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클로드’를 만드는 미국 AI 회사 앤트로픽이 2025년 한 해 약 420억 달러(약 57조 원)의 순손실을 냈다. 로이터가 입수해 9월 28일(현지시간) 보도한 투자설명서 초안에 나온 숫자다. 그런데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가 상장하면 몸값이 2조 달러(약 2,700조 원)를 넘을 수 있다. 원화는 9월 29일 원·달러 환율 1,356.7원으로 환산했다.
장부상 손실까지 합친 57조 원 적자에 2,700조 원 몸값이라니 거품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적자를 뜯어 보면 약 81%는 현금이 나가지 않은 장부상 손실이고, 그 손실은 회사 가치가 올라서 생겼다. 다만 현금 문제는 따로 있다. 여러 해에 걸쳐 치러야 할 청구서가 같은 문서에 적혀 있다.
- 적자 10원 중 8원은 현금이 나가지 않았다
순손실 420억 달러 가운데 약 340억 달러(약 46조 원)는 전환증권 평가손실이다. 전환증권은 투자자가 돈을 넣고 뒤에 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받은 투자금이다. 앤트로픽 가치가 오르자 투자자에게 내줘야 할 주식 몫의 추정 가치도 올랐고, 그 오른 만큼이 장부에 손실로 적혔다. 순손실의 약 81%다(340억÷420억, 계산).
가게를 차리며 “나중에 지분으로 갚겠다”고 돈을 빌린 것과 비슷하다. 가게가 잘될수록 약속한 지분 값이 커져 장부상 빚이 는다. 다만 그해 현금이 나간 것은 아니다.
이 몫을 빼고 사업을 굴려 본 손실, 즉 영업손실(매출에서 인건비·컴퓨팅 비용 같은 영업비용을 뺀 손실)은 80억6,000만 달러(약 10조9,000억 원)다. 1년 전 29억8,000만 달러보다 커졌다. 이 역시 한 해 현금 유출액과 같은 숫자는 아니다.
- 매출은 1년 새 12배, 올해는 분기마다 뛰었다
2025년 매출은 약 46억 달러로 1년 전(약 3억8,600만 달러)의 12배였다. 초안 보도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매출은 115억 달러로, 1분기 47억3,000만 달러의 두 배를 넘었다. 분기와 연간이라 기간이 다르지만, 한 분기 매출이 지난해 1년 치의 약 2.5배다(계산).
초안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조정 기준(일회성 비용 등을 뺀 회사 기준)으로 두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1절의 영업손실은 2025년 회계기준(GAAP) 실적이라 두 숫자는 기준과 기간이 다르다.
몸값 전망의 근거로 거론되는 것은 이 매출 증가 속도다(필자 해석). KB증권은 몸값 2조 달러를 가정하면 연환산 매출(최근 매출 속도로 1년 치를 계산한 값) 650억 달러 대비 주가매출비율이 30배 수준이라고 계산했다. 650억 달러는 로이터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7월 말 기준 숫자다. 팔란티어 등 AI 관련 기업도 확정 매출 대비 30배 이상이라고 KB증권은 덧붙였지만, 기준 매출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
- 2조 달러는 아직 정해진 값이 아니다
2조 달러는 확정된 공모가가 아니라 로이터가 전한 전망이다. 공개된 최근 평가액은 5월 투자 유치 때의 9,650억 달러(약 1,309조 원)이고, 앤트로픽은 이때 650억 달러를 새로 조달했다.
투자설명서도 9월 29일 현재 공개되지 않은 초안이다. 이데일리가 전한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상장신청서(S-1, 회사 재무와 위험을 밝히는 투자설명서)를 냈다. 로이터는 최신 보도에서 기업공개(IPO, 주식을 처음 일반 투자자에게 파는 일)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9월 초에는 선거 직전 상장을 점친 보도도 있었던 만큼 일정은 바뀔 수 있다.
- 대신 청구서도 크다
앤트로픽은 2025년 컴퓨팅·인프라에 73억3,000만 달러를 썼다. 1년 전의 약 3배이고, 영업비용 126억5,000만 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앞으로 클라우드·컴퓨팅·인프라에 계약상 쓰기로 한 돈은 약 5,180억 달러(약 703조 원)이고, 약 80%는 취소할 수 없다.
반면 2025년 12월 31일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단기 투자자산 포함)은 202억8,000만 달러다. 여러 해 약정 총액과 한 시점 잔액이라 성격이 다르지만, 약정이 2025년 말 현금보다 약 25배 많다(계산). 5월에 조달한 650억 달러를 단순히 더해도 약정에 크게 못 미친다(계산).
고객 쏠림도 위험이다. 초안은 지난해 매출의 약 4분의 1이 두 고객에게서 나왔고, 큰 고객 상당수가 장기 계약이 없어 지출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타임스에 따르면 두 고객은 아마존과 구글이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지출 약정 가운데 구글 몫이 최소 1,110억 달러, 아마존 몫이 1,100억 달러다.
- 국내 투자자에게는 왜 중요한가
KB증권 김민규 연구원은 9월 4일 보고서에서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투자자 수급이 앤트로픽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근거는 스페이스X다. 이데일리가 전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상장 뒤 1개월간 한국 투자자 미국주식 순매수의 97%를 차지했다. 이 수치의 집계 방식은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그 스페이스X는 6월 1조7,700억 달러 몸값으로 상장해 첫날 19% 올랐다. 9월 28일 로이터 보도 기준 주가는 약 147달러로 공모가 135달러를 웃돈다.
KB증권은 흥행하면 앤트로픽이 수급을 강하게 빨아들여 다른 AI 테마는 잠시 쉴 수 있다고 봤다. 부진하면 클라우드·메모리 등 후방산업으로 우려가 번질 수 있지만, 한국 반도체는 7월 급락으로 가격이 이미 낮아져 전저점 아래로 폭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대표주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주에게도 남 일이 아니다(필자 예시).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앤트로픽의 57조 원 적자는 거품의 증거도, 무시해도 될 숫자도 아니다. 약 81%는 몸값이 올라 생긴 장부상 손실이다. 회계기준 영업손실 80억 달러는 2025년 실적이고, 초안 보도상 올해는 조정 기준 영업이익이 났다. 두 기준은 다르다.
그래서 적자 AI 기업의 상장 뉴스는 세 줄로 나눠 읽으면 된다. 순손실 중 현금이 안 나간 몫이 크면 적자 숫자만큼 나쁘지는 않다. 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늘면 성장 이야기는 살아 있다. 지출 예정액이 현금보다 훨씬 크면 앞으로 벌거나 조달할 돈에 기대야 한다. 보도된 초안 기준으로 앤트로픽은 앞의 두 줄에서 좋은 답을, 세 번째 줄에서 무거운 답을 냈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적자 크기보다 돈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 KB증권은 스페이스X 때처럼 국내 투자자 돈이 앤트로픽으로 몰릴 수 있다고 봤다.
출처
https://fortune.com/2026/09/29/anthropic-ipo-s-1-prospectus-income-statement/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5749
https://decrypt.co/379605/anthropic-lost-42-billion-last-year-wants-ipo-2-trillion
https://finance.yahoo.com/technology/ai/articles/anthropic-ipo-prospectus-2025-revenue-120505564.html
https://investinglive.com/stock-market-update/anthropic-ipo-prospectus-shows-42-billion-2025-loss-and-518-billion-spending-plans/
https://dailycaller.com/2026/09/29/anthropic-ipo-prospectus-reveals-8-billion-operating-loss/
https://finance.yahoo.com/technology/ai/articles/anthropics-path-ai-startup-industry-235243135.html
https://thenextweb.com/news/anthropic-ipo-mid-october-midterms-15bn-credit-facility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4152486645576840
https://www.mt.co.kr/economy/2026/09/29/2026092915322975023
용어 풀이
전환증권 평가손실 — 나중에 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투자금의 추정 가치가 올라, 그 오른 만큼을 현금 지출 없이 장부에 손실로 적은 것이다.
영업손실 — 매출에서 인건비·컴퓨팅 비용 같은 영업비용을 뺐을 때 모자라는 금액으로, 본업을 굴려 본 손실이다.
투자설명서(S-1) — 미국에서 상장하려는 회사가 증권거래위원회에 내는 서류로, 재무 숫자와 사업 위험을 투자자에게 밝힌다.
기업공개(IPO) — 비상장 회사가 주식을 처음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팔고 증시에 올라가는 일이다.
연환산 매출 — 최근 한 달이나 한 분기의 매출 속도가 1년 내내 이어진다고 가정해 계산한 1년 치 매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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