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말까지 0~19세가 산 주택은 66건, 거래 금액은 약 231억 원이다. 이 가운데 56.7%인 131억 원을 예금, 주식·채권 매각 대금 등 ‘자기 자금’으로 신고했다. 평균 3억 5,000만 원짜리 집을 사면서 약 2억 원을 자기 돈으로 마련한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자금조달계획서 현황’을 10월 23일 공개했다.
보도 제목대로 읽으면 ‘집값 절반은 아이가 가진 돈으로 샀다’로 들린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자기 자금’은 아이가 번 돈이라는 뜻이 아니라, 대출처럼 빌린 돈이 아닌 돈을 적는 서류의 칸이다. 여기엔 본인 명의 예금·주식뿐 아니라 가족에게 받은 증여·상속도 들어간다.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를 세금으로 가르는 건 증여 신고다.
- 56.7%는 무엇을 센 숫자인가
자금조달계획서는 집을 살 때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적어 내는 서류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같은 규제지역의 모든 주택과, 그 밖의 지역에서 실거래가 6억 원 이상인 주택을 살 때 계약 후 30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낸다(5월 보도 기준). 이번 자료는 이름대로라면 이 계획서를 낸 거래를 모은 것이어서, 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되는 거래는 빠졌을 수 있다.
올해 건수는 지난해(37건)의 1.8배이고, 금액은 지난해(211억 원)보다 9.5% 많다. 지난해 숫자가 1년 전체인지 같은 기간인지는 보도에 나오지 않는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3건으로 가장 많고 자기 자금 비율은 49.4%, 경기는 11건에 73.9%였다. 경남과 부산은 1건씩이었는데 둘 다 100% 자기 자금이었다.
- ‘자기 자금’ 안의 예금 칸은 누구 명의인지를 묻는다
계획서는 자기 자금을 종류별로 나눠 적게 한다. 본인 명의 예금, 본인 명의 주식·채권 매각 대금, 가족 등에게 받은 증여·상속, 현금 등 그 밖의 자금이다. 증여받은 돈도 자기 자금에 들어가고, 예금 칸의 기준은 ‘본인 명의’다.
예금 칸을 쓰면 예금잔액증명서 같은 서류를 낸다. 월급 통장의 잔액증명서처럼 생각하면 된다. 지금 얼마가 있는지는 보여 주지만, 그 돈이 월급인지 부모님이 보낸 돈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그래서 부모가 몇 년 전 아이 명의로 옮겨 둔 돈은 증여 칸이 아니라 예금 칸에 적힐 수 있다. 보도도 131억 원 가운데 예금·주식·증여가 각각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 미성년 자녀에게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돈은 10년에 2,000만 원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미성년자가 부모·조부모 같은 직계존속에게 받은 돈을 10년 동안 합쳐 2,000만 원까지 빼 준다(증여재산공제). 그 이상은 증여세 대상이고, 받은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안에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올해 미성년자의 거래 한 건당 자기 자금은 평균 약 2억 원으로, 이 한도의 10배 규모다. 그 2억 원을 모두 부모에게 받았다면 공제 2,000만 원을 뺀 1억 8,000만 원이 증여세를 계산하는 대상이 된다. 쉽게 말해, 평균만 봐도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한도를 훌쩍 넘는 돈이다. 다만 그 안에 신고된 증여가 얼마인지는 자료에 없다.
- 신고하지 않은 돈이면 어떻게 되나
같은 법은 직업·연령·소득과 재산 상태로 볼 때 스스로 샀다고 보기 어려운 재산은, 대통령령이 정한 경우에 그 취득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돈의 출처를 충분히 밝히면 이 추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소득이 거의 없는 미성년자일수록 스스로 샀다고 보기 어려운 쪽에 가깝다.
황희 의원은 “경제적 자립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나 영유아 이름으로 고가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예금이나 주식 매각 대금 형태를 빌린 편법 증여나 법인자금 유용 등 편법 거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와 국세청 등이 탈루 의심 행위를 확인하면 국세청 통보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이는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고, 66건 중 몇 건이 신고된 증여인지는 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 올해 비율은 2021년 이후 전체 비율보다 높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6년간 미성년자가 산 주택은 1,541건, 3,405억 원이다. 이 기간 자기 자금 비율은 41.3%(1,406억 원)였다. 올해 56.7%는 이보다 15%포인트 넘게 높다. 이 41.3%에는 올해 거래도 들어 있다.
보도는 연도별 비율을 따로 밝히지 않아 올해가 몇 년 만의 최고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올해 거래 금액의 절반 넘게가 빌린 돈이 아닌 돈으로 채워졌고, 소득 없는 미성년자에게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가 남는 질문이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본인 돈’이라는 말은 그 돈이 지금 누구 명의인지를 말할 뿐, 누가 벌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계획서의 예금 칸은 잔액만 확인하므로, 부모가 미리 아이 명의로 옮겨 둔 돈도 서류에서는 아이의 예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칸은 집값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길을 가려 줄 수 있다.
세금에서 따지는 건 명의가 아니라 그 돈이 넘어갈 때 증여로 신고됐느냐다. 신고한 증여는 공제 뒤 증여세를 내는 돈이고, 신고하지 않은 돈은 출처를 따져 물을 때 설명해야 하는 돈이다. 황희 의원이 국세청 통보를 요구한 것도 이 갈림길 때문이다.
가족 돈으로 집이나 자산을 받을 때 먼저 따질 것은 그 돈이 ‘내 명의 통장에 있었나’가 아니라 ‘받을 때 증여로 신고했나’다.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61022172200003
https://www.goodnews1.com/news/articleView.html?idxno=465449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51010493039180
https://korea.legal/%EB%B2%95%EB%A5%A0%EC%84%9C%EC%8B%9D/%EC%A3%BC%ED%83%9D%EC%B7%A8%EB%93%9D%EC%9E%90%EA%B8%88-%EC%A1%B0%EB%8B%AC-%EB%B0%8F-%EC%9E%85%EC%A3%BC%EA%B3%84%ED%9A%8D%EC%84%9C/
https://www.law.go.kr/LSW/lsLinkProc.do?lsNm=%EC%83%81%EC%86%8D%EC%84%B8%EB%B0%8F%EC%A6%9D%EC%97%AC%EC%84%B8%EB%B2%95&joNo=005300000&mode=11
https://www.law.go.kr/LSW/lsLinkProc.do?lsNm=%EC%83%81%EC%86%8D%EC%84%B8%EB%B0%8F%EC%A6%9D%EC%97%AC%EC%84%B8%EB%B2%95&joNo=004500000&mode=11
https://www.law.go.kr/LSW/lsLinkProc.do?lsNm=%EC%83%81%EC%86%8D%EC%84%B8%EB%B0%8F%EC%A6%9D%EC%97%AC%EC%84%B8%EB%B2%95&joNo=006800000&mode=11
용어 풀이
자금조달계획서 — 집을 살 때 그 돈을 예금·주식·증여·대출 등 어디서 마련했는지 적어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서류다.
자기 자금 — 계획서에서 대출 같은 빌린 돈을 뺀, 본인 명의 예금·주식 매각 대금·증여·상속·현금 등으로 마련한 돈이다.
증여재산공제 — 가족에게 받은 돈 가운데 10년 합쳐 일정 금액까지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 한도로, 미성년자가 직계존속에게 받으면 2,000만 원이다.
증여 추정 — 나이·소득으로 볼 때 스스로 샀다고 보기 어려운 재산을, 정해진 경우에 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증여받은 것으로 보는 세법 규정이다.
편법 증여 — 증여세를 피하려고 증여를 예금·대출·거래 등 다른 모습으로 꾸며 재산을 넘기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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