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월 생산자물가(기업이 물건을 넘길 때 받는 값)가 한 달 새 1.3% 뛰었다. 시장 예상 0.5%의 두 배가 넘고,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상승이다. 그런데 이 숫자가 나온 10월 15일,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약 0.13%포인트 내린 5.05%로 마감했고 장중 5.04%까지 내려 9월 23일 이후 가장 낮아졌다.
국채 금리가 내린다는 건 이미 나온 국채 값이 오른다는 뜻이다. 보통은 물가가 뛰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까 걱정해 국채를 팔고, 그래서 금리가 오른다.
하지만 이번엔 물가보다 센 힘이 있었다. AI 주식에서 빠져나온 돈이 안전한 국채로 옮겨 갔고, 국채 값이 더 떨어진다에 크게 건 투자자들이 허를 찔렸다.
- 물가 숫자는 금리를 올릴 만큼 뜨거웠다
하루 전 나온 9월 소비자물가도 한 달 새 0.6%,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연준(미국 중앙은행)은 이미 9월에 3년 만에 금리를 올려 3.75~4.00%로 만들었고, 시장은 12월에 0.25%포인트를 더 올릴 것으로 봤다.
쉽게 말해, 물가만 보면 국채 금리가 오를 이유가 차고 넘치는 한 주였다. 실제로 10년 국채 금리는 10월 5일 5.31%로 마감해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 있었다.
- 금리를 끌어내린 건 AI 주식에서 빠져나온 돈이다
같은 주에 AI 투자가 높은 금리 속에서 돈을 벌 수 있을지 의심이 커졌다. AI 클라우드 회사 코어위브(AI용 컴퓨터를 빌려주는 회사)의 일부 채권 금리는 15~16%까지 올랐다. 나스닥100 지수는 그 주 5.5% 내렸고, 10년 국채 금리는 약 0.17%포인트 내렸다. 두 지표가 한 주에 이만큼 함께 움직인 건 2025년 4월 관세 혼란 이후 처음이다.
주식을 판 돈은 안전한 국채를 찾았다. 아트라니 캐피털 주간 시황 집계로 그 주 국채 펀드에 162억 달러가 들어와 2025년 4월 이후 가장 많았다. TD증권의 프라샨트 뉴나하는 이 움직임을 아주 직관에 반한다고 하면서, AI 주식 매도가 투자자들의 성장 기대를 낮춘 결과로 봤다.
폭우가 쏟아지면 우산값이 오르는 것과 같다. 우산 만드는 비용이 오르지 않아도, 당장 비를 피하려는 사람이 몰리면 값이 뛴다. 국채도 물가와 상관없이 안전한 국채를 찾는 돈이 몰리며 값이 오르고 금리가 내렸다.
- 국채 값 하락에 크게 건 투자자들이 허를 찔렸다
시장 분석 매체 브리프스 파이낸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국채 값이 더 떨어진다는 데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베팅을 해 둔 상태였다. 추세를 따라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펀드들도 그 주를 국채 하락에 크게 건 채 시작했다가 베팅을 줄였다.
값이 떨어진다에 건 사람은 국채를 빌려 먼저 팔고, 나중에 싸게 되사서 돌려준다. 중고 거래로 치면 친구 책을 빌려 2만 원에 팔고 1만 5,000원에 되사 돌려주는 식이다. 다만 책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손해를 줄이려 서둘러 되사야 하고, 그 매수가 값을 더 올린다. 이번 국채 반등에 기름을 부은 게 이 되사기다.
- 물가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장은 여전히 연준이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할 것으로 본다. 스탠다드뱅크의 스티븐 배로는 이번 국채 강세를 착시라고 하면서, 물가 위험과 국채보다 주식에 쏠린 큰 흐름을 이유로 들었다.
반대편에선 다른 판단을 내놨다. 줄리어스베어의 아폰수 보르지스는 AI발 경기 둔화는 물가를 식히는 수요 충격이 될 것이라며, 만기 중간 길이 국채가 다시 주식 손실을 메워 줄 것이라고 봤다. 2000~2020년엔 주식이 팔릴 때 10년 국채가 자주 수익을 냈다. 다만 지난 1년은 물가와 나랏빚 걱정에 주식과 국채가 함께 빠지는 일이 잦았고, 3분기 국채 금리 상승 폭은 1994년 이후 가장 컸다. 이번 반등이 그 흐름을 끊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금리 0.24%포인트는 대출 한 건에서 얼마인가
10월 5일 5.31%에서 그 주 마감 5.07%까지 10년 국채 금리는 0.24%포인트 내렸다. 3억 원을 30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렸고 대출 금리가 이만큼 움직였다고 가정하면, 매달 갚는 돈은 약 166만 8,000원에서 162만 3,000원으로 약 4만 4,000원 준다.
쉽게 말해, 물가가 아니라 주식 시장의 공포가 대출 이자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다만 공포가 걷히고 물가가 다시 앞에 서면 같은 폭만큼 거꾸로 움직일 수도 있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금리는 물가 하나로 움직이지 않는다. 물가는 국채를 팔게 만들고, 주식 시장의 공포는 국채를 사게 만든다. 10월 15일은 두 힘이 같은 날 부딪혔고, 공포 쪽이 더 셌다. 그 힘을 키운 건 국채 값 하락에 한쪽으로 쏠려 있던 베팅이었다.
그래서 이번 금리 하락을 물가가 잡혔다는 신호로 읽으면 틀린다. 물가는 여전히 뜨겁고, 연준의 다음 인상 가능성도 그대로다. 내린 이유가 공포라면, 공포가 걷히는 순간 금리는 다시 물가를 따라갈 수 있다.
비트프레스가 보기엔, 금리가 움직인 날엔 물가 숫자보다 그날 주식과 국채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주가가 빠지는데 국채 금리도 내리면 공포가 금리를 끌고 있고, 주가와 국채 값이 함께 빠지면 물가가 끌고 있다.
출처
https://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government-bond-yield/news/592391
https://finance.biggo.com/news/e737924b-cd98-47f1-9a52-7e713d6f0fa9
https://www.briefs.co/news/treasuries-edge-back-into-haven-mode-as-ai-jitters-hit-tech/
https://atranicapital.substack.com/p/week-42-market-update-for-october-e67
용어 풀이
국채 금리 — 이미 나온 국채를 지금 값에 사서 만기까지 들고 있을 때 받는 수익률로, 국채 값이 오르면 내리고 값이 내리면 오릅니다.
생산자물가 — 기업이 물건과 서비스를 다른 기업이나 가게에 넘길 때 받는 값의 변화로, 소비자물가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자산 수요 — 주식처럼 값이 크게 흔들리는 자산이 불안할 때, 떼일 걱정이 적은 국채 같은 자산으로 돈이 옮겨 가는 움직임입니다.
하락 베팅(공매도) — 자산을 빌려 먼저 팔고 나중에 싸게 되사서 돌려주며, 값이 내린 만큼 이익을 보는 거래입니다.
연준 —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기준금리를 정해 물가와 고용을 관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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