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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114배 삼성전기, 도대체 뭘 보고 사는 걸까

2026-09-23

삼성전기 주가표를 처음 보면 당황스럽습니다. 9월 22일 종가 148만6,000원 기준 PER은 약 114배, PBR은 약 10.4배입니다. 2025년 말만 해도 PER 26.7배, PBR 1.9배였습니다.

1년도 안 돼 시장이 삼성전기를 전혀 다른 회사로 값을 매기기 시작한 셈입니다. 지금 실적만 보면 분명 비쌉니다. 그런데도 사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올해 이익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가 만들어낼 2027~2028년의 부품 부족입니다.


  1. PER 114배, 얼마나 높은 걸까

PER 114배는 지금 이익이 그대로라면 투자금을 되찾는 데 114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전자부품 회사로는 매우 높습니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더 선명합니다. MLCC 세계 1위 일본 무라타는 PER 약 53배, PBR 약 5.1배, TDK는 PER 약 23배, PBR 약 2.3배입니다. “부품주는 원래 비싸다”로 설명되는 수준이 아닙니다.

눈여겨볼 곳은 AI 서버용 기판에서 삼성전기와 맞붙는 일본 이비덴입니다. 이비덴도 PER 약 84배, PBR 약 9.4배로 평가받습니다. 삼성전기 한 곳의 과열이라기보다, 시장이 AI 서버에 들어가는 부품 전체를 기존 전자부품과 다른 산업으로 다시 값을 매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1. 미래 이익으로 계산하면 숫자가 달라진다

같은 주가라도 앞으로 벌 이익으로 나누면 PER이 크게 내려갑니다. 시장 예상 이익을 넣은 Forward PER은 약 45배입니다.

증권가는 더 멀리 봅니다. 다올투자증권은 삼성전기 영업이익이 올해 1조7,000억 원에서 2027년 3조6,000억 원, 2028년 5조1,000억 원으로 해마다 최대치를 새로 쓸 것으로 전망합니다. 7월 말 iM증권은 당시 주가가 2027년 이익 기준 PER 20배, 2028년 기준 14배라고 계산했습니다. 삼성전기의 최근 10년 평균 PER(약 19배)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입니다.

주가가 싸져서가 아니라 이익이 몇 배로 커진다는 가정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출발은 이미 보이고 있습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3조4,57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고, 영업이익은 4,404억 원으로 107% 뛰었습니다. 3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 원 안팎이 예상됩니다.

문제는 이 속도가 2027년, 2028년까지 이어져야 지금 주가가 설명된다는 점입니다. 그럼 이익은 어디서 늘어날까요. 답은 두 가지 부품, MLCC와 FCBGA입니다.


  1. 첫 번째 부품: AI 서버는 MLCC를 10배 더 먹는다

MLCC는 전기를 잠깐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내보내 회로를 안정시키는 쌀알만 한 부품입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에도 들어가지만, AI 서버에서는 쓰이는 양이 차원이 다릅니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은 MLCC가 들어가고, 서버 랙 하나에 최대 약 60만 개가 필요합니다. 24시간 고온·고전압에서 버텨야 해서 만들기도 더 어렵습니다.

골드만삭스는 AI 서버용 MLCC 시장이 2025년 14억 달러에서 2030년 58억 달러로, 해마다 약 34%씩 커질 것으로 봅니다. 삼성전기는 이 시장에서 이미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 두 번째 부품: AI칩이 커질수록 기판도 커진다

FCBGA는 AI칩을 서버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기판입니다. 엔비디아나 AMD가 아무리 좋은 칩을 만들어도, 칩의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이 기판 없이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칩 성능이 오를수록 기판은 더 크고 복잡해집니다. 서버용 FCBGA는 일반 PC용보다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많습니다. 그래서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적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기와 일본 이비덴·신코전기,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경쟁합니다.

삼성전기 FCBGA 매출에서 서버용 비중은 올해 약 60%에서 2027년 70% 가까이로 오를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합니다. 비싼 제품의 비중이 커지면 같은 수량을 팔아도 이익이 커집니다.


  1. 기대가 아니라 계약서가 있다

시장이 높은 값을 치르는 가장 강한 근거는 주문이 이미 들어와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기는 9월 글로벌 고객사와 2027년 AI 서버용 MLCC 1조722억 원어치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6월·7월 계약까지 합치면 2027년 물량으로 확보한 계약이 약 1조8,000억 원입니다. 이런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글로벌 고객이 10여 곳입니다.

빅테크들이 내년에 쓸 부품을 지금부터 줄 서서 확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들은 “AI가 잘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이 줄에 돈을 걸고 있습니다.


  1. 그래도 PER 114배가 위험한 이유

AI가 중요하다는 것과 지금 주가가 싸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PER 114배는 앞으로의 좋은 실적이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들어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느려지거나, MLCC 부족이 풀리거나, 가격 인상이 약하거나, 경쟁사가 기판 생산을 빠르게 늘리면 주가는 실적보다 먼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증권사 목표주가도 크게 엇갈립니다. IBK투자증권 175만 원, DB증권 200만 원, 다올투자증권 280만 원, 하나증권 300만 원입니다. 가장 낮은 곳과 높은 곳이 1.7배 차이 납니다. 전문가들조차 미래를 얼마나 쳐줄지에서 크게 갈린다는 뜻입니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삼성전기에 대한 진짜 질문은 “PER 114배가 비싼가”가 아니라 “이익이 정말 2~3배로 커지는가”입니다. 그 답은 주가보다 세 숫자에서 먼저 나옵니다. AI 서버용 MLCC 값이 계속 오르는지, 서버용 기판 비중이 70%에 올라서는지, 1조8,00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계속 늘어나는지입니다.

세 숫자가 오르면 이익이 주가를 따라잡으면서 PER은 저절로 내려옵니다. 숫자는 멈췄는데 주가만 오른다면, 그때의 PER 114배는 성장의 값이 아니라 거품의 신호입니다.

삼성전기가 AI 시대에 주목받는 이유는 화려한 AI를 만들어서가 아닙니다. AI칩이 강해질수록 더 많이 필요하고 더 만들기 어려워지는 작은 부품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AI의 의외의 승자는 AI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AI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730_0003729801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3309526645575856
https://www.huffingtonpost.kr/article/260062
https://www.pointe.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188
https://stockanalysis.com/quote/krx/009150/statistics/
https://stockanalysis.com/quote/krx/009150/financials/ratios/
https://stockanalysis.com/quote/tyo/6981/statistics/
https://stockanalysis.com/quote/tyo/6762/statistics/
https://stockanalysis.com/quote/tyo/4062/statistics/
https://m.samsungsem.com/kr/newsroom/news/view.do?id=8381
https://www.asiae.co.kr/article/2023092017163238344
https://www.etoday.co.kr/news/view/2620228
https://www.mt.co.kr/stock/2026/09/01/2026090108015376837
https://www.g-enews.com/article/Securities/2026/09/20260902081843127144093b5d4e_1
https://www.etoday.co.kr/news/view/2600415
https://www.mt.co.kr/stock/2026/09/02/2026090207543662423
https://www.sedaily.com/article/20069384
https://www.etoday.co.kr/news/view/2612986
https://v.daum.net/v/20260731074107880
https://news.jkn.co.kr/post/993494


용어 풀이
PER —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 지금 이익이 그대로라면 투자금을 되찾는 데 몇 년 걸리는지 보여줍니다.
PBR —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 장부상 순자산(자산-부채)보다 주가가 몇 배인지 보여줍니다.
Forward PER — 지금 주가를 올해·내년 예상 이익으로 나눈 PER. 시장이 기대하는 미래 이익 기준입니다.
MLCC — 적층세라믹콘덴서. 전기를 잠깐 저장했다 내보내 회로 전압을 안정시키는 쌀알만 한 부품입니다.
FCBGA — CPU·GPU 같은 고성능 칩을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고밀도 반도체 기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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