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 5월 8,946건에서 8월 4,589건으로 줄었다. 석 달 만에 48.7%가 빠졌다. 거래가 이만큼 끊기면 다음 차례는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보기 쉽다.
그런데 9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아파트를 값 순서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집의 값)은 10억 8,600만 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3.4% 높다. 거래는 반으로 줄었는데 값은 내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대출 규제로 부담이 커진 쪽은 살 사람이고, 파는 사람은 부르는 값을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값은 버티고 거래만 마른다.
- 서울 아파트 거래는 석 달 새 얼마나 줄었나
서울 아파트 매매는 5월 8,946건, 6월 7,742건, 7월 6,564건, 8월 4,589건으로 달마다 줄었다. 한 번 크게 꺾인 게 아니라 석 달 내리 줄었다.
한 달에 100채가 팔리던 동네라면 석 달 뒤엔 51채만 팔린 셈이다. 쉽게 말해, 서울 아파트 거래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 거래가 줄었는데 왜 값은 내려가지 않았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김효선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자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반면 매도자는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에 호가를 유지하면서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가는 집주인이 “이 값에 팔겠다”고 부르는 값이다.
김 위원의 설명을 순서대로 풀면 이렇다. 대출 규제로 살 사람이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 → 파는 사람은 더 오를 거라 보고 부르는 값을 내리지 않는다 → 사려는 값과 팔려는 값의 차이가 벌어진다 → 거래는 줄고, 값은 내려가지 않는다.
중고 거래 앱을 떠올리면 쉽다. 파는 사람이 값을 내리지 않고 사려는 사람은 돈이 모자라면, 물건 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판매 중’ 글만 오래 남는다. 다만 집은 값이 수억 원이라, 대출이 막히면 그 값을 낼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다는 점이 다르다.
- 값은 버텼지만 오르는 속도는 거의 멈췄다
값이 내려가지 않았다고 예전처럼 오르는 것도 아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의 한 달 상승률은 6월 1.15%에서 9월 0.01%로 내려왔다.
10억 원짜리 집이라면 6월에는 한 달 새 약 1,150만 원이 올랐지만, 9월에는 약 10만 원 오른 셈이다(가정 계산). 쉽게 말해,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제자리에 섰다.
재는 방식도 구분해야 한다. 앞의 13.4%는 한가운데 집의 값을 지난해 12월과 견준 것이고, 1.15%와 0.01%는 평균 가격이 한 달 새 오른 비율이다. 13.4%가 같은 집이 그만큼 올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거래가 줄어든 때와 오르는 속도가 꺾인 때는 겹친다.
- 서울 평균 속에서도 내리는 구가 나왔다
‘집값이 안 떨어진다’는 서울 전체 평균의 이야기다. 10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새 0.13% 올랐다. 강북 14개 구는 0.26% 올랐지만, 서초구는 0.32%, 강남구는 0.31% 내렸다.
올해 1월부터 10월 26일까지 15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은 강남구 81.4%, 서초구 75.4%인 반면 노원구는 0.1%다. 적어도 이 한 주를 보면 비싼 집이 몰린 구는 내렸고, 상대적으로 값이 낮은 강북 쪽은 올라 서로 엇갈렸다. 서울 평균만 보면 이런 차이가 가려진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거래 절벽을 곧바로 집값 하락 신호로 읽으면 틀리기 쉽다. 이번에 부담이 커진 쪽은 살 사람이고, 파는 사람은 값이 더 오를 거라 기대하며 호가를 유지했다. 이럴 때 값은 떨어지지 않고 거래만 마른다.
다만 거래가 반으로 줄어든 가운데 나온 값은 적은 거래로 매겨진 값이다. 값이 오르면서 거래도 늘면 많은 사람이 그 값을 받아들였다는 뜻이지만, 거래가 반토막인 채 값만 버티면 그 값에 사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버티기가 끝나는 길은 두 가지다. 대출 길이 다시 열려 사는 사람이 그 값을 받아들이면 거래가 늘며 값이 굳어진다. 반대로 집주인 쪽이 먼저 호가를 내리면 거래가 늘면서 값이 내려간다. 어느 쪽이든 방향은 거래가 다시 붙을 때 드러난다.
그래서 집값 뉴스를 볼 때는 값이 얼마 올랐는지보다, 그 값에 몇 건이 팔렸고 오르는 속도가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를 함께 본다. 거래가 붙지 않은 가격은 상승이 아니라 버티기다.
출처
https://www.etoday.co.kr/news/view/2640590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30092
용어 풀이
호가 — 집주인이 "이 값이면 팔겠다"고 내놓은 값으로, 실제로 거래된 값과는 다를 수 있다.
중위 매매가격 — 거래된 아파트를 값 순서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집의 값으로, 아주 비싼 집 몇 채에 덜 흔들린다.
거래 절벽 — 집을 사고파는 거래 건수가 짧은 기간에 크게 줄어드는 현상을 부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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