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이 금리 연 5% 이상으로 새로 내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2025년 12월 1,665억 원에서 2026년 8월 2조 3,362억 원이 됐다. 8개월 만에 14배다. 연 5.5%를 넘는 대출은 188억 원에서 7,616억 원으로 약 40배 늘었다.
이 숫자를 보면 ‘금리가 올랐으니 내 대출 이자도 다음 달부터 오르겠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14배는 새로 나간 대출 이야기다. 이미 받은 대출은 종류마다 이자가 바뀌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다.
- 5% 이상 대출은 왜 8개월 새 14배가 됐나
첫째 이유는 한국은행이다. 세계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고, 8월 27일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연 3.00%가 됐다. 연속 인상은 3년 7개월 만이다.
둘째는 은행채 금리다. 은행은 예금뿐 아니라 은행채(은행이 돈을 빌리려고 파는 채권)로도 대출할 돈을 마련한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9월 15일 4.655%로 올해 가장 높았다. 해마다 9~11월은 만기가 된 은행채를 새로 찍는 시기인데, 올해는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예금 만기까지 겹쳤다.
편의점 도매가처럼 생각하면 된다. 들여오는 값이 오르면 파는 값도 오른다. 그 결과 국내 16개 은행이 새로 내준 주담대 가운데 연 5% 이상 비중은 2025년 12월 14.7%에서 올해 8월 32.5%로 두 배 넘게 커졌다. 다만 대출은 편의점 물건과 달리, 이미 판 대출도 약속한 날에 값이 다시 매겨진다.
- 지금 새로 빌리면 금리는 얼마인가
한국은행 집계로 8월 은행이 새로 내준 주담대의 평균 금리는 연 4.66%다. 2022년 11월(4.74%) 이후 가장 높다. 고정형은 4.88%, 변동형은 4.53%였다. 5년 전인 2021년 8월 평균은 2.88%였다.
쉽게 말해, 지금 집을 사며 새로 빌리는 사람은 5년 전보다 한참 비싼 값에 돈을 빌린다.
3억 원을 30년 동안 원리금균등(매달 같은 금액을 갚는 방식)으로 빌린다면, 연 4%일 때 매달 약 143만 원, 연 5%면 약 161만 원을 낸다. 금리 1%포인트 차이가 매달 약 18만 원이다(가정 계산).
- 변동형 대출은 언제 이자가 바뀌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보통 6개월마다 다시 정해진다(주기는 상품마다 다르다). 기준은 코픽스(은행 8곳이 돈을 마련하는 데 든 평균 금리)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15일쯤 코픽스를 발표하면, 은행들은 이르면 다음 날부터 새로 나가는 대출에 반영한다.
이미 대출이 있는 사람은 다르다. 내 대출의 금리를 다시 정하는 날이 와야 그때의 코픽스로 바뀐다. 4월에 6개월 변동형으로 빌렸다면 10월에 바뀌는 식이다(설명용 예시). 그 사이 기준금리가 올라도 이번 달 이자는 그대로다.
월세 재계약처럼 생각하면 된다. 주변 시세가 올라도 계약 기간에는 같은 월세를 내고, 재계약 날 오른 값을 만난다. 다만 변동형 대출은 6개월마다 그날이 온다. 3억 원·30년 대출의 금리가 그날 연 4.5%에서 5.0%로 오르면 매달 약 9만 원을 더 낸다(가정 계산).
- 혼합형 대출은 고정 기간이 끝나는 날 한 번에 바뀐다
혼합형은 처음 일정 기간(예: 5년) 고정금리를 내고, 그 뒤 변동금리로 바뀌는 대출이다. 고정 기간에는 기준금리가 몇 번 올라도 이자가 그대로다. 대신 고정 기간이 끝나는 날, 그동안 오른 금리를 한꺼번에 만난다.
2021년 8월 평균 금리인 연 2.88%로 3억 원을 30년 원리금균등, 5년 고정으로 빌렸다고 가정해 보자. 매달 약 125만 원을 냈고, 5년 뒤 남은 원금은 약 2억 6,600만 원이다. 여기에 올해 8월 평균인 연 4.66%가 붙으면 매달 약 150만 원, 약 25만 원이 늘어난다(가정 계산 — 실제로 바뀌는 금리는 대출마다 다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 저금리 때 받았던 5년 혼합형 주담대의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는 시기인데 금리가 빨리 오르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기형(정해진 주기마다 금리를 다시 정하고, 그 사이는 고정)도 주기가 돌아오는 날 같은 일을 겪는다.
- 금리는 더 오를까, 지난번엔 어땠나
10월 초 보도에 따르면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11월과 내년 2월 기준금리를 더 올려 최종금리가 연 3.5%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8월에 오른 3.00%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 금리 인상기에도 새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올랐다. 2021년 8월 2.88%였던 새 주담대 평균 금리는 2022년 11월 4.74%가 됐다. 이번에 다른 점은 그때 저금리로 받은 5년 혼합형의 고정 기간이 금리가 오르는 지금 끝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14배라는 숫자는 지금 집을 사며 새로 빌리는 사람에게 먼저 닿는다. 이미 대출이 있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금리 뉴스가 나온 날이 아니라 내 대출의 금리가 다시 정해지는 날이다. 변동형은 보통 6개월 안에 그날이 오고, 2021년에 받은 5년 혼합형은 대출받은 달에 따라 올해 고정 기간이 끝나며 그날을 맞는다.
새로 빌리는 사람의 선택도 달라졌다. 8월 새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31.9%에서 35.3%로 10개월 만에 올랐다. 새 대출 가운데 금리를 일정 기간 묶어 두는 대출의 몫이 커졌다.
기억할 기준은 하나다. 내 이자가 오르는 날은 기준금리가 오르는 날이 아니라, 내 대출의 금리가 다시 정해지는 날이다.
출처
https://www.sedaily.com/article/20097720
https://m.sedaily.com/article/20097734
https://news.jkn.co.kr/post/1007301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337490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334772
https://kbthink.com/investment/deepdive/tip/260828.html
https://www.fnnews.com/news/202605151532546885
https://fsc.go.kr/po010103/81343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30514500222
https://www.newsis.com/view/NISX20210930_0001598315
용어 풀이
코픽스(COFIX) — 국내 은행 8곳이 예금·은행채 등으로 돈을 마련하는 데 든 평균 금리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다.
은행채 5년물 — 은행이 돈을 빌리려고 파는 만기 5년짜리 채권으로, 그 금리가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된다.
혼합형 대출 — 처음 일정 기간(예: 5년)은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그 뒤 변동금리로 바뀌는 대출이다.
주기형 대출 — 정해진 주기(예: 5년)마다 금리를 다시 정하고, 그 사이에는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대출이다.
원리금균등 —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합쳐 매달 같은 금액을 갚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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