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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조 자회사 상장이 하이닉스 주주에겐 악재일 수 있는 이유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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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이 이르면 2027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9월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솔리다임은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을 사들여 만든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회사다.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 달러(약 205조 원, 9월 23일 기준환율 1,366원 적용), 공모로 모을 돈은 150억 달러다. 성사되면 미국 증시 사상 최대 반도체 상장이 된다.

자회사 몸값이 205조 원이라면 모회사 주주에게는 호재처럼 들린다. 그런데 지난 8월 상장 추진설이 처음 나왔을 때 하이닉스 주주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먼저 나왔다. 핵심은 몸값이 아니라, 그 가치 가운데 하이닉스 주주 몫이 얼마나 남느냐다.


  1. 솔리다임은 인텔 낸드 사업을 사서 만든 회사다

하이닉스는 2020년 발표한 거래로 인텔의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메모리)·SSD 사업을 약 90억 달러에 샀다. 이 사업을 묶어 2021년 따로 세운 회사가 솔리다임이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버에 들어가는 기업용 SSD(데이터 저장장치)를 판다. AI용 대용량 저장장치에 힘을 싣고 있다.

정확히는 하이닉스가 올해 초 미국에 세운 투자 자회사 아래에 솔리다임이 있다. 지분 구조로는 손자회사다. 8월 보도 기준으로 하이닉스는 이 미국 법인 지분 100%를, 미국 법인은 솔리다임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솔리다임의 사업 가치가 통째로 하이닉스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솔리다임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은 하이닉스 주식을 살 수밖에 없다.


  1. 몸값은 8월 거론값의 4배로 커졌다

상장설은 처음이 아니다. 8월 5일에는 솔리다임이 5조~10조 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나섰고 최종 목표는 나스닥 상장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때 거론된 기업가치는 50조 원 안팎이었다. 이번 최대 205조 원은 그 4배가 넘는다.

로이터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이번 주 상장 주관을 맡으려는 투자은행들의 경쟁 발표(베이크오프)를 받았다. 1,500억 달러는 2023년 상장한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상장 당시 기업가치 약 540억 달러, 올해 상장한 AI 반도체 회사 세레브라스의 약 560억 달러를 크게 넘는다. 다만 소식통들은 규모와 시점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했다.


  1. 따로 상장하면 하이닉스 주주 몫은 왜 줄어드나

맛집 본점의 대표 메뉴가 길 건너에 따로 가게를 내면, 그 메뉴를 먹으러 본점까지 올 이유가 줄어든다. 솔리다임 상장이 그렇다. 토스증권은 하이닉스에 연결돼 있던 사업의 가치가 별도 상장기업에서 평가받게 되고,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확보하면 하이닉스의 경제적 지분율은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하이닉스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솔리다임이 앞으로 벌 이익 가운데 하이닉스 주주에게 돌아올 몫이 외부 투자자 지분만큼 줄어든다. 공모 150억 달러가 모두 새 주식이고 기업가치가 1,500억 달러라면 외부 투자자 몫은 약 10%다(비트프레스 단순 계산). 공모가 새 주식 발행인지 기존 지분 매각인지는 아직 보도되지 않았다. 현금도 솔리다임에 먼저 남고, 배당 같은 절차를 거쳐야 위로 올라온다.

한국 증시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될 때 모회사 주가가 깎이는 현상을 중복상장 할인이라고 부른다. SK그룹은 이미 SK㈜→SK스퀘어→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상장사 사슬이 있다. 그 아래로 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자회사와 솔리다임까지 이어지면 다섯 단계가 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솔리다임 상장 가능성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5단 중복상장 시도”라고 규정했다.


  1. 8월 첫 보도 다음 날, 하이닉스는 10% 넘게 빠졌다

첫 상장설이 나온 다음 날인 8월 6일, 하이닉스는 10.37% 떨어진 149만 5,000원에 마감했다. 핵심 사업의 분할 상장 우려가 하락 이유로 꼽혔다. 다만 같은 날 삼성전자도 6.30% 빠졌고,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차익실현이 겹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락 전부를 솔리다임 탓으로 볼 수는 없다.

하이닉스는 당시 공시에서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 증시는 추석 연휴로 9월 24일과 25일 쉬고 28일 다시 열린다.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9월 23일 하이닉스 종가는 186만 2,000원이었다.


  1. 반대로 보면 남의 돈으로 미국 투자를 한다

호재라는 해석도 있다. 하이닉스는 올해 1월 28일 솔리다임의 모회사인 미국 법인에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솔리다임 지분을 팔아 자금을 모으면 약 150억 달러의 미국 내 투자 여력이 생긴다고 봤다. 하이닉스 돈 대신 외부 투자자 돈으로 미국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회사 주주 몫을 지키는 장치도 논의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3월 자회사 상장 때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를 15% 넘게 먼저 배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고, 9월 9일 발의된 법안은 공모주의 50% 이상을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다만 이는 한국 안의 논의다. 로이터 보도에는 하이닉스 주주에게 공모주를 나눠 준다는 내용이 없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진짜 역설은 몸값이 아니라 돈의 방향에 있다. 솔리다임 몸값이 높게 매겨질수록, AI 저장장치의 성장을 보고 하이닉스를 사던 돈은 앞으로 하이닉스를 거치지 않고 솔리다임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자회사의 좋은 소식이 모회사 주가에는 할인 요인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상장이 무조건 손해는 아니다. 남의 돈으로 미국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결국 하이닉스 주주에게 중요한 건,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는 몫보다 그 대가로 하이닉스가 얻는 것이 더 크냐다.

판단 기준은 한 줄이다. 자회사 상장 뉴스에서 볼 숫자는 자회사 몸값이 아니라, 그 가치와 현금 가운데 모회사 주주에게 돌아오는 몫이다.


출처
https://www.investing.com/news/stock-market-news/exclusivesk-hynixs-solidigm-weighs-ipo-that-could-value-theunit-at-up-to-150-billion-sources-say-4917883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6-09-25/sk-hynix-s-solidigm-is-said-to-weigh-us-ipo-as-soon-as-2027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926000031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42190
https://supple.kr/news/cmsh6w5y000dr1202dfr3epxj
https://www.daishin.com/g.ds?p=2536&v=1875


용어 풀이
낸드플래시 —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메모리로, 스마트폰 저장공간이나 SSD에 들어간다.
SSD — 낸드플래시를 묶어 만든 저장장치로, 데이터센터 서버가 데이터를 보관하는 하드디스크 역할을 한다.
프리IPO —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전에 기관 투자자에게 지분을 팔아 미리 돈을 모으는 것이다.
중복상장 할인 —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돼 있으면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깎이는 현상이다.
공모주 우선배정 — 자회사가 상장할 때 새로 파는 주식의 일부를 모회사 주주에게 먼저 살 기회로 나눠 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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