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오랫동안 ‘바이블’처럼 통용되던 비트코인 4년 주기설이 공개적으로 부정되기 시작했다. 선언의 주체는 다름 아닌 비트코인 최대 기업 보유자인 Strategy(스트래티지, 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회장 마이클 세일러다.
세일러는 2026년 4월 4일 자신의 X 계정에 “비트코인은 이겼다. 글로벌 컨센서스는 BTC가 디지털 자본이라는 것이다. 4년 주기는 끝났다. 가격은 이제 자본 흐름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은행과 디지털 신용이 비트코인의 성장 궤적을 결정할 것이며, 가장 큰 위험은 잘못된 아이디어가 해로운 프로토콜 변경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4년 주기설이란 무엇인가
비트코인의 4년 주기설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프로토콜에 설계한 반감기(Halving)에서 비롯된다.
※ 반감기(Halving): 약 4년마다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벤트. 신규 공급량이 감소하며 희소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매 21만 블록마다, 즉 약 4년 주기로 채굴자가 받는 블록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설계는 새 비트코인의 공급 속도를 점진적으로 늦춤으로써 희소성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메커니즘이다. 역사적으로 반감기 이후 12~18개월 내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해왔다.
첫 반감기가 발생한 2012년, 비트코인은 12달러 수준에서 이듬해 1,150달러까지 치솟았다. 2016년 두 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2017년 강세장이 이어져 2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2020년 세 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2021년 약 6만 9,000달러의 당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패턴은 반복성이 명확했기에, 많은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이 반감기 일정을 기준으로 매수·매도 전략을 수립해왔다.
그러나 2024년 네 번째 반감기는 달랐다. 4월 반감기 이전인 1월에 이미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기관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고, 비트코인은 반감기 이전에 이미 역사상 처음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2025년 10월 6일 12만 6,198달러의 최고점을 찍은 뒤 가격은 현재 최고가 대비 약 46%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왜 4년 주기는 희미해지고 있나
세일러의 선언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영향력 때문만이 아니다. 시장 구조 자체가 실질적으로 바뀌었다는 근거들이 뒷받침한다.
현재 비트코인의 연간 신규 공급량은 전체 유통량의 0.85% 수준에 불과하다. 2009년 초기 50 BTC에서 시작한 블록 보상은 네 번의 반감기를 거쳐 현재 3.125 BTC까지 줄었으며, 전체 2,100만 BTC 중 이미 94% 이상이 채굴 완료된 상태다. 이 수준에서 반감기가 시장에 미치는 공급 충격의 실질적인 크기는 초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요 측면의 변화는 더 결정적이다. 2024년 1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블랙록의 IBIT 하나만으로도 약 77만 3,000 BTC 이상을 운용하며 글로벌 최대 비트코인 현물 ETF로 자리 잡았다. 전체 ETF 복합체는 2024년 이후 약 1만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며,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6%를 규제 금융 상품 안에 가두었다. 이 물량은 소매 투자자들의 패닉셀 자원에서 사실상 제거된 셈이다.
Strategy가 보유한 76만 2,099 BTC도 같은 맥락이다. 단일 기업이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약 3.6%를 보유하는 구조에서, 가격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개인 투자자의 감정이나 채굴 보상 변화가 아닌 기관 자본의 배분 결정임은 점차 자명해지고 있다.
세일러가 진짜 경고한 것
세일러의 발언 중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그는 비트코인의 최대 위협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 즉 잘못된 프로토콜 변경 시도에서 비롯된다고 명시했다.
세일러는 이를 ‘의원성(醫源性, Iatrogenic)’ 위험이라는 의학 용어를 빌려 표현했다.
※ 의원성(Iatrogenic): 의학에서 치료 행위 자체가 부작용이나 새로운 질병을 유발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 세일러는 이를 비트코인 프로토콜 개선 시도가 오히려 핵심 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이 맥락은 현재 비트코인 개발자 커뮤니티 내에서 뜨겁게 논의 중인 BIP-110 제안과 연결된다. BIP-110은 Tapscript 내 OP_SUCCESS 옵코드를 비활성화하고 Taproot 컨트롤 블록을 257바이트로 제한해 Ordinals 같은 프로토콜의 온체인 데이터 삽입을 제한하는 소프트 포크 제안이다. Blockstream 공동 창립자 아담 백 등 일부 인사들은 이 제안이 레이어 2 개발을 저해하고 비트코인의 확장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세일러는 이처럼 ‘더 좋은 비트코인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시도 자체가 오히려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다.
시장이 반응하는 방식
이 발언이 나온 시점은 비트코인이 2025년 10월 최고점 대비 절반에 가까운 가격에서 거래되는 하락 국면이었다. 세일러는 직전 날인 4월 3일 “비트코인을 사기 좋은 성금요일(Good Friday)”이라고 언급하며 시장에 매수를 촉구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매수 기회로 해석했으나, 또 다른 시장 참여자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4년 주기가 실제로 종료됐다면, 지금의 하락은 과거와 같은 ‘반감기 이후 조정’이 아니라 거시 경제 변수에 연동된 기관 자산의 일반적인 조정과 같은 성격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회복의 타이밍을 반감기 시계가 아닌 연준의 정책 기조, ETF 자금 흐름, 기업 재무 전략으로 읽어야 한다.
전통적인 주기론자들의 반론도 여전히 유효하다. 비트코인의 역사는 16년에 불과하며, 매 사이클마다 “이번엔 다르다”는 주장이 등장했고 그때마다 결과는 엇갈렸다. 일부 분석가들은 현재를 사이클의 종료가 아니라 중반 조정으로 판단하며, 2026년 말~2027년 중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세일러의 선언은 단순한 강세론자의 낙관이 아니다. 비트코인 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 즉 반감기라는 공급 변수보다 기관 자본의 흐름이라는 수요 변수가 가격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장에서 가장 큰 포지션을 보유한 당사자가 공식화한 것이다.
이 변화가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4년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고 기다리는 방식의 투자 전략은 유효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대신 ETF 자금 흐름,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 주요 기업 및 국가의 비트코인 채택 속도를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 다만 세일러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 전에, 비트코인에서 가장 많은 것을 잃거나 얻을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출처
https://x.com/saylor/status/1908230727538622793 https://www.cryptotimes.io/2026/04/05/michael-saylor-says-bitcoin-cycle-dead-points-to-capital-flows/ https://blockeden.xyz/blog/2026/02/06/bitcoin-four-year-cycle-dead-institutional-flows-etfs-sovereign-adoption/ https://calebandbrown.com/blog/is-bitcoins-four-year-cycle-broken/ https://bitbo.io/treasuries/microstrate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