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미국 회사 시큐리타이즈가 애플·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 주식 12개 종목을 블록체인 솔라나 위의 코인, 곧 토큰으로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이날 시큐리타이즈 주가는 약 10% 올랐다.
얼핏 보면 주식 이름만 빌린 또 하나의 코인 상품 같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토큰 1개 뒤에는 실제 주식 1주가 있고, 배당과 의결권이 따라오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애플 주주명부에 오르는 이름은 토큰을 산 내가 아니다.
- 무엇이 나왔을까
시큐리타이즈(2017년 세운 미국 플로리다 회사로, 기존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토큰으로 옮기는 일을 한다)는 45억 달러어치 토큰 자산을 발행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첫 블록체인 머니마켓펀드(짧은 만기 채권 등에 넣는 펀드)를 발행한 곳이고, 6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번 상품 이름은 ‘시큐리타이즈 스톡스’다. 거래는 시큐리타이즈의 솔라나 기반 플랫폼에서 시작하고, 값은 USDC(1달러에 값을 맞춰 둔 코인)로 치른다. 처음엔 미국 정규장 앞뒤의 연장 시간에만 거래되고, 회사는 24시간 거래로 넓힐 계획이다. 미국·유럽 등 허용된 지역에서 자격을 갖춘 투자자가 살 수 있다.
- 가격만 따라가는 코인과 무엇이 다를까
회사 설명에 따르면 토큰 하나하나는 실제 주식 1주로 뒷받침된다. 토큰 1개에 진짜 주식 1주가 짝지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배당과 의결권 같은 주주 권리가 토큰 주인에게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카를로스 도밍고 최고경영자는 “토큰 주식은 주가를 따라 움직이는 가격 그 이상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가 대신 고른 길은 주주 권리와 투자자 보호, 시장 인프라를 그대로 가져가며 주식을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것이다.
극장 옷 보관소 번호표로 생각하면 된다. 번호표 뒤에는 진짜 코트가 걸려 있고, 번호표를 가진 사람이 그 코트의 주인으로 대접받는다. 다만 번호표가 코트 자체는 아니다.
- 그런데 왜 주주명부엔 내 이름이 없을까
주주명부는 회사가 관리하는 주주 이름 목록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 토큰은 그 명부에 직접 오르는 소유권이 아니라 ‘증권 수취권’(맡겨 둔 증권에 대해 갖는 권리)이다. 실제 주식은 시큐리타이즈의 증권사가 맡아 두고, 토큰과 기존 주식시장을 잇는 거래 정리·보관 시설은 RQD가 지원한다.
낯설어 보이지만 증권사 계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미국의 증권 감독 기관)는 증권사 대부분이 고객 주식을 고객 이름이 아닌 증권사 이름으로 맡아 두고, 장부에 고객을 ‘실제 주인’으로 기록한다고 설명한다. 한국예탁결제원도 한국 투자자의 해외 주식을 현지 외국보관기관(현지에서 보관·결제·권리행사를 대신 처리하는 기관)을 통해 맡긴다고 설명해 왔다(2022년).
쉽게 말해, 주주명부에 내 이름이 없는 건 토큰 주식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점은 그 권리를 블록체인 위 토큰으로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회사는 주식을 낸 회사가 직접 토큰화에 나서면 직접 소유로 바꾸는 길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 왜 하필 지금 나왔을까
길은 규제가 열었다. SEC는 9월 블록체인 위에 새 토큰 증권 거래소를 열 수 있게 하는 ‘혁신 면제’를 내놓았다. 이번 주에는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ICE와 코인거래소 OKX의 합작사도 이 틀 아래 토큰 주식 거래를 신청했다.
시큐리타이즈는 이 토큰을 뉴욕증권거래소가 준비 중인 24시간 디지털 거래 플랫폼과 ICE·OKX 합작 거래소에도 올릴 계획이다. 다만 두 곳 모두 아직 개시일을 정하지 않았고, 문을 열고 규제 요건을 맞춰야 가능하다.
시장은 아직 작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실린 수치로 토큰 주식은 약 23억 달러로, 세계 자본시장 자산 약 300조 달러에 견주면 아주 작은 몫이다. 그래도 돈은 먼저 움직였다. 시큐리타이즈 주가는 LG CNS와 토큰 펀드·주식·스테이블코인을 함께 검토하는 협력을 발표한 10월 6일 장중 8% 가까이 올랐고, 최근 한 달 동안 약 54% 올랐다.
- 토큰 주식은 원래 주식과 똑같이 움직일까
똑같지 않다. IMF는 10월 8일 토큰 주식 시장 전반을 분석해, 토큰 주식이 원래 주식보다 거래가 훨씬 덜 활발하고, 가격 출렁임(실현 변동성)은 약 1.5배라고 밝혔다. 거래의 절반 넘게는 미국 정규장 밖에서, 약 80%는 1주 미만 단위로 이뤄졌다.
1,000만 원어치를 가졌다고 해 보자. 원래 주식이 하루 2% 움직일 때 20만 원이 오르내린다면, 출렁임이 1.5배인 쪽은 30만 원쯤 오르내리는 셈이다(단순 가정 계산). 이름은 같은 주식이어도 흔들림의 크기는 같지 않다는 뜻이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이 뉴스로 판단이 달라지는 사람은 ‘코인으로 된 주식’을 사 볼까 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질문은 “코인이냐 주식이냐”였다. 이제는 “토큰 뒤에 진짜 주식이 1:1로 있나, 그 주식을 누가 맡아 두나”가 먼저다.
회사 설명대로라면 시큐리타이즈 토큰은 진짜 주식 1주와 배당·의결권이 따라오는 쪽이다. 대신 주주명부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게 아니라, 맡겨 둔 주식에 대한 권리를 토큰으로 갖는다. 증권사 계좌로 해외주식을 살 때 증권사에 맡기는 것과 닮은 구조다. 다만 IMF 분석으로 토큰 주식 전반은 원래 주식보다 값이 더 크게 출렁였다.
기준은 하나다. 토큰에 붙은 회사 이름이 아니라, 그 뒤에 진짜 주식 1주가 있고 누가 그것을 맡아 두는지가 진짜와 가짜를 가른다.
출처
https://www.coindesk.com/business/2026/10/08/securitize-brings-apple-nvidia-and-tesla-to-solana-with-nyse-trading-in-the-works
https://www.theblock.co/news/markets/2026-10-08-securitize-launches-tokenized-us-stocks-solana-418043
https://cointelegraph.com/news/securitize-stock-jumps-launching-tokenized-us-equities-solana
https://cointelegraph.com/news/imf-flags-volatility-liquidity-risks-tokenized-markets-grow
https://www.sec.gov/answers/street.htm
https://www.inews24.com/view/1478224
용어 풀이
토큰 — 블록체인 위에 기록되는 디지털 증표로, 코인처럼 주고받을 수 있다.
솔라나 — 코인 송금과 거래 기록에 쓰이는 블록체인 가운데 하나다.
USDC — 1개가 1달러에 맞춰지도록 설계된 코인(스테이블코인)이다.
증권 수취권 — 주식을 직접 이름으로 갖는 대신, 누군가 맡아 둔 주식에 대해 갖는 권리다.
실현 변동성 — 실제로 지난 기간 가격이 얼마나 크게 오르내렸는지를 잰 값이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