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립주택 전셋값이 통계를 낸 이래 가장 높아졌다. KB부동산의 10월 월간 시세에서 서울 연립주택 전세가격지수(기준 시점 대비 전셋값 수준을 숫자로 나타낸 것)는 101.6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흔한 해석은 아파트 전셋값이 너무 올라 빌라(연립·다세대)로 번졌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새 빌라를 짓는 일이 크게 줄었고, 그 공백이 이제 전세 매물 부족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공급 대책만으로 전세 매물이 바로 늘지는 않는다.
- 빌라 전세 거래는 줄었는데 왜 값은 올랐나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는 4만 1,483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4만 4,986건)보다 7.8% 줄었다. 그런데 서울 연립주택 전세가격지수는 8월 101.3에서 10월 101.6으로 올랐다. 거래가 줄면 값도 내릴 것 같지만 반대로 움직였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기존 세입자가 나가야 새 전세 물건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거래는 줄어도 전셋값은 오르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새 빌라 공급이 거의 끊겨 고를 수 있는 전세 물건 자체가 줄었다는 얘기다. 중고 거래 앱에 원하는 물건이 하루 한두 개만 올라오면, 찾는 사람이 조금만 있어도 값이 오르는 것과 같다.
- 아파트 전세를 못 구한 세입자가 빌라로 왔다
아파트 전세는 더 귀하다.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8.7로 역시 최고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12만 6,986건에서 9만 847건으로 28.5% 줄었고, 전월세 거래 가운데 전세 비중은 56.2%에서 49.1%로 내려갔다.
아파트 전세를 못 구한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싼 빌라를 찾는다. 그런데 빌라에도 새 집이 없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전셋값 상승으로 빌라·연립을 찾는 수요가 생겼지만 비아파트(아파트가 아닌 주택) 신규 공급도 줄어 전세 부담이 번지고 있다고 본다.
- 서울 비아파트 착공은 2021년에서 2024년 사이 6분의 1로 줄었다
서울 비아파트(연립·다가구·다세대 등) 착공(공사를 시작한 집)은 2021년 2만 6,915호 → 2022년 1만 8,973호 → 2023년 6,304호 → 2024년 4,597호로 줄었다. 2025년은 11월 말까지의 누계가 4,627호로 2024년 한 해보다 조금 많지만, 1년 치 합계가 아니어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원인은 두 갈래다. 빌라 사업자는 높은 전세보증금으로 사업비 상당 부분을 회수해 왔는데, 전세사기 뒤 전세보증(보증금을 돌려받게 해 주는 보증)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서 이 방식이 막혔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올라 공사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지어도 남는 게 없으니 짓는 사람이 줄었다.
준공(공사를 마친 집)도 줄었다. 서울 연립·다세대·다가구 준공은 2023년 1만 4,118가구에서 2024년 6,123가구, 2025년 4,858가구로 떨어졌다. 2018년(3만 5,006가구)보다 약 86.1% 줄어든 숫자다.
- 8·13 대책 전 7월, 비아파트 착공은 1년 전보다 줄었다
정부는 8월 13일 ‘주택 신속공급 방안'(8·13 대책)에 빌라 공급을 되살릴 방안을 담았다. 다가구주택 층수 제한을 3개 층에서 4개 층으로 풀고, 다세대·다가구 건축면적 한도를 660㎡에서 1,000㎡ 미만으로 넓힌다. 건설자금 대출 한도는 7,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늘리고 금리는 3.5%에서 3.2%로 낮춘다. 2027년까지 착공하는 주거시설은 개발부담금을 100% 면제한다. 2030년까지 수도권 일반주택(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 13만 가구 착공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대책 전 착공 숫자는 이렇다. 2025년 수도권 일반주택 착공은 1만 4,000가구로 10년 평균(5만 6,000가구)의 25% 수준이었고, 올해 1~6월은 장기 평균(최근 10년 평균)의 24.3%였다. 8월 31일 나온 7월 주택통계에서 비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착공은 2,331가구로 전년 같은 달(2,750가구)보다 15.2% 줄었다. 발표는 대책 뒤에 나왔지만, 대책 전인 7월 한 달의 실적이다.
- 새 빌라 전세는 착공이 먼저 늘어야 들어온다
빌라는 인허가(짓기 전 받는 허가)부터 착공, 준공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순서는 바뀌지 않는다. 착공이 먼저 늘고, 공사가 끝나야 새 전세 매물이 나온다.
택배로 치면 착공은 주문, 입주는 배송이다. 주문을 늘리겠다는 발표만으로 오늘 받을 물건이 생기지 않는다. 대책 효과로 착공이 늘기 시작해도, 그 집이 전세로 나오는 건 공사가 끝난 뒤다. 새 집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 세입자가 나가야 새 전세 물건이 나오는 지금 구조가 바뀌기 어렵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연립주택 전셋값이 오른 건 수요가 몰려서만이 아니다. 몇 년 동안 새 빌라가 거의 지어지지 않아 전세 시장에 들어오는 새 집이 사라진 결과다. 그래서 공급 대책 발표만으로 지금의 전세 시장은 풀리지 않는다.
세입자에게 달라지는 건 계산법이다. 만기를 앞두고 “곧 새 빌라가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버티기보다, 지금 동네에 나와 있는 매물을 기준으로 갱신할지 옮길지 따지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착공이 늘어도 그 집들이 완공돼야 새 전세가 나온다. 빌라 전세 물건이 늘기 시작하는 건 대책이 발표된 날이 아니라 그때부터다.
출처
https://www.fnnews.com/news/202610291857187384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55758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660849
https://www.news1.kr/realestate/general/6101571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31515053127242
https://www.kairnews.com/news/514608
https://supple.kr/news/cmsr4h1ri001jaf6rrdqo80rf
https://www.tfmedia.co.kr/mobile/article.html?no=206447
용어 풀이
전세가격지수 — 기준 시점의 전셋값을 100으로 놓고 지금 전셋값 수준을 숫자로 나타낸 지표로, 클수록 전셋값이 높다는 뜻이다.
착공 — 집을 짓는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몇 달~몇 년 뒤 새 집이 얼마나 나올지 미리 보여 주는 숫자다.
준공 — 공사를 마쳐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아파트 — 빌라(연립·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처럼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개발부담금 — 개발사업으로 생긴 이익 일부를 사업자가 나라에 내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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