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일반상가 8곳 중 1곳이 비어 있다. 2분기 공실률은 13.36%로, 2024년 3분기부터 7분기 연속 올라 2021년 이후 가장 높다. 같은 시기 서울 아파트값은 9월 셋째 주까지 85주 연속 올랐다.
‘부동산이 오른다’는 말은 흔히 아파트와 상가를 한 묶음으로 본다. 하지만 두 자산은 값이 매겨지는 방식이 다르다. 아파트값은 살 집이 모자랄 때 오르고, 상가값은 그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월세를 낼 수 있을 때 오른다. 지금 식고 있는 건 두 번째 조건이다.
- 1층까지 비기 시작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일반상가 공실률은 2021년 1분기 11.96%에서 올 2분기 13.36%로 5년 새 1.4%포인트 올랐다. 17개 시도 가운데 울산을 뺀 16곳에서 공실률이 높아졌다.
상가에서 가장 비싼 자리인 1층도 예외가 아니다. 1층 공실률은 같은 기간 4.79%에서 6.68%로 올랐다. 지역별로는 세종이 22.79%로 가장 높았고, 대구 17.84%, 충북 17.43%, 경북 16.66%, 광주 16.50%가 뒤를 이었다. 공실률 상위 5곳이 모두 수도권 밖이다.
- 아파트값과 상가값은 계산법이 다르다
아파트는 내가 사는 곳이다. 살고 싶은 동네에 새 집이 부족하면, 세입자의 장사와 상관없이 값이 오른다. 서울 아파트값이 85주 연속 오른 것도 이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상가는 다르다. 상가를 사는 사람은 그 안에서 살지 않고 월세를 받으려고 산다. 그래서 상가값은 ‘이 자리에 들어올 가게가 매달 얼마를 낼 수 있나’로 정해진다. 월세를 낼 가게가 줄면 비어 있는 동안 월세가 0이 되고, 값도 따라 내려간다.
- 월세를 낼 가게가 줄었다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7만5,681개, 폐업률은 8.64%였다. 폐업 사유의 50.4%가 ‘사업 부진’이었다. 가게가 문을 닫으면 그 자리는 새 세입자를 찾을 때까지 빈 상가로 남는다. 그동안 주인은 월세 없이 관리비와 대출 이자를 혼자 낸다. 빈 상가에서는 월세 수입이 통째로 0이 된다.
소비도 가게 밖으로 나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5조95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3% 늘었다. 2017년 통계 작성 이후 월 기준 최대다. 소비가 늘어나는 곳이 길가 가게가 아니라 화면 속이라는 뜻이다.
- 월세가 버티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2분기 조사에서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보다 0.03% 내렸다. 소규모 상가는 0.14%, 집합 상가(한 건물을 호수별로 나눠 파는 상가)는 0.04% 내렸다. 같은 기간 오피스 임대가격지수는 0.42% 올랐다.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라도 오피스와 상가는 갈렸다. 오피스 공실률은 9.0%로 상가(13.4%)보다 낮다. 한국부동산원은 오피스가 “서울·경기·부산 등 주요 업무지구 내 안정적인 임차 수요로 임대가격지수 상승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사무실이 필요하지만, 가게는 손님이 와야 버틴다.
금리도 상가 주인에게 불리하게 움직였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8월 27일에는 연 3.00%로 올렸다. 대출을 끼고 상가를 산 주인이라면, 월세는 멈췄는데 이자가 오를 때 손에 남는 돈이 줄어든다.
- 모든 상가가 식는 건 아니다
서울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2분기에 0.46% 올랐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은 3.19%, 뚝섬은 2.55% 올랐다. 반면 충북은 0.27%, 전남은 0.25% 내렸다. 지방 상권은 매출 감소와 공실 장기화로 부진이 이어졌다.
상가 투자수익률은 모든 유형에서 올랐지만, 한국부동산원은 그 이유를 수도권 중심의 자산가치 상승으로 봤다. 월세 수입보다 건물·부동산 가치 상승이 수익률을 받쳐 줬다는 뜻이다. 손님이 몰리는 몇몇 상권과 나머지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집값이 오를 때 상가가 식는 건 모순이 아니다. 아파트는 사는 사람의 수요로 값이 정해지고, 상가는 장사하는 사람의 매출로 값이 정해진다. 폐업이 늘고 소비가 온라인으로 옮겨 가고 금리가 오르는 지금은 상가값을 받치는 세 기둥이 한꺼번에 약해진 상황이다.
황희 의원은 “상가 공실 확대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수 여건과 소비 환경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민생경제의 신호”라고 했다. ‘월세 받는 노후’를 떠올리며 상가를 보는 사람이라면, 동네 집값이 아니라 그 자리 가게의 매출이 계산의 출발점이다.
판단 기준은 한 줄이다. 상가의 값은 건물이 아니라 그 안 가게가 내는 월세에서 나오고, 월세는 손님이 그 문을 열고 들어와야 생긴다.
출처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9000017670
https://www.fnnews.com/news/202607301012142708
https://www.etoday.co.kr/news/view/2609268
https://www.fnnews.com/news/202609240956262533
https://www.ajunews.com/view/20260901111640655
https://www.bok.or.kr/portal/singl/baseRate/list.do?dataSeCd=01&menuNo=200643
용어 풀이
공실률 — 전체 상가 가운데 세입자 없이 비어 있는 곳의 비율이다.
임대가격지수 — 같은 상가의 월세가 이전보다 얼마나 오르거나 내렸는지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 — 직접 살기보다 월세 같은 임대 수입을 얻으려고 사는 상가·오피스 같은 부동산이다.
집합 상가 — 한 건물의 상가를 호수별로 나눠 각각 따로 사고파는 상가로, 아파트 단지 상가가 대표적이다.
투자수익률 — 한 분기 동안 월세 수입(소득)과 건물값 변화(자본)를 합쳐 계산한 수익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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