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9월 한 달 동안(9월 27일 보도 기준) 코스피에서 12조 원을 팔았다. 그중 SK하이닉스가 5조8,000억 원, 삼성전자가 2조7,000억 원이다. 판 돈의 약 70%가 반도체 두 종목에서 나왔다.
‘외국인이 한국을 떠난다’는 말이 나오기 쉬운 숫자다. 그런데 같은 시기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년 전의 약 9배다. 이익은 크게 는다는데 외국인은 왜 팔았고, 무엇을 봐야 다시 돌아올까.
- 매도는 반도체 두 종목에 몰렸다
가장 많이 판 구간은 9월 9~16일이다. 외국인은 이 6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 11조9,465억 원을 순매도했다. 하이닉스 6조2,945억 원, 삼성전자 4조8,775억 원으로 두 종목이 93.5%를 차지했다. 이 기간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3.75~4%로 올린 날과 겹친다.
반대로 이 기간 외국인은 SK이노베이션(1,537억 원), 대한항공(1,238억 원), 우리금융지주(1,105억 원) 같은 정유·항공·금융주는 사들였다. 한국 주식 전체를 버린 게 아니라, 많이 오른 반도체 비중을 덜어 낸 모습이다.
외국인의 반도체 매도는 9월에 갑자기 시작된 것도 아니다. 월 기준으로 보면 외국인은 두 종목을 5월부터 5개월 연속 순매도하고 있다. 8월에도 코스피에서 10조1,620억 원을 팔았지만, 같은 달 코스피는 6,257.45에서 6,820.02로 8.99% 올랐다. 외국인이 판다고 곧바로 지수가 빠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 외국인이 팔 때 누가 샀나
개인도 9월 1~11일 삼성전자 5조2,120억 원, 하이닉스 7조8,180억 원을 팔았다. 두 종목을 합쳐 13조300억 원이다.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사들이던 개인이 5개월 만에 판 쪽으로 돌아섰다.
그 물량을 받아 간 건 기타법인(회사·법인 계좌)이다. 자사주 매입(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여기에 잡히는데, 같은 기간 삼성전자 4조6,580억 원, 하이닉스 9조8,9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하이닉스는 8.24% 올랐고 삼성전자는 0.19% 내렸는데, 기타법인 매수가 하이닉스에 더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 8월에 외국인을 불러들인 건 ‘기대’였다
외국인이 반도체를 계속 판 것만은 아니다. 8월 11~18일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순매수했다. 1월 이후 약 7개월 만이었다. 누적 8조1,561억 원 중 87%가 하이닉스(3조6,489억 원)와 삼성전자(3조4,831억 원)였다. 이 5거래일 동안 하이닉스는 17.04%, 삼성전자는 16.74% 올랐다.
이때 이유로 꼽힌 건 두 가지다. 글로벌 AI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메모리 가격과 수요 기대가 되살아났고, 7월 급락으로 값이 싸졌다. 실적 발표가 아니라 ‘앞으로 메모리가 더 팔린다’는 기대가 방아쇠였다.
9월 18일에도 비슷했다. 미국 국채금리와 유가가 내리자 외국인은 8거래일 만에 4,262억 원을 순매수했고, 하이닉스는 이날 6% 올랐다.
- 삼성 3분기 이익 예상치는 1년 전의 9배
삼성전자는 10월 초 3분기 잠정실적(결산 전에 먼저 알리는 추정 실적)을 공개한다. 증권가 컨센서스(여러 증권사 예상치의 평균)는 영업이익 111조7,400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 12조1,700억 원의 약 9배이고, 2분기 잠정치 89조4,000억 원보다도 크다.
문제는 이 숫자가 이미 주가에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예상치가 9배라는 걸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는 ‘9배’가 나와도 새 소식이 아니다. 외국인을 움직이는 건 예상치와 실제 숫자의 차이다.
- 먼저 나오는 성적표는 마이크론이다
삼성보다 먼저 9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메모리 회사 마이크론이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낸다. 매출 전망치는 500억 달러,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31.2~31.5달러다. 같은 메모리를 파는 회사라, 메모리 수요가 아직 늘고 있는지를 삼성보다 먼저 보여 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대형주 실적과 매크로 지표가 연휴 이후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의 불안도 줄었다. 코스피 변동성지수(주가가 앞으로 얼마나 크게 흔들릴지에 대한 시장 예상)는 7월 고점 89.3에서 43.6까지 내려왔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9월의 12조 원 매도는 ‘한국을 떠난다’기보다 많이 오른 반도체를 덜어 낸 쪽에 가깝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정유·항공·금융주를 샀고, 반도체 물량은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받아 냈다.
외국인이 돌아온 8월과 9월 18일의 공통점은 실적 숫자가 아니라 메모리 수요 기대와 금리였다. 그래서 10월 초 삼성 발표에서 중요한 건 ‘9배’라는 크기가 아니라 111조7,400억 원이라는 예상을 넘느냐, 그리고 마이크론이 먼저 보여 줄 메모리 수요다.
판단 기준은 한 줄이다. 모두가 아는 좋은 실적은 이미 주가에 들어 있고, 외국인의 돈은 예상과 실제의 차이를 따라 움직인다.
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331726
https://www.fnnews.com/news/202609161824361511
https://www.etoday.co.kr/news/view/2624770
https://www.fnnews.com/news/202608181711598478
https://www.news1.kr/finance/general-stock/6295558
https://news.samsungsemiconductor.com/kr/%EC%82%BC%EC%84%B1%EC%A0%84%EC%9E%90-2026%EB%85%84-2%EB%B6%84%EA%B8%B0-%EC%9E%A0%EC%A0%95%EC%8B%A4%EC%A0%81-%EB%B0%9C%ED%91%9C/
https://www.etoday.co.kr/news/view/2620033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pressreleases/monetary20260916a.htm
용어 풀이
순매도 — 일정 기간 판 금액이 산 금액보다 많을 때 그 차이로, 순매수는 그 반대다.
기타법인 — 개인·외국인·기관(증권사·연기금 등)이 아닌 일반 회사 계좌로,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면 여기에 잡힌다.
컨센서스 — 여러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낸 실적 예상치의 평균으로, 시장이 이미 기대하는 숫자다.
잠정실적 — 회계 결산이 끝나기 전에 회사가 먼저 알리는 추정 매출·이익이다.
코스피 변동성지수 — 코스피200 옵션 가격으로 계산한, 앞으로 주가가 얼마나 크게 흔들릴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치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