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는 왜 연 9.75% 이자를 주고 14조 원을 빌렸나

2026-09-25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기술 투자회사)이 9월 24일 111억 달러어치 채권을 팔았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에 넣을 100억 달러를 마련하려는 빚이다. 가장 긴 7.5년짜리에 붙은 이자는 연 9.75%로, 소프트뱅크가 달러 채권에 약속한 이자 가운데 가장 높다.

숫자만 보면 ‘얼마나 급했으면 이렇게 비싼 이자를 주나’ 싶다. 그런데 달러 채권에는 판매액의 3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 비싼 이자는 무리한 빚의 증거라기보다 돈을 떼일 위험에 시장이 매긴 가격이다. 이 가격표를 읽을 줄 알면 AI 투자 붐의 돈이 어디서 오고, 누가 어떤 위험을 지는지 보인다.


  1.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점수 낮은 회사의 빚이다

채권은 회사가 돈을 빌리며 써 주는 차용증이다. 신용평가사는 회사가 이 돈을 제때 갚을 능력을 AAA부터 D까지 등급으로 매긴다. BBB- 이상은 ‘투자등급’, 그 아래는 ‘투기등급’이다. 투기등급 회사의 채권은 이자가 높아 하이일드 채권, 낮춰 부를 때는 정크본드(쓰레기 채권)라고 한다.

원리는 은행 대출과 같다.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은 같은 돈을 빌려도 이자를 더 낸다. 은행이 떼일 위험을 이자로 미리 받아 두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S&P와 피치는 소프트뱅크에 BB+를 줬다. 투자등급 바로 아래 칸이다.


  1. 9.75%는 얼마나 비싼 이자인가

이번에 판 달러 채권은 세 종류다. 3.5년짜리 10억 달러는 연 8.625%, 5.5년짜리 45억 달러는 9.25%, 7.5년짜리 45억 달러는 9.75%다. 오래 빌릴수록 이자가 높다. 먼 미래일수록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유로 채권도 5억 유로씩 두 종류를 팔았다. 달러 채권 100억 달러에 이 유로 채권을 더한 것이 전체 111억 달러다.

비교 대상을 놓으면 크기가 보인다. 판매 당시 블룸버그 지수로 BB 등급 달러 채권의 평균 금리는 6.55%였다. 가장 긴 채권 기준으로 같은 등급 회사들보다 3.2%포인트를 더 얹어 준 셈이다. 국채 같은 기준 금리 위에 떼일 위험 몫으로 더 붙는 이자를 가산금리라고 하는데, 소프트뱅크는 같은 등급 평균보다도 이를 더 얹어 준 것이다. BB 중 가장 높은 칸인데도 평균보다 비싸게 빌린 이유로 로이터는 AI 투자 규모와 그 돈을 대려고 빌리는 액수가 워낙 크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3.2%포인트는 가장 긴 7.5년짜리와 비교한 값이라, 만기가 짧은 채권까지 섞인 평균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소프트뱅크 자신의 과거와 비교해도 비싸다. 2021년 6월 판 73억 달러 채권의 금리는 2.125~5.25%였다. 올해 4월 판 3.5년·5.5년 채권(7.625%·8.25%)과 비교해도 1%포인트씩 높다.


  1. 비싼 이자인데 왜 돈이 몰렸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 23일 오후(아시아 시간) 100억 달러어치 달러 채권에 300억 달러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주문이 넘치자 소프트뱅크는 이자를 처음 제시한 범위의 맨 아래나 그보다 낮게 확정했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이자를 덜 줘도 팔리기 때문이다. 3.5년·5.5년짜리는 제시 범위보다 낮췄고, 7.5년짜리는 9.75~9.875%를 제시했다가 가장 낮은 9.75%로 정했다.

투자자 쪽에서 보면 계산이 선다. 가장 긴 채권 기준으로, 비슷한 신용등급 회사들의 평균 금리보다 이자를 3.2%포인트 더 받는다. 그 웃돈이 떼일 위험보다 크다고 본 돈이 줄을 섰다.

결과는 세계 하이일드 회사채 역사상 가장 큰 판매였다. LSEG 집계로 종전 기록은 2014년 프랑스 통신사 누메리커블의 109억 달러였다.


  1. 이 돈은 오픈AI로 간다

로이터가 본 채권 조건서에 따르면 이 돈은 10월 1일 오픈AI에 넣을 100억 달러에 쓰인다. 소프트뱅크가 약속한 오픈AI 투자 646억 달러의 마지막 몫이다. 이 투자가 끝나면 소프트뱅크는 오픈AI 지분 약 13%를 갖는다. 소프트뱅크는 이달 일본 개인투자자에게도 1조 엔어치 채권을 팔았다.

AI 돈이 어디서 오는지도 달라졌다. 피치의 아오야마 사토루 이사는 “미국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도 빚을 냈지만 신용등급이 높았다. 이제 AI 빚이 하이일드 시장에 대규모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집계로 올해 AI 관련 채권 발행은 이미 5,750억 달러를 넘었다. 소프트뱅크 혼자 올해 아시아태평양·일본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의 63.4%(146억 달러)를 차지했다.


  1. 잘 팔렸다고 위험이 줄어든 건 아니다

주문이 몰린 같은 주, 소프트뱅크 빚의 부도 보험료(CDS, 돈을 떼이면 대신 물어주는 보험의 값)는 5년 기준 9월 24일 보도 시점에 400bp(연 4%)를 넘었다. 6월에는 280bp 안팎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1억 원어치 채권을 지키는 1년 보험료가 280만 원 안팎에서 400만 원 넘는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로이터는 AI 투자와 이를 위해 빌리는 돈이 커지면서 이자와 함께 부도 보험료도 뛰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걱정하는 건 쏠림이다. 미국 신용분석회사 크레딧사이츠의 마크 채프먼은 소프트뱅크 자산 가치의 4분의 3이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오픈AI 지분이라고 계산했다. 빚을 갚을 밑천(자산)이 두 회사 값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빚을 내 오픈AI에 넣고, 그 빚을 갚을 밑천도 다시 오픈AI(와 Arm) 지분 값에 달린 셈이다. 채프먼은 이렇게 쏠림이 커지고 현금 흐름이 크게 빠듯해지면서 소프트뱅크 빚의 위험도 커졌다고 봤다. 기대했던 오픈AI와 자회사 SB에너지의 상장도 미뤄졌다. 반면 S&P는 Arm 주가가 강해 오픈AI 상장 연기가 당장 신용도를 해치지는 않는다고 봤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주문이 3배 몰렸다는 건 소프트뱅크가 안전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위험을 떠안는 값을 충분히 쳐줬다는 뜻이다. 실제로 주문이 몰린 그 주에 부도 보험료는 6월보다 약 120bp 올라 있었다. 인기와 안전은 서로 다른 숫자다.

AI 투자 붐도 같은 눈으로 보인다. 미국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AI 빚은 신용등급이 높았다. 이제는 9.75%를 받고 위험을 떠안는 투자자의 돈이 AI로 들어온다. 오픈AI 기대가 흔들리면 그 불안은 소프트뱅크가 다음에 돈을 빌릴 때 내야 할 이자로 돌아올 수 있다.

판단 기준은 한 줄이다. 잘 팔린 채권이 안전한 채권은 아니다. 그 회사가 다음에 빌릴 때 이자가 오르면, 시장은 이미 그 회사를 더 위험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출처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business/2026/09/24/softbank-raises-us-11-1bil-in-world-s-biggest-high-yield-corporate-bond-sale
https://www.japantimes.co.jp/business/2026/09/24/companies/softbank-junk-bond-steep-price-pay/
https://en.sedaily.com/society/2026/09/24/softbanks-junk-bond-sale-draws-over-20-billion-for-openai
https://www.brecorder.com/news/40440461/softbank-group-launches-over-10-billion-in-bonds-for-openai-investment-term-sheet-shows
https://www.ebc.com/forex/softbank-bond-sale-openai-30-billion-demand
https://americanbazaaronline.com/2026/09/24/softbank-makes-history-with-record-11-1b-high-yield-bond-sale-488764/


용어 풀이
하이일드 채권(정크본드) — 신용등급이 투자등급(BBB-) 아래인 회사가 내는 채권으로, 떼일 위험이 큰 만큼 이자가 높다.
투자등급 — 신용평가사가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하다’고 본 BBB- 이상 등급으로, 이 아래부터 투기등급이다.
가산금리 — 기준이 되는 금리 위에 떼일 위험의 몫으로 더 얹는 이자로, 위험하다고 볼수록 커진다.
CDS(부도 보험료) — 회사가 빚을 못 갚을 때 대신 물어주는 보험의 가격으로, 오르면 시장이 그 회사를 더 위험하게 본다는 뜻이다.
bp(베이시스포인트) — 0.01%포인트를 뜻하는 단위로, 100bp는 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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