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8월 미국에서 차 8만 3,793대를 팔아 역대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하이브리드차(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차) 판매가 1년 전보다 65.7% 늘어난 덕이다. 그런데 주가는 반대로 갔다. 8월 말 13만 1,000원이던 기아 주가는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9월 23일 11만 5,400원으로 11.9% 빠졌다.
실적 좋은 회사가 억울하게 맞았다고 보기 쉽다. 하지만 증권가가 꼽는 이유는 판매 대수가 아니라, 판 돈을 원화로 바꾸는 순간에 있다. 원화가 비싸지면서 같은 차 1대를 팔아도 기아 손에 남는 원화가 줄고 있다.
- 차는 더 팔렸는데 원화로는 덜 남는다
원·달러 환율(1달러를 사는 데 드는 원화)은 7월 2일 1,555.8원에서 9월 10일 1,339.2원으로 두 달여 만에 216.6원, 13.9% 내렸다. 숫자가 작아질수록 원화가 비싸진 것(원화 강세)이다.
기아는 미국에서 차를 달러로 팔고, 그 달러를 원화로 바꿔 실적에 적는다. 3만 달러짜리 차 1대라고 가정하면 7월 2일 환율로는 약 4,667만 원이지만 9월 10일 환율로는 약 4,018만 원이다. 차 값은 그대로인데 원화로는 약 650만 원이 줄어든다.
- 환율이 올려 준 이익이 이제 거꾸로 돈다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환율이 오르면서(원화 약세) 기아가 누린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4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환율 방향이 바뀌면 이 효과도 반대로 돌아선다.
증권가는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0원 낮아지면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1조 4,000억 원 줄어든다고 본다. 기아가 올해 목표로 내건 영업이익 10조 2,000억 원의 약 14%다. 환율 민감도(환율이 움직일 때 이익이 흔들리는 정도)가 비교한 3사 중 가장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원화 강세가 모든 숫자를 깎지는 않는다. 해외에서 판 차의 수리 보증에 대비해 쌓는 돈(판매보증비)은 원화가 강해지면 줄어든다. 한국투자증권은 7월 27일, 환율이 유지되면 3분기 판매보증비가 전 분기보다 2,500억 원 줄 것으로 봤다.
- 전기차는 많이 팔수록 이익률을 깎는다
주가를 누른 또 하나는 전기차다. 기아의 2분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1년 전보다 88.4% 늘어 11만 대였다. 유안타증권은 이를 두고 “이익 측면에서 이는 전사 영업이익률을 훼손하는 믹스의 악화”라고 했다. 믹스는 파는 차의 구성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와 경쟁이 심해지고 전기차를 늘리면서 장려금(판촉비)이 커진 영향이 컸다고 짚었다.
2분기 매출은 33조 370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였지만 영업이익은 2조 6,285억 원으로 4.9% 줄었다. 미국에서 차 1대당 할인·판촉비(인센티브)가 400달러, 유럽에서 1,000유로 늘어 7,230억 원의 이익이 깎였다. 실적 발표일인 7월 24일 주가는 하루 12.88% 빠졌다. 주가는 9월에 갑자기 빠진 게 아니다. 7월 24일 급락은 판촉비가 깎은 실적 탓이었고, 그 뒤 두 달은 원화 강세까지 더해져 반등하지 못했다. 7월 23일 14만 9,800원이던 주가는 9월 23일까지 23.0% 내렸다.
- 하이브리드는 판매와 구성을 함께 바꾼다
반대편에는 하이브리드가 있다. 기아의 2분기 미국 하이브리드 소매 판매는 5만 9,000대로 1년 전보다 226.4% 늘었고, 8월에도 2만 4,948대로 65.7% 늘었다. 같은 8월 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는 3,046대로 44.7% 줄었다.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가 지난해 9월 말 끝난 탓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에 따른 제품 믹스 개선을 앞으로 주가 재평가를 좌우할 변수로 꼽는다. 판매 대수만이 아니라 1대당 남는 돈을 바꿀 수 있는 쪽이라는 뜻이다.
- 주가는 이미 싼 쪽에 와 있다
9월 21일 기준 기아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가 1년 이익의 몇 배인지)은 6.67배로 업종 평균 7.97배보다 낮았고, 배당수익률은 5.67%였다. 2분기 실적 뒤인 7월 27일 나온 목표주가는 유안타증권 19만 원, 한국투자증권 22만 원이다. 9월 23일 종가보다 65~91% 높지만, 9월 하락과 원화 강세가 반영되기 전 숫자다.
주가가 환율만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자동차주 전체로는 미국 관세 부담이 겹쳤고, 유안타증권은 2분기 실적 뒤 기아 주가가 빠진 이유로 하반기 기대 요인이 없고 로봇 신사업 기대감이 약한 점도 꼽았다.
- 남은 카드는 20조 원 넘는 순현금이다
증권가가 꼽는 또 하나의 변수는 기아가 가진 20조 원이 넘는 순현금(가진 현금에서 빚을 뺀 돈)의 쓰임새다. 9월 21일 기아 시가총액 46조 8,496억 원의 40%를 넘는 돈이다.
기아는 4월 투자자 행사에서 2026~2028년 총주주환원율(순이익 중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 목표를 35% 이상으로 잡았다. 환율이 깎는 이익을 회사가 되돌릴 수는 없지만, 쌓인 현금을 주주에게 얼마나 돌려줄지는 회사가 정할 수 있다. 자사주를 사서 없애면(소각) 주식 수가 줄어 1주에 돌아가는 이익이 커진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수출 회사 주가는 “얼마나 팔았나”보다 “판 돈을 몇 원에 바꾸나”에 먼저 반응한다. 원·달러가 100원 내릴 때 연간 영업이익이 1조 4,000억 원 줄어드는 구조에서는, 판매 신기록 뉴스만으로 주가를 받치기 어렵다.
환율 전망도 원화 강세 쪽이다. 한국투자증권은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을 1,350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연말 1,300원 내외로 내다봤다. 추석 연휴 전날 환율은 1,358.4원으로 이미 그 근처다.
판단 기준은 한 줄이다. 원화가 강한 동안 기아 주가를 받칠 수 있는 건 판매 대수가 아니라 하이브리드로 1대당 남기는 돈과, 20조 원이 넘는 순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규모다.
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55795i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71067586
https://kr.investing.com/news/stock-market-news/article-93CH-2028251
https://www.seoul.co.kr/news/economy/car/2026/09/03/20260903031004
https://www.etoday.co.kr/news/view/2624151
https://www.imaeil.com/page/view/2026092309381751175
https://www.mt.co.kr/stock/2026/07/27/2026072708202089657
https://www.etoday.co.kr/news/view/2607548
https://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6204094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13667
https://www.sedaily.com/article/20094610
https://query1.finance.yahoo.com/v8/finance/chart/000270.KS?range=3mo&interval=1d
용어 풀이
원화 강세 — 원·달러 환율 숫자가 작아져 1달러를 사는 데 드는 원화가 줄어든 상태로, 수출 회사가 번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손에 남는 돈이 줄어든다.
환율 민감도 — 환율이 일정하게 움직일 때 회사 이익이 얼마나 늘거나 줄어드는지를 나타낸 값이다.
믹스 — 회사가 파는 제품의 구성으로, 이익이 많이 남는 제품 비중이 커지면 ‘믹스가 좋아졌다’고 한다.
순현금 — 회사가 가진 현금에서 갚아야 할 빚을 뺀 돈이다.
총주주환원율 — 순이익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돈의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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