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604만 개, 전체 발행량의 30.2%는 이미 블록체인에 공개키가 드러나 있다. 블록체인 분석회사 글래스노드가 5월 20일 내놓은 분석이다. 10월 15일에는 코인 관련 조직 9곳이 양자컴퓨터에 대비할 기준을 만들겠다며 ‘퀀텀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양자컴퓨터 이야기는 보통 둘로 갈린다. 그런 기계가 나오는 순간 모든 비트코인이 털린다는 쪽과, 아직 먼 얘기라는 쪽이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위험은 모든 코인에 같지 않다. 같은 비트코인이라도 어떤 주소에 어떻게 보관했느냐에 따라 이미 갈려 있고, 노출된 코인의 약 3분의 2는 주소 형식이 아니라 주소를 다시 쓰는 습관에서 생겼다.
- 양자컴퓨터가 노리는 것은 이미 드러난 공개키다
비트코인은 개인키(주인만 아는 비밀 값)로 서명해야 움직인다. 공개키는 그 서명이 진짜인지 네트워크가 확인할 때 쓰는 값이다. 지금 컴퓨터로는 공개키를 알아도 개인키를 계산해 낼 수 없어서, 공개키가 남에게 보여도 괜찮았다.
양자컴퓨터는 이 전제를 흔든다. 충분히 큰 양자컴퓨터가 쇼어 알고리즘(양자컴퓨터로 이 계산을 빠르게 푸는 방법)을 돌리면 이론상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되찾을 수 있다. 자물쇠 모양만 보고 열쇠를 깎아 내는 기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내 코인의 공개키가 이미 블록체인에 보이는가.
공개키가 이미 보이면 공격자는 주인이 코인을 옮길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글래스노드는 이 기준으로 604만 개를 ‘노출’, 나머지 1,399만 개(69.8%)를 ‘노출 없음’으로 나눴다.
- 필요한 기계의 크기가 20분의 1로 줄었다
구글은 3월 31일 낸 논문에서 비트코인이 쓰는 암호(secp256k1)를 초전도 큐비트(양자컴퓨터의 계산 단위) 50만 개짜리 기계로 몇 분 만에 풀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전 추정은 약 1,000만 큐비트로, 20배 많았다.
구글이 3월 기사 시점까지 만든 가장 앞선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 ‘윌로우’는 큐비트가 105개다. 퀀텀 얼라이언스가 인용한 예측 가운데 참여사 두 곳이 함께 만든 한 모델은 이른 시점으로 2028년 3월을 꼽았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을 풀 기계의 문턱은 크게 낮아졌지만 그 기계는 아직 없다.
- 604만 개 중 3분의 2는 주소를 다시 써서 드러났다
글래스노드는 노출된 코인을 두 갈래로 나눴다. 192만 개(9.6%)는 ‘구조적 노출’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비트코인을 만든 익명의 인물) 시절의 초기 주소 형식(P2PK)과 최신 형식인 탭루트(P2TR) 주소처럼, 주소 형식 자체가 공개키를 보여 주는 경우다.
나머지 412만 개(20.6%)는 ‘운영상 노출’이다. 원래는 공개키가 해시(원래 값을 알아볼 수 없게 바꾼 값) 뒤에 숨는 주소였다. 그런데 코인을 한 번 보내면서 공개키가 드러났고, 그 뒤에도 같은 주소에 코인이 남아 있다.
상자에 넣어 둔 자물쇠를 생각하면 된다. 새 주소는 자물쇠가 상자 안에 있어 모양이 보이지 않는다. 코인을 보낼 때는 상자를 열어 자물쇠를 보여 줘야 한다. 같은 주소를 계속 쓰면 모양이 이미 알려진 자물쇠에 남은 코인을 맡겨 두는 셈이다. 다만 지금은 그 모양을 보고 열쇠를 깎을 기계가 아직 없다.
- 거래소에 맡긴 코인은 거래소의 지갑 관리가 가른다
운영상 노출 412만 개 가운데 166만 개(전체 발행량의 8.3%)는 거래소 관련 물량으로, 운영상 노출의 약 40%다.
거래소마다 차이도 크다. 코인베이스는 노출 비율이 5%에 그쳤지만 바이낸스는 85%, 비트파이넥스는 100%였다. 글래스노드는 이 수치가 특정 회사의 안전성이나 지급 능력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공개한 본문에 국내 거래소 수치는 없다.
이 노출은 되돌릴 수 있다. 거래소 지갑에서 안전한 형태의 비중은 2018년 약 55%에서 지금 약 45%로 줄었는데, 글래스노드는 주소를 다시 쓰지 않고 거스름돈 주소를 바꾸는 표준 관리만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봤다.
- 업계는 새 주소 형식으로 옮겨 갈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퀀텀 얼라이언스는 하드웨어 지갑 업체 키스톤, 보안업체 해컨 등 9개 조직이 만든 공개 표준 모임이다. ‘양자컴퓨터에 대비됐다’는 말을 무엇으로 증명하는지 정해진 기준이 없어, 공통 검증 방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 개발자들에게 이주를 지금 시작하라고 촉구했고, 준비에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거론되는 해법인 BIP-360(비트코인 개선 제안 360번)은 탭루트와 비슷한 기능을 주면서 양자컴퓨터에 약한 부분을 뺀 새 주소 형식(P2MR)이다. 다만 이미 있는 탭루트 코인을 저절로 옮겨 주지는 않는다.
문제는 주인이 움직일 수 없는 코인이다. 사토시 시절 코인처럼 잃어버렸거나 주인이 움직이지 않는 코인은 스스로 새 주소로 옮길 수 없다. 기한까지 옮기지 않은 코인을 동결하자는 공식 제안도 나왔지만, 네트워크 전체의 논쟁적인 결정이 필요한 일이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양자컴퓨터는 비트코인 전체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스위치가 아니다. 공개키가 이미 드러난 코인부터 노린다. 그 604만 개의 3분의 2는 설계가 아니라 주소를 다시 쓰는 습관과 거래소의 지갑 관리에서 생겼다.
그래서 이 위험은 가격 전망보다 보관 방식의 문제다. 업계가 새 주소 형식을 만들어도 코인을 옮기는 일은 개인 지갑이면 주인이, 거래소에 맡긴 코인이면 거래소가 해야 한다.
내 코인이 600만 개에 드는지는 양자컴퓨터가 언제 나오느냐보다, 같은 주소를 다시 썼는지와 코인을 맡긴 거래소가 주소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가른다.
출처
https://insights.glassnode.com/measuring-bitcoins-quantum-exposed-supply/
https://decrypt.co/368721/nearly-500b-bitcoin-exposed-future-quantum-computing-attacks-glassnode
https://decrypt.co/381236/crypto-firms-launch-quantum-alliance-as-6-million-bitcoin-sit-exposed
https://siliconangle.com/2026/03/31/google-finds-quantum-computers-break-bitcoins-encryption-sooner-expected/
용어 풀이
공개키 — 비트코인 서명이 진짜 주인의 것인지 네트워크가 확인할 때 쓰는 값으로, 개인키와 짝을 이룹니다.
개인키 — 코인을 움직일 수 있는 주인만 아는 비밀 값으로, 이것이 알려지면 남이 코인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주소 재사용 — 코인을 한 번 보낸 같은 주소로 다시 받거나 남은 코인을 그대로 두는 것으로, 이미 드러난 공개키 아래 코인이 남습니다.
탭루트(P2TR) — 비트코인의 최신 주소 형식으로, 쓰임새는 넓지만 공개키에 해당하는 값이 처음부터 블록체인에 보입니다.
BIP-360 — 양자컴퓨터에 약한 부분을 뺀 새 주소 형식(P2MR)을 도입하자는 비트코인 개선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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