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10월 20일 발표한 3분기 매출은 145억 7,5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61% 늘었고, 순이익은 44억 달러로 흑자였다. 같은 날 실적 설명회에서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각각 특별위원회를 꾸려 두 회사의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흔히 ‘잘나가는 스페이스X와 합치면 테슬라 주주도 이득’으로 읽는다. 하지만 두 위원회는 아직 어떤 조건에도 합의하지 않았고, 일정도 나온 것이 없다.
핵심은 따로 있다. 합병된다면 테슬라 주주의 몫은 스페이스X의 성적이 아니라 ‘테슬라 1주를 스페이스X 몇 주로 바꿔 주느냐’가 정한다. 그런데 그 비율을 두고 마주 앉은 양쪽 모두에 머스크가 있다. 그는 9월 30일 기준 테슬라 지분 19.8%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상장 뒤에도 스페이스X 의결권(주주총회에서 행사하는 투표권)의 과반을 쥘 것으로 보도된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다.
- 합병 논의는 지금 어디까지 왔나
머스크는 주주들의 요청으로 두 회사가 독립 이사들로 특별위원회(회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이사들만 모여 거래를 따지는 조직)를 만들었다고 했다. 자신은 ‘이해가 충돌하는 당사자’라서 위원회 논의에 들어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합병을 확실하다고 여기는 것은 과장이라며, 위원회가 아직 어떤 조건에도 합의하지 않았고 합의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위원회가 안을 만들면 주주 투표에 부쳐야 한다.
테슬라 쪽 문턱은 높다. 투표에 나온 주식이 아니라 테슬라 전체 주식의 50%가 찬성해야 한다. 아파트 재건축이 ‘모인 사람의 과반’이 아니라 ‘전체 소유자 가운데 몇 %’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투표하지 않은 주식은 사실상 반대표처럼 작용한다.
- 테슬라 주주의 몫은 왜 교환비율이 정하나
합치는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바클레이스의 댄 레비는 스페이스X가 주식만으로 테슬라를 사는 쪽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주식으로 합치면 테슬라 주주는 현금 대신 스페이스X 주식을 받는다. 테슬라 1주를 스페이스X 몇 주로 바꿔 주는지가 교환비율이다. 중고차 보상판매처럼 생각하면 된다. 내 차를 얼마로 쳐 주느냐가 내 몫을 정한다.
테슬라 100주를 가진 사람이라면(가정 계산), 비율이 1주당 2주일 때 스페이스X 200주, 2.5주일 때 250주를 받는다. 같은 테슬라 주식인데 받는 몫이 25% 차이 난다.
- 테슬라 주주가 받게 될 스페이스X는 어떤 회사인가
스페이스X 3분기 매출 145억 7,500만 달러 가운데 75억 6,000만 달러가 초지능(SI) 사업에서 나왔다. AI 모델 그록,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 8월에 인수한 코딩 회사 커서 등이 들어 있는 사업으로, 인수 효과를 포함해 매출이 1년 전보다 830% 늘었다.
순이익 44억 달러가 모두 본업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사업으로 번 영업이익은 27억 9,100만 달러였다. 여기에 이자 수익과 기타 수익이 더해지고, 법인세 항목에서 3억 9,000만 달러가 오히려 이익으로 잡히면서 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커졌다.
쉽게 말해, 테슬라 주주가 받게 될 것은 로켓 회사 주식이라기보다 AI 사업이 매출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회사의 주식이다.
- 번 돈보다 많이 쓰는 회사라는 건 무슨 뜻인가
같은 분기 스페이스X의 설비투자(공장·데이터센터처럼 오래 쓰는 시설에 쓴 돈)는 195억 9,300만 달러로, 매출보다 50억 달러 넘게 많았다. 이 가운데 164억 4,400만 달러, 약 84%가 초지능 사업 몫이었다. 회사는 4분기 설비투자를 350억~400억 달러로 내다봤다.
한 달 매출이 1,000만 원인 가게가 같은 달 장비에 약 1,340만 원을 쓰는 셈이다(가정 비유). 장비가 손님을 더 불러오면 가게는 커지지만, 그 전까지는 모아 둔 돈으로 메워야 한다.
합병하면 테슬라 주주는 이 투자가 성공할 때의 성장과 실패할 때의 부담을 함께 나눠 진다.
- 머스크가 양쪽에 있다는 게 왜 중요한가
교환비율은 한쪽이 유리하면 다른 쪽이 불리해지는 숫자다. 테슬라를 비싸게 쳐 주면 테슬라 주주가, 싸게 쳐 주면 스페이스X 주주가 이득을 본다. 머스크는 테슬라에서는 지분 19.8%, 스페이스X에서는 의결권 과반(5월 보도 기준 전망)으로 두 회사에서 쥔 몫의 크기가 다르다. 그래서 머스크 본인에게 유리한 비율과 테슬라 주주에게 유리한 비율이 같지 않을 수 있다.
머스크가 협상에서 빠지고 독립 이사들이 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콜로라도대 법학 교수 앤 립턴은 희석을 문제로 꼽았다. 머스크가 테슬라 보상으로 더 받게 될 주식도 합병 때 스페이스X 주식으로 바뀌어, 일반 테슬라 주주가 합친 회사에서 차지하는 몫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머스크가 양쪽에 걸친 거래는 처음이 아니다. 테슬라는 2016년 11월, 머스크가 이사회 의장이던 태양광 회사 솔라시티를 인수했다. 이번에 다른 점은 테슬라가 사는 쪽이 아니라, 바클레이스 분석처럼 스페이스X에 팔리는 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테슬라 주주에게 이 뉴스의 핵심은 ‘머스크 회사들이 하나로 모인다’가 아니다. 합병되면 내 주식이 전기차 회사 지분에서, 분기 매출보다 설비투자가 더 큰 AI·위성 회사와 묶인 지분으로 바뀐다.
스페이스X 매출이 161% 늘었다는 사실이 합병 조건이 테슬라 주주에게 좋다는 뜻은 아니다. 그 성장이 이미 스페이스X 주가에 담겨 있다면, 테슬라를 얼마로 쳐 주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판단 기준은 하나다. 합병이 테슬라 주주에게 좋은지는 스페이스X가 얼마나 잘나가느냐가 아니라, 테슬라 1주를 스페이스X 몇 주로 쳐 주느냐로 갈린다.
출처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181412/000162828026066482/spaceexplorationtechnologi.htm
https://www.investing.com/news/transcripts/earnings-call-transcript-spacex-tops-q3-2026-estimates-shares-jump-after-hours-93CH-4961292
https://ca.finance.yahoo.com/news/spacex-tesla-form-special-committees-222811801.html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318605/000110465926116700/tm267596-1_def14a.htm
https://techcrunch.com/2026/05/21/how-elon-musk-will-increase-his-power-through-the-spacex-ipo/
https://finance.yahoo.com/sectors/technology/article/why-a-merger-with-spacex-could-be-bad-for-tesla-shareholders-134417184.html
용어 풀이
교환비율 — 합병할 때 사라지는 회사의 주식 1주를 남는 회사의 주식 몇 주로 바꿔 주는지 정한 비율입니다.
특별위원회 — 거래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 이사들만 모여, 회사에 이로운지 따지고 조건을 협상하는 이사회 안의 조직입니다.
이해 충돌 — 한 사람이 거래의 양쪽에 걸려 있어, 본인에게 이로운 쪽과 회사·주주에게 이로운 쪽이 다를 수 있는 상태입니다.
설비투자 — 회사가 공장·장비·데이터센터처럼 오래 쓰는 자산을 사거나 짓는 데 쓴 돈입니다.
희석 — 새 주식이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가 회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