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예금 금리가 한 주에 0.01%p 오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발행된 전체 금액)의 10주 성장률이 평균 15%에서 약 12%로 낮아진다. 국제결제은행(BIS, 각국 중앙은행이 회원인 국제기구)이 10월 낸 워킹페이퍼(정식 게재 전 연구 논문)의 분석이다. 1,000만 원을 맡긴 사람이라면 0.01%p(퍼센트포인트)는 1년 이자 1,000원 차이다.
스테이블코인(1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값을 맞춘 코인)은 흔히 코인을 사고팔 때 돈을 잠시 넣어 두는 용도로 여겨진다. 보유자에게 이자도 주지 않으니 은행 금리와는 상관없어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은행 예금이 같은 돈을 두고 일부 다투고 있다는 점이다.
- 스테이블코인은 왜 은행 예금과 닮았나
논문을 쓴 라샤드 아메드(앤더슨 금융경제연구소)와 이냐키 알다소로(BIS)는 둘의 공통점을 네 가지로 꼽았다. 값이 안정적이고,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고, 결제에 쓰이거나 쓰이려 하며, 발행자가 이자를 거의 또는 전혀 주지 않는다.
월급 통장처럼 생각하면 된다. 이자는 거의 없지만 바로 꺼내 쓸 수 있어서 돈을 넣어 둔다. 스테이블코인도 같은 이유로 들고 있다면, 은행이 이자를 조금 더 줄 때 일부 돈은 은행에 머물 수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 아니라 코인 발행사가 내준다는 점이 다르다.
- 예금 금리가 0.01%p 오르자 성장률은 15%에서 12%가 됐다
연구진은 2019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미국의 주간 자료를 썼다. 이 기간 준비금을 쌓아 두고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USDT·USDC 등)의 시가총액은 50억 달러 미만에서 2,200억 달러 넘게 커졌다. 비트코인 가격·국채 금리·기준금리 같은 다른 요인의 영향은 걸러 냈다.
결과는 은행 예금 금리가 한 주에 0.01%p 오르면 이후 10주 동안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성장률이 평균 15%에서 약 12%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기간 미국 예금 금리는 평균 0.26%, 가장 높을 때도 0.57%였다. 쉽게 말해 은행 이자의 작은 움직임에도 스테이블코인이 늘어나는 속도가 달라졌다.
- 보정하면 효과는 세 배로 커진다
연구진은 단순 계산이 효과를 작게 잡는다고 봤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돈이 빠지면 은행은 예금을 지키려고 금리를 올린다. 그러면 금리 상승과 스테이블코인 증가가 함께 나타나 효과가 묻힌다. 주간 예금 금리 자료가 작은 변화를 정확히 잡지 못하는 점도 효과를 줄인다.
연구진은 이를 걸러 내려고 은행의 습관 하나를 이용했다. 기준금리가 약 3%보다 낮을 땐 은행이 예금 금리를 거의 올리지 않다가, 그 위에선 훨씬 적극적으로 올린다. 이 차이로 다시 계산하자 성장률이 줄어든 폭은 약 3%p에서 약 9%p로 세 배가 됐고, 10주 성장률은 15%에서 약 6%로 낮아졌다. 이 값은 대체 유인이 가장 큰 고금리 시기에 무게가 실린 추정이고, 연구진은 이 방법이 다소 약하다는 점도 밝혔다.
두 계산 모두 스테이블코인이 줄어든 게 아니라 늘어나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뜻이다. 성장이 뒤집히지는 않았다.
- 미국 사용자가 많은 USDC가 더 크게 반응했다
발행사별로 나누면 차이가 뚜렷하다. 은행 예금 금리가 0.01%p 오를 때 서클의 USDC는 10주 성장률이 약 5%p, 테더의 USDT는 약 2%p 줄었다(기본 계산). 연구진은 USDC는 미국 기관과 디파이(은행 없이 코드로 돌아가는 금융 서비스) 이용자가 많고, USDT는 주로 해외와 신흥국에서 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방법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코인의 시가총액을 보니 뚜렷한 반응이 없었다. 예금 금리에 반응한 것은 코인 시장 전체의 열기가 아니라, 예금 대신 들고 있던 스테이블코인이었다는 뜻이다.
- 그래서 이자를 줄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
미국 의회는 2025년 7월 지니어스법(GENIUS Act,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을 통과시켜 발행사가 보유자에게 이자를 주지 못하게 정했다. 이 법은 늦어도 2027년 1월 18일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3월 보고서에서 이 법이 거래소가 보유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은 명시적으로 막지 않는다고 짚었다. 의회조사국은 규제 서류를 근거로 서클이 준비금에서 번 이자 일부를 코인베이스(미국 최대 코인거래소)에 넘긴다고 전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를 빈틈이라며 막으려 하고, 코인 업계는 은행이 경쟁을 막는 것이라고 맞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는 올해 1월 실적 발표에서 최대 6조 달러의 예금이 수익을 주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 상품으로 옮겨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도 발행사가 이자를 줄 수 있느냐를 예금과 스테이블코인의 경계를 정할 수단으로 꼽았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이 논문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크기가 코인 열기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연구진의 말대로 은행은 예금 금리로 스테이블코인이 퍼지는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코인데스크가 짚었듯 은행이 이자를 더 주면 그만큼 은행이 쓰는 비용도 커진다.
이자 규칙도 같은 저울 위에 있다. 발행사나 거래소가 보유자에게 수익을 줄 수 있으면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과 더 잘 겨룰 수 있고, 막히면 은행 쪽이 유리해진다. 다만 이번 결과는 2022~2025년 금리 상승기 한 번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 이자를 주는 스테이블코인이 늘면 달라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증가가 느려졌다면 코인 열기가 식었다는 신호로만 읽을 일이 아니다. 은행 예금 이자가 올랐다면, 예금과 저울질하던 돈이 은행에 더 머문 것일 수 있다.
출처
https://www.bis.org/publications/working-paper-1382-are-stablecoins-and-bank-deposits-substitutes.pdf
https://www.coindesk.com/business/2026/10/14/banks-could-slow-stablecoin-growth-by-paying-savers-more-bis-paper-finds
https://www.everycrsreport.com/reports/IF13174.html
https://www.theblock.co/post/385724/bank-of-america-ceo-stablecoin-yields
https://www.lw.com/en/insights/OCC-Issues-Proposal-to-Implement-the-GENIUS-Act
용어 풀이
스테이블코인 — 1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값을 맞추도록 만든 코인으로, USDT·USDC가 대표적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 — 각국 중앙은행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국제기구로, 금융 안정에 관한 연구를 냅니다.
디파이 — 은행 같은 중개자 없이 블록체인 위의 코드로 돌아가는 금융 서비스입니다.
지니어스법(GENIUS Act) — 2025년 7월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으로, 발행사가 보유자에게 이자를 주지 못하게 했습니다.
준비금 —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돌려줄 돈을 위해 쌓아 둔 국채·현금 같은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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