 이 주식은 회사 금고에 잠시 머물렀다가 직원에게 넘어간다. 넘어가면 다시 밖에 도는 주식이 되고, 전체 주식 수는 처음과 같다.
회사 돈으로 상품권을 사서 직원에게 나눠 주는 것과 비슷하다. 상품권 가게에는 그날 손님이 늘지만 상품권은 결국 직원 지갑으로 간다. 다만 주식은 상품권과 달리, 직원이 받은 뒤 팔면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주주 입장에서 이 10조 원은 환원이 아니라 보상 비용에 가깝다. 현금 대신 주식으로 상여를 주는 것이고, 회사도 이 몫을 주주환원 규모에 넣지 않았다.
- 숫자로 보면 주주 몫은 얼마나 늘어나나
회사는 2026년 회계연도 주주환원을 약 100조 원으로 잡았다. 현금배당 30조 원 이상, 자사주 취득·소각 60조 원 이상이다. 이 60조 원은 40조 원 소각분과 이번 10조 원 소각분에, 4분기에 10조 원어치를 더 사서 소각해야 채워진다. 이번 상여분 10조 원은 빠져 있다.
주식 수로도 따져 볼 수 있다. 이번 취득 예정 1,492만 주를 금액대로 반씩 나눈다고 가정하면 소각분은 약 746만 주로, 전체 주식의 1% 안팎이다. 같은 가정에서 상여분 약 746만 주는 주식 수를 줄이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자사주 20조 원’이라는 숫자에서 주주 몫을 키우는 힘은 절반짜리다.
- 그래도 시장은 왜 이 매수를 반겼나
매수세는 20조 원 전부에서 나온다. 10월 29일 산 25만 주, 3,816억 원어치는 1주에 약 153만 원꼴이다. 그날 코스피는 74.78포인트(1.24%) 내린 5,937.66에 마쳤고,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재개와 기관 순매도세 진정으로 낙폭을 만회했다”고 분석했다.
짧게 보면 상여분도 주가를 받친다. 차이는 산 뒤에 생긴다. 소각분은 영영 돌아오지 않지만, 상여분은 직원에게 넘어간 뒤 팔리면 그만큼 매물이 된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 주가가 창출하고 있는 이익과 현금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저평가되어 있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게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회사도 주당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매입이 아니라 ‘소각’을 꼽은 셈이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자사주 금액보다 먼저 볼 것은 무엇인가
이번 공시로 달라지는 건 ‘자사주 ○조 원’이라는 숫자를 읽는 법이다. 같은 날 사는 주식이라도 소각분은 주주 몫을 영구히 키우고, 상여분은 사는 동안 수급을 받친 뒤 직원 몫으로 넘어간다. 앞선 40조 원은 전량 소각이었고, 이번 20조 원은 반반이다.
상여분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직원 보상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주는 것일 뿐이다. 다만 그것은 주주환원이 아니라 보상이고, 그 돈은 주주의 몫인 회사 돈에서 나간다.
자사주 매입 뉴스에서 금액보다 먼저 물을 것은 하나다. 산 주식이 사라지는가, 누군가에게 다시 건너가는가. 사라지는 몫만큼만 내 주식이 커진다.
출처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1030001203
https://www.speci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9062
https://www.vegannews.co.kr/news/article.html?no=397628
https://www.koreancent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1430893
https://www.koreancent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1430769
용어 풀이
자사주 소각 — 회사가 사들인 자기 회사 주식을 없애 전체 주식 수를 줄이는 것으로, 남은 한 주의 몫이 커진다.
임직원 상여(주식 보상) — 직원에게 주는 보너스를 현금 대신 회사 주식으로 주는 것으로, 받은 주식은 다시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주주환원 — 회사가 번 돈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
발행주식 총수 — 회사가 지금까지 발행해 남아 있는 주식의 전체 수로, 소각하면 줄어든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