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서울 노원구 아파트 월세는 12.88% 올랐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성북구가 11.82%로 뒤를 이었고, 서울 평균은 7.68%였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2.62%에 그쳤다.
흔한 해석은 서울 임대료가 전체로 오르는 흐름의 하나라는 것이다. 월세는 비싼 강남·도심에서 더 뛴다는 생각도 많다. 하지만 숫자는 반대로 나왔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3~4년 전 전셋값이 떨어졌을 때 싸게 맺은 외곽 전세 계약이 지금 만기를 맞으면서 일부 세입자가 차액을 월세로 내는 흐름을 짚었다.
- 월세는 정말 싼 동네에서 더 올랐나
한국부동산원 월세통합가격지수(아파트 월세 수준을 같은 기준으로 매달 비교하는 지수)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9월을 견주면 결과가 뚜렷하다. 서울 평균 7.68%는 지난해 1년 상승률 3.94%의 두 배에 가깝다.
| 지역 | 아파트 월세 상승률(2025년 12월 → 2026년 9월) |
|---|---|
| 노원구 | 12.88% |
| 성북구 | 11.82% |
| 서울 평균 | 7.68% |
| 서초구 | 5.86% |
| 강남구 | 2.62% |
쉽게 말해, 올해 서울에서 월세가 가장 빨리 오른 곳은 집값이 비싼 동네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싼 동북권 외곽이었다. 노원 상승률은 강남의 약 5배다.
- 왜 하필 지금, 외곽에서인가
한국일보는 외곽 월세 상승에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역전세(전셋값이 떨어져 새 보증금이 예전보다 낮아진 상황)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봤다. 고금리 여파로 집값과 전셋값이 함께 떨어졌다. 노원구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2년 6월 101.6에서 2023년 1월 86.7로 14.7% 내렸다.
그때 외곽에서는 직전 계약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새 전세를 맺은 세입자가 적지 않았다. 2년 계약 뒤 갱신으로 2년을 더 살면 4년이다. 2022년 하반기~2023년 초에 맺은 계약부터 지금 만기를 맞고 있다. 갱신은 이미 썼으니 다음 계약은 지금 시세로 새로 맺어야 한다.
세일 기간에 싸게 끊은 정기권이 끝나 정가로 다시 사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전세는 그 정가가 몇 년 새 크게 뛰었다는 점이 다르다.
- 다시 맺으려면 얼마가 더 드나
노원구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1월 86.7에서 올해 9월 105.3으로 21.5% 올랐다. 같은 기간 성북구는 20.1%, 서울 평균은 15.2%였다. 싸게 들어왔던 외곽일수록 다시 맺을 때 벌어진 폭이 크다.
2023년 초 보증금 3억 원에 들어간 노원 전셋집이 지수만큼 올랐다고 가정하면, 같은 집을 다시 얻는 데 약 3억 6,400만 원이 든다. 만기 날 6,400만 원을 더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 모자란 보증금은 어디로 가나
일부 임차인은 차액을 대출 대신 월세로 메우기도 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역전세 시기에 계약했던 임차인들이 초과 금액을 대출로 충당하기 부담스러운 경우,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하기보다는 차액을 월세로 내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4년 만기가 온다 → 보증금이 모자란다 → 대출이 부담스러운 일부는 차액을 월세로 낸다. 대출로 메우면 일반적으로 이자를 내야 한다. 연구원은 대출로 메우기 부담스러운 세입자 가운데 일부가 보증금을 더 마련하는 대신 차액을 월세로 내는 쪽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 내년 봄에는 무엇이 달라지나
남 연구원은 “이사철 성수기와 맞물리면서 갱신계약까지 소진한 임대차 계약 만료 수요가 내년 2~3월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 동북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월세 상승세가 지속되거나 심화하며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2~23년에는 전셋값이 내려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가 유리했다. 이번에는 그때 싸게 들어온 세입자가 오른 값으로 다시 맺어야 하는 쪽이 됐다. 같은 계약이 4년 만에 정반대 처지로 돌아온 것이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시세보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을 봐야 하는 이유
올해 월세 오름폭은 동네의 몸값 순서와 달랐다. 가장 비싼 강남구 월세는 2.62% 올랐고, 싼 편인 노원구는 12.88% 올랐다. 4년 전 낮게 맺은 계약이 적지 않았던 외곽은 다시 맺을 때의 전셋값 차이도 서울 평균보다 컸다. 남혁우 연구원은 그 차액의 일부를 월세로 내는 임차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에게 지금 시세가 싸다는 것은 절반의 정보일 수 있다. 그 동네에서 싸게 맺은 계약이 같은 시기에 끝나면, 모자란 보증금의 일부가 월세 수요로 바뀔 수 있다.
집을 구할 때는 지금 시세가 싼지보다, 그 동네에서 몇 년 전 싸게 맺은 계약이 언제 몰려 끝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출처
https://www.reb.or.kr/r-one/portal/stat/easyStatPage/A_2024_00054.do
https://www.reb.or.kr/r-one/portal/stat/easyStatPage/A_2024_00050.do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110111160002385
용어 풀이
역전세 — 전셋값이 떨어져 새로 맺는 전세 보증금이 예전 계약보다 낮아진 상황.
월세통합가격지수 —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 월세 수준을 같은 기준으로 매달 비교하려고 만든 지수로, 이 값의 변화율이 월세 상승률이다.
전세가격지수 — 같은 기준의 아파트 전셋값을 매달 비교하는 지수로, 값이 오르면 같은 집을 전세로 얻는 데 돈이 더 든다는 뜻이다.
계약 갱신 — 2년 전세 계약이 끝날 때 세입자가 같은 집에서 계약을 한 번 더 이어 가는 것으로, 이를 쓰고 나면 다음 계약은 시세로 새로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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