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아직 확정 전인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인 107.4조 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날 주가는 2.42% 내린 26만 2,00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도 2.62% 빠졌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고, 주가를 움직이는 큰손은 외국인이나 연기금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8월 20일부터 3주 동안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산 쪽은 기타법인이었고, 그 대부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매입을 사실상 마쳤고, SK하이닉스도 곧 끝난다.
- 삼성전자는 얼마나 샀고, 얼마나 남았나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8월 21일 이사회에서 15조 원어치를 사기로 하고,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사들일 계획을 냈다. 10월 6일까지 약 14조 7,000억 원어치를 사서, 10월 6일 기준 남은 돈은 약 3,000억 원이었다. 10월 8일 보도에서는 매입 일정이 종료됐다고 전해진다. 주식 수로는 계획한 5,329만 주보다 많은 5,580만 주를 이미 샀다.
이번 15조 원은 임직원에게 주식으로 보상하려고 사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 주가를 받친 힘은 ‘사는 행동’ 그 자체였다. 사는 손이 멈추면 그 힘도 같이 멈춘다.
SK하이닉스도 8월 19일 이사회에서 40조 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결의했다. 2,407만 주 가운데 10월 6일까지 1,885만 주를 샀고, 남은 약 522만 주는 최근 속도라면 7~8거래일이면 다 살 것으로 추산된다.
- 그동안 누가 팔고, 누가 받아 줬나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면 거래소 통계에서는 통상 ‘기타법인'(개인·외국인·기관이 아닌 일반 회사) 매수로 잡힌다. SK하이닉스가 매입을 시작한 8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기타법인은 코스피에서 23조 3,840억 원을 순매수(산 돈에서 판 돈을 뺀 값)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7조 4,990억 원, 외국인은 7조 9,460억 원을 순매도했다.
쉽게 말해, 개인과 외국인이 내놓은 주식을 기타법인이 상당 부분 받아 준 셈이다. 그 기타법인 매수의 대부분은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으로 추정된다.
중고 장터에 매일 와서 물건을 쓸어 가는 큰 단골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파는 사람은 값을 깎지 않아도 금방 팔린다. 다만 이 단골은 처음부터 살 금액이 정해져 있고, 그 돈을 다 쓰면 더는 오지 않는다.
- 사는 손이 줄어든 날, 무슨 일이 있었나
미리 보기 같은 날이 있었다. 9월 4일부터 10월 6일까지 기타법인은 하루 평균 약 1조 5,800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10월 6일에는 약 1조 원으로 줄었다. 그날 외국인은 약 1조 7,000억 원대를 순매도했고, 코스피는 0.89% 내렸다.
10월 8일에는 삼성전자 매입 일정이 끝났다는 점이 시장 하락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이날 외국인은 약 1조 5,600억 원, 기관은 약 1조 1,600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약 2조 6,800억 원을 샀지만 지수는 2.62% 내렸다.
삼성전자 주식을 1,000만 원어치 가진 사람이라면, 사상 최대 실적이 나온 그날 하루에 약 24만 2,000원이 줄어든 셈이다(하루 -2.42% 기준 가정 계산).
- 매입이 끝나면 무엇이 달라지나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달라지는 것은 주가를 정하는 손이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같은 기타법인을 “제4의 수급”이라고 불렀다. 개인·외국인·기관에 이어 네 번째 큰 매수자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 매수자가 빠지면 다시 셋만 남는다.
매입이 한창이던 8월 말에도 코스피는 6,700~6,900대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회사의 매수가 지수 하단을 받쳤다는 평가가 나왔고, 상승을 이끌었다고 본 보도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모두 매입을 끝낸 시점부터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여부가 지수 방향에 이전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9월 4일부터 10월 6일까지 기타법인은 하루 평균 약 1조 5,800억 원을 순매수했고, 그 상당 부분이 반도체 대형주 자사주 매입이었다. 그 손이 빠지면 좋은 실적도 누군가 사 줘야 주가가 된다. 10월 8일은 그 가능성을 보여 준 날로 읽힌다.
그래서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를 볼 때는 “실적이 좋으냐”보다 “좋은 실적에 외국인·기관이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좋은 뉴스에도 주가가 빠지는 날이 이어지면, 회사가 대신 사 주던 자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출처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95238
https://www.heraldk.com/article/2026091105401437218
https://www.fnnews.com/news/202610061558101841
https://www.business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8527
https://www.mt.co.kr/stock/2026/10/08/2026100815231832416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82117561980782
https://www.smarttoday.co.kr/ko-kr/articles/112108
https://sateconomy.co.kr/news/view/1065597228521133
용어 풀이
자사주 매입 —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돈을 주고 시장에서 사들이는 것이다.
기타법인 — 거래소 매매 통계에서 개인·외국인·기관(증권사·연기금 등)이 아닌 일반 회사를 묶은 칸으로,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대부분 여기에 잡힌다.
순매수·순매도 — 산 돈에서 판 돈을 뺀 값이 플러스면 순매수, 마이너스면 순매도다.
잠정 영업이익 — 회사가 결산을 마치기 전에 미리 알리는 본업 이익으로, 나중에 확정치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거래일 — 주식시장이 문을 여는 날로, 주말과 공휴일은 빠진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