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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이자 5%인데, 장기채 ETF 산 개미는 왜 손해 봤나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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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9월 29일(현지시간) 장중 연 5.613%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날 10년 만기 금리도 연 5.264%에 거래됐다. 국내 투자자는 7~9월 미국 국채를 약 5조3861억 원어치 사들였다.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분기 최대다(한국예탁결제원).

그런데 미국 장기채 ETF(상장지수펀드, 주식처럼 사고파는 펀드)를 산 개인은 손실을 봤다. 만기가 20년 넘게 남은 미국 국채를 담는 대표 ETF인 TLT(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는 올해 들어 9월 29일까지 분배금(펀드가 나눠 주는 이자)을 포함하고도 7.54% 잃었다. 최근 1년 분배금은 가격의 4.97%로 ‘이자 5%’에 가깝지만, 손실을 막지 못했다.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건 이미 나온 국채 값이 떨어진다는 뜻이고, 만기가 길수록 더 크게 떨어진다.


  1. 5% 이자는 오늘 새로 사는 사람의 몫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미국 증시 감독기관)는 회사채 투자자 안내서에서 채권 일반의 원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시장 금리가 3%에서 4%로 오르면, 3% 이자를 주는 채권은 4%를 주는 새 채권과 경쟁해야 해서 값이 떨어지기 쉽다. 금리와 채권값은 시소의 양 끝처럼 반대로 움직인다. 같은 안내서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바뀔 시간이 길어 금리 위험이 대체로 더 크다고 적었다.

같은 미국 국채 ETF인데도 결과가 엇갈린 건 이 때문이다. 만기 0~3개월짜리 국채만 담는 SGOV(블랙록의 초단기 국채 ETF)는 같은 기간 분배금 포함 2.70% 올랐다.


  1. 만기 길이를 숫자로 바꾼 것이 듀레이션이다

열쇠는 듀레이션(금리가 변할 때 채권값이 얼마나 출렁이는지를 햇수로 나타낸 값)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1%포인트 변하면 채권값은 듀레이션 1년당 약 1% 반대로 움직인다. 9월 29일 기준 TLT의 듀레이션은 14.74년, SGOV는 0.11년이다.

어림하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TLT는 약 14.7%, SGOV는 약 0.1% 떨어진다는 뜻이다. TLT의 1년 분배금 4.97%를 듀레이션 14.74로 나누면 약 0.34%포인트가 나온다(비트프레스 계산). 장기금리가 1년 사이 이만큼만 더 올라도 1년 치 이자가 가격 하락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실제 금리는 그보다 많이 올랐다. 30년물 금리는 7월 1일 연 4.97%에서 9월 28일 5.56%로 석 달 사이 0.59%포인트 올라 약 0.34%포인트를 웃돌았다. 다만 TLT가 담은 20~30년물이 30년물과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고, TLT의 올해 손실(-7.54%)은 1월부터 잰 값이라 기간이 다르다.


  1. 개인은 저점 매수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왔지만, 값은 더 내려갔다

코스콤 ETF체크 집계로 개인은 7월 28일~8월 28일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를 17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채권형 ETF 중 1위다. 같은 기간 이 ETF는 8.09% 떨어졌고, 8월 28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금리 반락을 기대한 저점 매수로 풀이했다.

그 뒤에도 금리는 올랐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ACE와 비슷한 다른 상품인 ‘RISE 미국30년국채액티브’는 9월 29일 7955원에 마감해 8월 말보다 약 7.2% 떨어졌다(분배금 제외 가격 기준, ACE의 같은 기간 성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상장 ETF를 달러로 산 사람은 환율도 따져야 한다. 원·달러 환율은 1월 2일 1441.8원에서 9월 29일 오전 1359.4원으로 약 5.7% 내렸다. 연초에 산 사람은 원화로 바꿀 때 그만큼 덜 받는다(기준일이 달라 TLT 손실에 더하지 않았다).


  1. 9월 들어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1위는 초단기 국채 ETF로 바뀌었다

파이낸셜뉴스가 전한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로 9월 1~14일 국내 투자자의 SGOV 순매수 결제액은 1억5279만 달러로 미국 종목 가운데 1위였다. 8월 순위는 9위였다. 개인만 센 앞의 ACE 집계와는 대상이 달라, 같은 돈이 옮겨 갔다고 볼 수는 없다.

이자만 보면 낮은 쪽이다. 9월 29일 기준 30일 SEC 수익률(최근 30일 이자 수익을 1년 치로 환산한 값)은 SGOV 3.67%, TLT 5.49%다. 대신 SGOV는 듀레이션이 0.11년이라 1년 분배금 3.69%를 지우려면 금리가 33%포인트 넘게 올라야 한다(비트프레스 어림 계산).

금리가 오른 이유로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투자 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재정 적자 확대 등을 함께 꼽았다.


  1. 2023년에도 같은 장면이 있었다

2023년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는 1월부터 9월 22일까지 TMF(만기 20년 넘은 미국 국채 가격의 하루 등락을 3배로 따르는 레버리지 ETF)를 약 9억2000만 달러어치 순매수해 해외 주식 순매수 1위에 올렸다. TMF는 9월 21일 5.20달러로 연초 8.03달러보다 35% 넘게 떨어졌고, TLT도 연초보다 18% 내렸다.

금리가 방향을 바꾸자 장기채는 반대로 크게 움직였다. 뉴스핌에 따르면 2024년 4월 금리 고점부터 9월까지 금리가 내리는 동안 TLT는 11% 올랐고, 중기채 ETF IEF(7~10년물)와 단기채 ETF SHY(1~3년물)는 5%, 3% 오르는 데 그쳤다. 듀레이션은 이익도 키운다.

반례도 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연준(미국 중앙은행)이 2024년 9월 기준금리를 내린 뒤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을 시사한 경제지표가 나오자 채권이 팔렸고, TLT는 한동안 약 7% 떨어졌다. 연준이 정하는 건 은행 간 하룻밤 대출 금리이고, 20~30년물 금리는 시장이 성장·물가·재정 전망을 반영해 정한다는 설명이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이자 5%’는 오늘 새로 사서 만기까지 들고 가는 사람의 숫자다. SEC 안내서대로 개별 채권은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받는다(발행자 부도 위험 제외). 반면 TLT는 남은 만기가 20년 넘는 국채를 담도록 운용되는 펀드라, 금리가 오르면 듀레이션만큼 가격이 떨어지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아 만회하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장기채 ETF는 이자를 받는 상품이면서 동시에 장기금리 방향에 크게 좌우되는 상품이다. 금리가 더 오르면 이자보다 가격 하락이 커질 수 있다. 판단 기준은 나눗셈 하나다. 1년 이자를 듀레이션으로 나눈 값보다 장기금리가 1년 안에 더 오르면, 이자를 받고도 손해다. 9월 29일 기준 TLT는 약 0.34%포인트, SGOV는 약 33%포인트다.


출처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8912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3056341
https://www.ishares.com/us/products/239454/ishares-20-year-treasury-bond-etf
https://www.ishares.com/us/products/314116/ishares-0-3-month-treasury-bond-etf
https://www.sec.gov/files/ib_corporatebonds.pdf
https://www.fnnews.com/news/202609151815159479
https://www.fnnews.com/news/202608301758549629
https://news.nate.com/view/20260611n28256
https://www.sedaily.com/article/13768256


용어 풀이
듀레이션 — 금리가 1%포인트 변할 때 채권값이 대략 몇 % 반대로 움직이는지를 햇수로 나타낸 값으로, 길수록 금리에 더 크게 흔들린다(예: 14.74년이면 약 14.7%).
분배금 — ETF가 담은 채권에서 받은 이자 등을 투자자에게 나눠 주는 돈이다.
30일 SEC 수익률 — 펀드가 최근 30일 동안 번 이자 수익을 1년 치로 환산해 미국 규정대로 계산한 수익률이다.
순매수 — 같은 기간 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값으로, 플러스면 산 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레버리지 ETF — 기초 지수의 하루 등락을 2배·3배처럼 키워 따라가도록 만든 ETF로, 손실도 같은 배수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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