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산주를 모아 놓은 S&P 1500 항공우주·방산 지수(29개 종목)는 8월 초 고점부터 10월 14일까지 19% 가까이 빠졌다.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먼 같은 대형 무기 회사도 같은 기간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흔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전쟁이 길어지면 무기를 더 사야 하니 방산주는 올라야 한다는 것이 보통의 생각이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방산 회사의 돈은 전쟁터가 아니라 미국 의회가 통과시키는 국방 예산에서 나오고, 그 의회의 주인이 11월 중간선거(대통령 임기 중간에 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바뀔 수 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꼽은 하락 배경도 전쟁이 아니라 이 선거였다.
- 방산 회사의 매출은 전쟁이 아니라 예산에서 나온다
록히드마틴(F-35 전투기와 미사일을 만드는 미국 최대 방산 회사)은 연례 보고서에서 2025년 매출 750억 달러의 72%를 미국 정부에서 벌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한 곳이 63%다. 해외 고객 몫 28%에도 미국 정부를 거쳐 파는 무기가 들어 있다.
회사는 정부 사업의 자금이 대통령의 예산 요청과 의회의 연례 예산 승인 절차 등에 좌우된다고 적었다. 전쟁으로 무기가 더 필요해져도, 의회가 돈을 내주지 않으면 매출이 되지 않는다.
학원을 생각하면 된다. 다니고 싶은 학생이 늘어도 학원비를 내는 부모가 지갑을 닫으면 학원 매출은 늘지 않는다. 다만 국방 예산의 지갑은 부모 한 사람이 아니라 의회 다수당이 쥔다.
- 트럼프의 5,000억 달러 증액안이 선거에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초 2027년 국방 예산을 1조 달러가 아니라 1조 5,000억 달러로 하자고 했다. 한 번에 50%, 약 5,000억 달러를 더 쓰자는 제안이다. 방산 회사에는 앞으로 몇 년 매출이 커질 근거였다.
FT는 10월 19일 투자자들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압승에 돈을 걸면서 미국 방산주가 급락했고, 더 높은 국방 예산에 대한 양당의 지지가 약해져 이 증액안이 위태로워졌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민주당이 이기면 국방 지출과 일부 방산 회사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를 더 깐깐하게 따질 것이라는 우려를 매도 배경으로 꼽았다.
- 2년 새 60% 넘게 오른 주가는 기대가 흔들리자 먼저 반응했다
이 지수는 2024~2025년 두 해 동안 6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은 44%, 나스닥100은 50% 올랐다. 미국과 유럽 등이 국방비를 늘릴 거라는 기대에 돈이 몰린 결과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상승이 멀티플 확장, 즉 이익보다 주가가 더 빨리 오른 데서 나왔다고 봤다. 다만 그는 수요와 기술의 변화를 보면 정당한 상승이었고, 중간선거가 끝나면 다시 안정될 것으로 본다. 쉽게 말해, 주가 안에 앞으로 늘어날 예산에 대한 기대가 크게 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 기대가 흔들리자 주가가 먼저 움직였다.
8월 고점에 이 지수와 똑같이 움직이는 상품에 1,000만 원을 넣었다면 10월 14일에는 약 810만 원이다(가정 계산). 모든 하락이 예산 걱정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연료비가 올라 항공 여행이 줄 수 있다는 걱정에 비행기 엔진 회사 GE에어로스페이스도 19% 빠졌다고 전했다.
- 월가는 같은 선거를 두고 판단이 갈렸다
바클레이스는 노스롭그루먼(폭격기·미사일 방어 장비 회사) 분석을 매도에 해당하는 의견으로 시작했다. 국방 예산이 몇 년째 늘었고 중간선거에 이어 대통령 선거도 다가오는 만큼, 국방 지출은 늘어날 여지보다 줄어들 여지가 크다는 이유다. 미사일 수요가 큰 록히드마틴에도 보유 의견만 줬다.
반대편도 전쟁이 아니라 예산을 근거로 산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의 제이 해트필드 대표는 11월 공화당 참패를 예상하면서도 9월 중순 록히드마틴을 사들였다. 민주당도 방어용 미사일 예산은 지지할 것이라 하락이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버티컬 리서치도 미사일 예산은 양당이 지지한다며 록히드마틴을 매수로 올렸다. 인테그리티 자산운용은 예산 압박을 덜 받는 분야라며 해군 함정 회사 헌팅턴 잉걸스를 더 샀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방산주는 ‘전쟁이 나면 오르는 주식’이라기보다 ‘예산이 늘면 오르는 주식’에 가깝다. 이란 전쟁이 이어지는데도 지수가 19% 가까이 빠진 건, 돈줄을 쥔 의회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 때문이다. 저가 매수에 나선 쪽조차 근거는 전쟁이 아니라 ‘민주당도 찬성할 예산 항목’이었다.
그래서 같은 방산주라도 앞날이 갈릴 수 있다. 양당이 모두 원하는 미사일·함정처럼 예산이 쉽게 깎이지 않는 무기를 파는 회사와, 새 증액안에 기대를 건 회사는 선거 결과에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방산 주식이나 ETF(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아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품)를 볼 때는 뉴스 속 전쟁보다, 그 회사가 파는 무기가 다음 의회에서도 양당이 돈을 대 줄 항목인지를 먼저 보면 된다.
출처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6-10-15/defense-stock-rout-lures-dip-buyers-looking-past-election-risk
https://www.spokesman.com/stories/2026/oct/15/defense-stock-rout-lures-dip-buyers-looking-past-u/
https://www.ft.com/content/e73d0106-486b-4382-8ecc-5c96ac44fdff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936468/000162828026004195/lmt-20251231.htm
https://www.foxnews.com/politics/trump-calls-1-5t-defense-budget-build-dream-military
https://biztoc.com/x/20c047807b985624
용어 풀이
중간선거 — 미국 대통령 임기 4년의 중간에 하원 전체와 상원 일부를 새로 뽑는 선거입니다.
S&P 1500 항공우주·방산 지수 — 미국 대형·중형·소형주 1,500개 가운데 무기·항공기·엔진 회사 29곳을 묶어 주가 흐름을 보여 주는 지수입니다.
멀티플 확장 — 회사 이익보다 주가가 더 빨리 올라, 이익 1원에 매기는 주가가 비싸지는 것을 말합니다.
매도에 해당하는 의견 — 증권사가 ‘비중 축소’처럼 주식을 줄이라는 뜻으로 내는 투자 의견입니다.
ETF — 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아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펀드입니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