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는 10월 16일부터 비트코인·이더리움 ETF(주식처럼 증권거래소에서 사고파는 펀드)를 만들 수 있는 규칙이 시행된다.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월 8일 확정했다. 한국은 코인거래소 거래가능 계정이 1,113만 개, 하루 평균 거래가 5조 4,000억 원(2025년 하반기)인데도 국내 비트코인 ETF가 아직 없다.
코인 거래가 이만큼 많으면 ETF도 한국에서 먼저 나왔을 것 같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한국 자본시장법(주식·펀드 같은 금융상품을 다루는 법)은 ETF에 담을 수 있는 자산 목록에 가상자산을 넣지 않았다. 목록에 한 줄이 비어 있어서, 운용사가 만들고 싶어도 만들기 어렵다.
- 태국은 정확히 무엇을 열었나
태국 규칙의 뼈대는 네 가지다. 처음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 담는다. 태국 증권거래소에만 상장한다. 코인은 당국이 인가한 보관업체(수탁기관)에 맡긴다. 회계연도 평균으로 순자산의 80% 이상을 그 코인 값에 맞춘다.
투자자 쪽 조건도 있다. 사기 전에 위험을 이해했다고 확인해야 하고, 증권사가 이 ETF를 살 돈을 빌려주는 것(신용 대출)은 금지된다. 규칙대로 상품이 나와 1,000만 원어치를 산다면, 회계연도 평균으로 800만 원 이상이 비트코인 값을 따라 움직이는 셈이다(가정 계산).
다만 10월 16일은 규칙이 시작되는 날이다. 바이낸스 태국 법인 대표는 운용사가 펀드 등록, 상품 승인, 상장, 보관 계약을 마쳐야 한다고 했다. 실제 상품은 그다음에 나온다.
- 한국은 왜 만들 수 없나
ETF는 운용사가 무언가를 사서 담아 두고 그 값을 따라가게 만든 펀드다. 무엇을 담을 수 있는지는 자본시장법이 정한다. 지금 목록에는 주식·채권 같은 금융상품, 통화, 농·축·수산물과 광산물, 에너지 같은 일반상품이 있다. 가상자산은 없다.
편의점 납품 목록처럼 생각하면 된다. 목록에 없는 물건은 손님이 아무리 찾아도 진열대에 못 올린다. 다만 편의점은 본사가 목록을 바꾸면 되지만, 이 목록은 국회가 법을 고쳐야 바뀐다.
금융당국은 해외 상품으로 돌아가는 길도 막혔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실제 비트코인을 사서 담는 ETF)를 승인한 직후,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이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판단이 지금도 그대로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 고치는 법안은 어디까지 왔나
법안은 이미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5년 6월 27일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ETF 등이 값을 따라가는 대상)과 신탁재산 범위에 넣는 내용이다. 9월 8일 보도 기준으로 이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분야별로 법안을 먼저 따지는 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정부도 7월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이 개정안의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 산정이라든지 조달 방식은 이미 방편을 다 마련해뒀다.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허용만 해주면 도입은 빠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이 바뀌어도 할 일은 남는다. KB증권 김지원 연구원은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신탁 및 수탁체계와 ETF가 추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지수의 인정기준 등도 함께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아시아에서 한국은 몇 번째 줄에 서 있나
홍콩은 2024년 4월 아시아 주요 금융시장 가운데 처음으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다. 일본은 올해 7월 암호자산을 금융상품거래법 체계에 넣는 법 개정을 마쳤고, 내년 현물 ETF 도입 전망이 나온다. 태국은 이번에 세부 규칙까지 끝냈다.
이들과 한국의 차이는 순서다. 일본·태국은 법과 규칙을 먼저 정리했고, 홍콩은 2024년에 승인까지 마쳤다. 한국은 아직 법을 고치는 단계다. 쉽게 말해, 한국은 손님 줄이 긴 가게인데 문을 열 허가가 아직 안 나온 상태다.
- 법이 바뀌면 누구의 돈이 움직이나
지금 국내에서 비트코인에 돈을 넣는 대표적인 길은 코인거래소 계좌를 열고 원화를 넣는 것이다. 2025년 하반기 말 국내 거래소의 원화예치금은 8조 1,000억 원으로, 6월 말보다 31% 늘었다.
국내 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상장하면 개인과 기관 모두 기존 증권계좌로 비트코인 값에 투자할 수 있다. 코인거래소 계좌 없이도 된다. 주식 계좌의 돈과 코인 계좌의 돈 사이에 다리가 하나 놓이는 셈이다.
장보기로 치면 이렇다. 지금은 비트코인만 파는 전문 가게에 따로 가야 하지만, ETF가 생기면 늘 가던 마트 진열대에서 살 수 있다. 다만 마트에서 사는 건 비트코인 그 자체가 아니라, 비트코인 값을 따라가는 펀드 몫이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한국에 비트코인 ETF가 없는 이유는 거래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다. 거래가능 계정만 1,113만 개다. 막힌 곳은 자본시장법의 자산 목록 한 줄이다.
그래서 증권 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에게 중요한 소식은 “곧 나온다”는 전망이 아니다.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를 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느냐다. 태국도 규칙을 확정한 뒤에야 상품 등록·승인·상장 절차를 밟게 된다.
기준은 하나다. 비트코인 ETF 소식을 보면 ‘발의·심사’인지 ‘통과’인지부터 가른다. 통과 전 소식은 아무리 많아도 내 증권 계좌에서 살 수 있는 날을 앞당기지 않는다.
출처
https://www.theblock.co/news/regulation/2026-10-09-thailand-sec-issues-bitcoin-and-ether-etf-rules-set-to-take-effect-oct-16-418132
https://cointelegraph.com/news/thailand-finalizes-rules-paving-way-for-bitcoin-ether-etfs
https://www.etnews.com/2026071400049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7145003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274144B
https://v.daum.net/v/20260908060332201
https://www.newsway.co.kr/news/view?ud=2026071612081948381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32510044846574
용어 풀이
ETF — 주식처럼 증권거래소에서 사고파는 펀드로, 담아 둔 자산의 값을 따라 움직인다.
현물 ETF — 선물 같은 계약이 아니라 실제 자산(예: 비트코인)을 사서 담아 두는 ETF다.
기초자산 — ETF 같은 금융상품이 값을 따라가는 대상으로, 한국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자본시장법이 정한다.
수탁기관 — 펀드가 산 자산을 대신 맡아 안전하게 보관하는 회사다.
상임위원회 — 국회 본회의에 올리기 전에 분야별로 법안을 먼저 심사하는 국회 위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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