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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이 2년 만에 최고라는데, 한은은 왜 아직 ‘약세’라고 할까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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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0월 22일 1,321.2원까지 내렸다. 2024년 10월 2일(1,317.1원) 이후 가장 낮다. 환율이 내렸다는 건 1달러를 사는 데 드는 원화가 줄었다는 뜻, 곧 원화값이 올랐다는 뜻이다. 주요 교역국 통화와 견준 원화값도 약 2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흔한 해석은 이렇다. 원화가 강해졌으니 이제 1,200원대가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은 1,200원대 진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가 아직도 약세”라고 말했다. 핵심은 원화값을 무엇과, 언제와 비교했느냐다.


  1. ‘2년 만에 최고’는 무엇을 잰 숫자인가

국제결제은행(BIS, 각국 중앙은행이 모인 국제기구)에 따르면 원화의 명목실효환율은 10월 20일 94.83으로, 2024년 10월 9일(94.91) 이후 가장 높았다. 명목실효환율은 한국과 무역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비중을 크게 둬서 여러 통화와 견준 원화값이다. 2020년 평균을 100으로 놓고, 숫자가 클수록 원화값이 높다.

성적표에 빗대면 원/달러 환율은 한 과목 점수, 실효환율은 과목마다 비중을 둔 평균 점수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최대 수출 대상국인 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이 명목실효환율에 크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1. 최고인데 왜 약세라고 하나

‘2년 만에 최고’는 2년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뜻이고, 그 2년 전도 이미 평소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원화 명목실효환율은 2020~2021년 100~103대를 오갔다. 2024년 10월 9일에는 94.91로 이미 그보다 낮았고, 비상계엄 사태 뒤인 2024년 12월 말 91.26, 중동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2월 말 85.9로 더 내려갔다. 원/달러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한 6월에는 81.99까지 떨어졌다.

지금의 94.83은 6월보다 약 16% 올라 2년 전 수준을 되찾았지만, 신 총재가 기준으로 든 평균 101보다는 6포인트 넘게 낮다. 크게 빠졌던 주식이 반등해 ‘2년 만에 최고’가 돼도, 2년 전 값 자체가 이미 예전보다 낮았다면 제자리를 찾은 게 아닌 것과 같다.


  1. 한은 총재는 왜 달러 하나만 보지 않나

신 총재는 10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 년간 달러가 강세여서 교역 상대국의 가중치를 고려한 BIS 실효환율을 보는 게 중요한데, 8월 말 기준 BIS 실효환율은 89 정도로 평균(101)보다 낮아 원화가 아직도 약세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가 강할 때는 원/달러가 올라도 원화가 약해서인지 달러가 강해서인지 가려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총재가 든 89는 8월 말 값이다.

물가 차이까지 넣어 봐도 결론은 비슷하다. 교역 상대국과의 물가 차이를 반영한 실질실효환율은 9월 92.73으로, 6월 83.03에서 석 달 연속 올라 2024년 11월(93.43) 이후 가장 높지만, 역시 2020년 평균(100)에 못 미친다.


  1. 내 지갑에는 무엇이 달라졌나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6월 1,528.0원에서 10월(1~23일) 1,337.2원으로 내렸다. 미국 쇼핑몰에서 100달러짜리 물건을 직구한다면 6월 평균 환율로는 15만 2,800원, 10월 평균으로는 13만 3,720원이다. 1만 9,080원 차이다.

달러를 버는 쪽은 반대다. 100만 달러를 6월 평균 환율로 바꾸면 15억 2,800만 원, 10월 평균으로는 13억 3,720만 원이다. 다만 실효환율로 보면 원화는 아직 평균보다 싼 편이어서, 원/달러 하락만 보고 원화가 비싸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1. 1,200원대는 오나

원화를 밀어 올린 힘은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수출 대기업이 번 달러를 내다 팔고, 한국의 2분기 경상수지(나라가 해외와 물건·서비스를 사고팔아 남긴 돈) 흑자는 1,166억 3,000만 달러로 주요 36개국 중 2위였다. 한은도 10월 22일 기준금리를 긴축 쪽에 무게를 두며 동결했다. 반대로 미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경계감과 중동발 국제 유가 급등은 환율을 다시 끌어올릴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 전망도 엇갈린다. 서 수석전문위원(연합뉴스 표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여건이 나아지면서 연말이나 내년 초 1,200원대 후반도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실질 기준 원화 가치는 저평가 해소 정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1,300원대 중반 정도가 펀더멘털에 부합한다”며 지금은 이미 균형 환율(경제 체력에 맞는 환율)을 넘어선 강세라고 추정했다. 여건이 바뀌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를(원화값은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2년 전 비슷한 수준(2024년 10월 9일 94.91)이던 원화값도 그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뒤 연말에는 91.26으로 내려갔다. 같은 원화값을 놓고 ‘이미 강세’와 ‘아직 약세’가 함께 나오는 건, 한쪽은 경제 체력에 맞는 수준을, 다른 쪽은 실효환율의 평균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2년 만에 최고’와 ‘아직 약세’는 서로 다른 기준선에서 잰 같은 원화값이다. 앞의 것은 이미 평소보다 낮던 2년 전 수준과, 뒤의 것은 한은 총재가 든 평균(101)과 비교했다.

판단도 기준선에 따라 갈린다. 달러로 결제하는 직구나 미국 여행 경비는 원/달러 환율이 바로 정한다. 하지만 원화가 전반적으로 비싸졌는지는 여러 통화와 견준 실효환율이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가 말해 준다.

환율 뉴스를 볼 땐 ‘얼마나 올랐나’보다 ‘무엇과, 언제와 비교한 원화값인가’를 먼저 묻는 게 맞다.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6102504360000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2535301


용어 풀이
명목실효환율 — 한국과 무역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비중을 크게 둬 여러 통화와 견준 원화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원화값이 높다는 뜻이다.
실질실효환율 — 명목실효환율에 한국과 교역 상대국의 물가 차이까지 반영한 원화값이다.
2020년=100 — 2020년 평균을 100으로 놓고 지금 값을 견준 지수라는 뜻으로, 94.83이면 2020년보다 원화값이 약 5% 낮다.
국제결제은행(BIS) — 각국 중앙은행이 모인 국제기구로, 나라별 실효환율을 계산해 공개한다.
펀더멘털 — 경기·성장률·경상수지처럼 한 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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