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12월 금리가 새로 정해지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65조 원이다. 전 분기보다 21조 1천억 원 많다. 금리가 다시 매겨진다는 건 몇 년 전 정해 둔 이자율이 끝나고 지금 금리로 바뀐다는 뜻이다. 2억 원을 연 3%로 빌린 사람이라면 매달 갚는 돈이 94만 원대에서 최대 130만 원대로 늘 수 있다.
흔한 해석은 간단하다. 금리가 오르는 때니 고정금리로 묶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은행 창구에서는 변동금리가 오르는 동안 고정금리(혼합형)가 오히려 내렸다. 핵심은 두 금리가 따라가는 기준이 다르다는 데 있고, 그래서 답은 ‘어느 쪽이 싸냐’보다 ‘이 대출을 몇 년 더 들고 갈 거냐’에 달려 있다.
- 165조 원은 어떤 대출들인가
금융감독원이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에 낸 자료에 따르면, 정책모기지를 뺀 국내 19개 은행의 10~12월 금리변경 예정 주담대가 165조 원이다. 여기엔 원래 변동금리인 대출도 들어 있어, 전부가 5년 고정 기간이 끝나는 대출은 아니다.
눈여겨볼 몫은 2021년에 5년 고정으로 받은 대출이다. 대출 5년째 약정일이 오면 차례로 금리가 바뀐다. 혼합형(처음 몇 년만 고정, 그 뒤 변동)은 변동금리로 넘어가고, 5년 주기형은 금리를 다시 정해 다음 5년 동안 쓴다. 휴대폰 약정이 끝나면 요금제가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대출은 그냥 두면 약정에 따른 새 금리가 그대로 붙는다.
- 2억 원이면 월 상환액이 얼마나 달라지나
2억 원을 연 3%, 25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매달 같은 돈을 갚는 방식)으로 빌렸다면 매달 약 94만 8천 원을 낸다. 5년 동안 이렇게 갚으면 남은 원금은 약 1억 7,101만 원이다.
이 남은 돈에 5대 은행 변동금리 상단인 연 6.795%를 적용해 20년을 다시 계산하면 월 약 130만 5천 원이다. 매달 약 35만 6천 원, 1년에 약 428만 원이 더 나간다. 하단인 연 4.42%를 적용해도 월 약 107만 5천 원으로 12만 원 넘게 늘어난다. 실제 금리는 기존 약정의 지표금리·가산금리·우대 조건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
쉽게 말해, 5년 전 낮은 금리로 묶어 둔 대출은 고정을 고르든 변동을 고르든 매달 나가는 돈이 늘어난다.
- 최근 변동금리는 오르고 고정금리는 내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10월 23일 기준 신규 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42~6.795%다. 9월 말보다 하단은 0.07%포인트, 상단은 0.03%포인트 올랐다. 반면 은행채 5년물 기준 혼합형 금리는 연 4.62~6.993%로, 최근 상·하단이 각각 0.28%포인트 내렸다.
두 금리가 따라가는 기준이 달라서다.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 8개 은행이 예·적금과 은행채 등으로 모은 돈의 평균 금리)는 9월 신규취급액 기준 3.43%로 한 달 새 0.25%포인트 올랐다. 2022년 11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법인세 납부로 기업 돈이 빠져나가자 은행들이 9월 개인 예금을 붙잡으려 예금금리를 잇따라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혼합형은 만기 5년짜리 은행채 금리를 따른다.
오늘 주유소 기름값과 1년 치를 미리 정한 계약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것과 같다.
- 지금 고정을 고르면 무엇을 사는 셈인가
가장 낮은 금리끼리 견주면 혼합형 4.62%가 변동 4.42%보다 0.2%포인트 높다. 앞의 예처럼 남은 1억 7,101만 원을 20년에 나눠 갚는다면 처음 5년 고정 기간 동안 월 약 109만 3천 원과 107만 5천 원, 차이는 약 1만 8천 원이다.
고정은 이 1만 8천 원을 더 내고 5년 동안 금리가 오를 위험을 막아 두는 보험과 같다. 그 5년 동안 변동금리가 0.2%포인트 넘게 오른 상태가 이어지면 고정 쪽이 싸지고, 그대로이거나 내리면 변동 쪽이 싸다. 상단끼리도 혼합형이 더 높고, 실제 금리는 은행·조건마다 다르다.
- 금리 방향은 무엇에 달려 있나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려 연 3.0%로 만든 뒤 10월 22일에는 동결했다. 시장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3.25%로 한 번 더 올릴 것으로 본다. 코픽스는 예금 금리를 따라 움직이므로, 인상이 이어지면 변동금리에도 오름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변동은 인상이 현실이 되면 상환액이 늘 수 있고, 고정은 금리가 내려도 5년 동안 그 혜택을 보지 못한다.
- 5년 된 대출은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 걱정이 덜하다
다른 쪽이 낫다고 판단하면 대출을 갈아타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대출일부터 3년 안에 갚을 때만 붙을 수 있다. 5년 된 대출은 이 3년이 이미 지났다.
반대로 새로 갈아탄 대출은 그날부터 다시 3년이 시작된다. 2~3년 안에 집을 팔거나 목돈으로 갚을 계획이라면 새 대출의 수수료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둘째 주까지 88주 연속 올랐다. 그 사이 5년 전 낮은 금리로 묶어 둔 집주인의 상환액은 연말까지 차례로 늘어난다. 고정이냐 변동이냐는 그 늘어난 돈을 앞으로 어떻게 나눠 낼지의 선택이다.
대출이 20년 가까이 남아 있고 그동안 갚을 계획이 없다면, 금리가 오를 위험이 오래 쌓이므로 앞의 예에서 월 1만 8천 원 남짓인 ‘보험료’를 내고 5년을 묶을 이유가 커진다. 몇 년 안에 갚거나 집을 팔 계획이라면 그 보험을 오래 쓰지 못하므로 지금 금리가 낮은 쪽의 이점이 커진다.
고정과 변동 중 어느 쪽이 싼지보다, 이 대출을 앞으로 몇 년 더 들고 갈지부터 정하는 게 먼저다.
출처
https://www.g-enews.com/article/Finance/2026/10/202610251210258071e30fcb1ba8_1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340193
https://inews24.com/view/2015524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2535301
https://www.smarttoday.co.kr/ko-kr/articles/110859
https://www.fnnews.com/news/202501091251452034
https://www.segye.com/newsView/20261015509765
용어 풀이
코픽스(COFIX) — 8개 은행이 예·적금과 은행채 등으로 모은 돈의 평균 금리로, 변동금리 주담대의 기준이 된다.
혼합형 — 처음 몇 년(대개 5년)은 고정금리를 쓰다가 그 뒤 변동금리로 넘어가는 주담대다.
주기형 — 정해진 주기(예: 5년)마다 금리를 다시 정해 다음 주기 동안 고정으로 쓰는 주담대다.
원리금균등상환 — 원금과 이자를 합쳐 매달 같은 금액을 갚는 방식이다.
중도상환수수료 — 만기 전에 대출을 갚을 때 은행에 내는 수수료로, 지금은 대출일부터 3년 안에 갚을 때만 붙을 수 있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