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한 달 새 2조 9,000억 원 늘어 잔액 955조 5,000억 원이 됐다. 같은 달 전세대출은 9,000억 원 줄었다. 전세대출은 지난해 9월(-2,000억 원)부터 1년 넘게 줄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 전체도 9월엔 6,000억 원 느는 데 그쳤다. 8월(3조 5,000억 원)보다 2조 9,000억 원 적다. 숫자만 보면 대출 규제가 먹혀 집 관련 빚이 잡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줄어든 건 집을 빌려 사는 쪽 빚이고, 집을 사는 쪽 빚은 아직 늘고 있다.
- 주담대 통계 안에는 전세대출도 들어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주택담보대출에는 전세대출 같은 주택 관련 대출이 함께 들어 있다. 9월 주담대가 2조 9,000억 원 늘었다는 건, 전세대출 9,000억 원이 빠진 뒤에도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새 아파트 입주자들이 단체로 받는 대출)이 일부 줄어 증가를 끌어내렸지만, 개별 주담대는 비교적 견조하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 증가분 2조 9,000억 원 가운데 개별 주담대가 1조 6,000억 원 수준이다.
장바구니로 치면, 한 물건을 덜어 냈는데도 영수증 합계가 늘었다면 다른 물건을 그보다 많이 담았다는 얘기다. 다만 대출은 장보기와 달리 한 번 담으면 수십 년에 걸쳐 갚는 빚이다.
- 전세대출이 줄어든 건 전셋값이 내려서가 아니다
전셋값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KB 주택시장 리뷰에 따르면 8월 서울 주택 전세가격은 한 달 새 0.68%, 수도권은 0.53% 올랐다. 그런데도 전세대출 잔액은 대출 규제 강화 영향으로 8월까지 12개월 연속 줄어 162조 1,000억 원이 됐다.
빌리기 어려워진 세입자는 월세로 옮겨 갔다. 올해 1~7월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68.3%다. KB는 전세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월세·반전세 수요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봤다.
쉽게 말해, 집을 빌리려는 사람이 줄어든 게 아니라 보증금을 빚으로 마련하던 방식이 매달 내는 월세로 바뀌고 있다.
- 늘어난 건 집을 사며 받는 개별 주담대다
개별 주담대는 집을 사는 사람이 그 집을 담보로 받는 대출이다. 한국은행 이승엽 금융시장국 차장은 지난 8월 13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8·13 부동산대책) 뒤 강남3구와 용산은 가격이 내리고 거래도 일부 줄었다면서도 “서울 여타지역이나 경기 일부지역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개별 주담대는 확대 추세”라고 설명했다.
규제가 가장 비싼 동네의 매수를 먼저 눌렀지만, 집값이 오르는 다른 동네에선 집을 사는 대출이 계속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8월엔 주담대가 4조 1,000억 원 늘었는데, KB는 수도권의 5월 거래 증가와 7~8월 입주 물량 확대에 따른 잔금대출을 이유로 꼽았다. 9월 증가폭이 줄어든 데엔 전세 거래 둔화와 입주 물량 감소가 작용했다.
- 가계대출 증가폭이 준 데엔 주식 투자 감소 등이 겹쳤다
9월 가계대출 증가폭을 6,000억 원까지 끌어내린 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다. 기타대출은 2조 3,000억 원 줄어 잔액 242조 6,000억 원이 됐다. 한국은행은 9월 개인의 주식 순매도가 약 12조 4,000억 원으로 컸다며, 분기 말 부실채권 정리와 추석 상여금으로 대출을 갚은 계절 요인도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통장으로 치면, 주식을 판 돈으로 마통부터 메운 셈이다. 다만 주담대는 마통처럼 한 달 만에 메워지는 빚이 아니다.
쉽게 말해, 가계대출 합계가 덜 늘어난 건 주식 투자 감소 등으로 기타대출이 빠진 효과이지 집을 사는 빚이 멈춘 신호가 아니다.
- 한국은행은 왜 앞으로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나
한국은행은 아직 주택가격 흐름이 가계대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남3구·용산의 하락과 서울 다른 지역·경기 일부의 상승이 엇갈려서다.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에만 7조 원 넘게 늘었다가 3개월 연속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6개월 연속 늘고 있는 건 그대로다.
대출 금리도 낮지 않다. 7월 주담대 금리는 4.48%로 전월보다 0.12%p 올랐고, KB는 8월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담대 금리가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3억 원을 30년 원리금균등으로 이 금리에 빌린다고 가정하면 매달 약 151만 6,000원을 갚아야 한다. 이 부담을 지고도 집을 사는 대출이 늘고 있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9월 대출 통계에서 집 빚은 줄어든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겼다. 전세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세입자를 월세로 밀어내면서 빌려 사는 쪽 빚은 1년 넘게 줄었다. 반면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선 집을 사는 쪽 빚이 개별 주담대로 계속 늘었다. 두 흐름이 한 통계 안에 섞여, 주담대 증가폭만 보면 사는 쪽 빚이 얼마나 늘었는지 덜 보인다.
그래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를 집값 안정 신호로 바로 읽으면 틀릴 수 있다. 9월 증가폭을 줄인 건 주식 빚과 전세대출이었고, 개별 주담대는 서울 다른 지역과 경기 일부의 집값 상승을 따라 늘었다.
비트프레스가 보기엔, 대출 뉴스는 총량보다 어느 쪽 대출이 늘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전세대출이 줄어도 개별 주담대가 늘고 있다면 집을 사려는 수요는 아직 살아 있다.
출처
https://www.etoday.co.kr/news/view/2636086
https://www.mt.co.kr/economy/2026/10/15/2026101511071427350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340091
https://kbthink.com/realestate/insights/research/260916-7.html
https://kbthink.com/realestate/insights/research/260916-4.html
https://kbthink.com/realestate/insights/research/260916-5.html
용어 풀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 집을 담보로 맡기고 받는 대출로, 한국은행 통계에서는 전세대출 같은 주택 관련 대출도 함께 집계됩니다.
개별 주담대 — 집을 사는 사람이 은행에서 따로 받는 주택담보대출로, 단체로 받는 집단대출과 구분됩니다.
집단대출 — 새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중도금·잔금 등을 위해 단체로 받는 대출입니다.
전세대출 —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려고 받는 대출입니다.
기타대출 —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처럼 집을 담보로 하지 않는 가계대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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