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도 아닌 주사값”…한미약품, 2조 비만약 시장에 ‘국민 대안’ 던지다
2026-03-20

위고비·마운자로 가격전쟁 속 ‘에페글레나타이드’ 2026년 하반기 출시 목표…”국내 생산으로 공급 안정성 확보”


“한 달에 50만원? 그게 월세야 약값이야”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다이어트 주사를 맞으러 온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처방전을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운자로 5mg 한 달 치 가격이 28만원, 고용량은 50만원을 훌씬 넘는다. 위고비도 용량에 따라 21만원에서 37만원까지. 비만약의 ‘로렐라이’에 불과 몇 달 새 수십만원을 쏟아부었지만, 주사 바늘은 멈출 수 없다. 한 번 시작하면 끊으면 요요가 오기 때문이다.

이런 김 씨들의 한숨이 곧 바뀔지도 모른다. 국내 제약사 최초로 개발 중인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2026년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이 약이 위고비·마운자로 대비 저렴한 가격대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딜사이트경제TV는 “실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공급가는 현재 10만원 중반대부터 시작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현재 시판 중인 위고비·마운자로 대비 최대 60% 저렴한 수준이다.

다만 이는 회사의 공식 가격 책정이 아닌 시장의 추정치로, 한미약품은 “기존의 비만치료제가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근육 빠지는 다이어트는 이제 그만”…’근육 지킴이’ 신약의 등장

한미약품의 비만약 전략은 단순히 ‘싼 가격’이 아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 약물 중 가장 우수한 심혈관·신장 보호 효능을 입증했다. 40주 임상 결과 체중 감소율은 8.13%로 위고비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위장관계 부작용은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진짜 승부수는 따로 있다. 한미약품은 ‘HM17321’이라는 신개념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이는 GLP-1 계열이 아닌 UCN2(우로코르틴2) 수용체를 표적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약물로, 체중을 줄이면서 동시에 근육량을 늘리는 효과가 확인됐다.

비만 마우스 실험에서 체중 25~30% 감소, 지방량 71~77% 감소와 함께 근육량은 오히려 8%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기존 비만약의 최대 부작용인 ‘근육 소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 전무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CV Outcome Trial 결과 다른 어떤 비만치료제보다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는데 좋은 약물”이라며 “약물의 흡수를 서서히 유도하는 특성을 통해 위장관계 부작용을 완화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다르다”…9년 전 쇼크와 다른 3가지

투자자들의 뇌리에는 2016년의 악몽이 선명하다. 한미약품은 당시 얀센에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당뇨치료제 ‘올무티닙’이 함량미달 논란으로 계약이 해지되면서 주가가 하루에 10% 이상 폭락했다.

정보 유출 의혹까지 더해지며 시장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첫째, 생산 기지가 다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국내 직접 생산된다. 수입에 의존하는 위고비·마운자로와 달리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임상 단계가 다르다. 이미 3상을 마치고 식약처 품목허가를 신청한 단계로, 기술수출 계약 해지 같은 변수가 없다. 셋째, 파트너가 다르다. 이번에는 기술수출이 아닌 자체 상업화 전략으로, 외국 제약사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경영권 분쟁 ‘2라운드’…비만약 개발은 안전한가?

2024년부터 이어진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최근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모녀 측)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자, 아들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반대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던 1차 분쟁은 지난해 12월 임종윤 사장의 화해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2026년 3월, 새로운 갈등이 터져 나왔다. 33년 한미맨으로 불리던 박재현 대표가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갈등으로 사임하고, 외부 인사인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임직원들은 피켓 시위까지 벌이며 반발했다. 그럼에도 비만약 개발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미 임상 3상을 마쳤고, 식약처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돼 2026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다

.R&D 센터장인 최인영 전무를 중심으로 한 연진 조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경영진 교체가 파이프라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다.


“1000억 매출이 시작일 뿐”…2030년 2.9조 비전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로 연간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한다.

DS투자증권은 2026년 406억원을 시작으로 2027년 1258억원, 2028년 2260억원, 2029년 3811억원까지 연평균 86% 성장을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한미 비전 데이’에서 2030년 별도기준 매출 2.9조원, 연평균 성장률(CAGR) 20% 목표를 제시했다.

비만·대사 질환 파이프라인 ‘H.O.P(Hanmi Obesity Pipeline)’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 청사진이다. HM15275(삼중작용제)는 25% 이상 체중 감소 잠재력을 보이며 2026년 임상 2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고, HM17321(근육 증가제)도 2025년 하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한다.


“이번엔 주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2016년 주가 폭락으로 주주들이 겪었던 고통을 한미약품은 잊지 않고 있다. 9년이 지난 지금, 비만약 시장은 2조원 규모로 커졌고,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 생산으로 확보한 공급 안정성, 근육 보존이라는 차별화 포인트, 그리고 9년 전의 실패를 교훈 삼은 신중한 임상 설계. 한미약품의 ‘국민 비만약’이 과연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2026년 하반기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1. 가격 전망의 불확실성: 10만원대 출시는 딜사이트경제TV 등 외부 매체의 추정치일 뿐, 회사의 공식 가격 책정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기존의 비만치료제가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출시 가격은 위고비·마운자로의 가격 정책과 보험 급여 여부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

2. 경영권 분쟁의 딜레마: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황상연 대표가 공식 선임되면 한미약품은 창사 이래 첫 외부 인사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제약업계 특성상 내부 출신을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외부 인사의 조직 장악이 과연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R&D 중심의 제약사에서 투자 전문가 출신 CEO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3. 파이프라인의 안정성: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미 임상 3상을 마쳤기 때문에 경영진 교체가 개발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HM17321(근육 증가제)나 HM15275(삼중작용제) 같은 후속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 전략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황상연 대표의 금융·투자 전문성이 여기에서 발휘될 수 있다.

4. 2016년 vs 2026년의 차이: 2016년 올무티닙 사태는 기술수출 계약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 이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자체 상업화 전략으로, 외부 파트너 의존도가 낮다. 이는 리스크 감소 요인이지만, 동시에 국내 시장 경쟁력 확보의 부담을 한미약품이 온전히 떠안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 ‘국민 비만약’의 진짜 의미: 단순히 싼 가격이 아니라, 접근성(공급 안정성)지속가능성(부작용 최소화)이 핵심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면, 10만원대가 아니더라도 시장은 충분히 열릴 것이다.


출처

한미약품 보도자료, “효능·안전성 다 잡은 국민 비만약 나온다…한미, 연내 허가신청”
한미약품 보도자료,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허가 신청 완료…밸류업 여정 본격화”
한미약품 IR 자료, 2025년 3분기 및 Vision Day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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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보도자료, “Hanmi Pharmaceutical Delivers Record Results as Revenue Reaches USD 1.15 Billion”
NEJM, Cardiovascular and Renal Outcomes with Efpeglenatide in Type 2 Diabetes
국내 비만약 시장 가격·처방·매출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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