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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가 정해진 XRP, 어떻게 공짜로 새로 생길 뻔했을까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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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P는 2012년 XRP 원장(XRP 거래를 서버들이 함께 적는 장부)이 처음 열릴 때 1,000억 개가 한꺼번에 만들어졌다. 그 뒤로는 한 개도 더 생기지 않게 설계됐다. 그런데 10월 9일 XRP 원장 개발진이 공개한 보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 약속을 깰 수 있는 계산 오류가 2015년부터 약 10년 동안 숨어 있었다.

버그는 고쳤고 실제로 악용된 흔적도 없으니 끝난 일로 읽기 쉽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개수가 정해져 있다”는 약속은 바꿀 수 없는 자연법칙이 아니었다. 사람이 짠 계산 코드와, 그 코드를 며칠 만에 고칠 수 있는 소수의 개발자·검증자가 지켜 온 것이었다.


  1. 공짜 XRP는 어떻게 생길 수 있었나

XRP 원장 안에는 코인끼리 바꾸는 장터가 있다. 공격자는 계정 수백 개를 만들고, 계정마다 “아주 적은 토큰을 줄 테니 XRP를 엄청 많이 달라”는 주문을 낸다. 그다음 다른 계정에서 결제 한 번으로 이 주문을 전부 한꺼번에 산다.

문제는 합계를 더하는 순간이다. 프로그램이 금액을 담는 칸에는 최대치가 있었는데, 주문 수백 개의 금액을 더하자 이 최대치를 넘어 아주 작은 숫자로 되돌아갔다. 파는 계정들은 각자 주문 금액을 다 받았지만, 사는 계정은 되돌아간 작은 합계만 냈다. 그 차이가 원래 없던 새 XRP다.

옛날 자동차의 여섯 자리 주행거리계를 떠올리면 쉽다. 999,999km에서 1km를 더 가면 0km로 돌아간다. 다만 주행거리계는 숫자만 틀리지만, 이번 오류는 계산대에 거의 아무것도 안 찍히는 동안 물건이 실제로 다 나가는 일이었다.


  1. 왜 안전장치도 못 잡았나

XRP 원장은 거래마다 “새 XRP가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돌린다. 그런데 이 검사도 같은 방식으로 합계를 더해, 똑같이 작은 숫자로 되돌아갔다. 계정 하나가 전체 공급량보다 많이 가지면 걸리는 검사도 있었지만, 새 XRP를 계정 수백 개에 나눠 담으면 걸리지 않았다.

준비물도 적었다. 계정과 주문을 만들 때 묶어 두는 보증금 수백 XRP(나중에 돌려받는다)와 수수료가 전부였다. 개발진은 공격자가 검증된 거래 한 번으로 전체 공급량을 훨씬 넘는 XRP를 만들 수 있었고, 그 XRP는 다른 XRP처럼 거래소로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계산대 영수증과 금고 장부가 같은 고장 난 계산기를 써서 둘 다 틀렸는데 서로는 맞아떨어진 셈이다.


  1. 10년 동안 왜 아무도 몰랐나

지금의 결제 엔진은 2015년에 만들어졌고, 새 XRP가 생겼는지 보는 검사는 2년 뒤 같은 계산 방식 위에 더해졌다. 보통 결제는 이 최대치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엉뚱한 가격의 주문 수백 개를 일부러 짜야만 닿는 구멍이었다.

신고한 건 연구자 케이든 리아오와 Veria AI다. 9월 22일 XRP 원장의 버그 신고 보상 제도(구멍을 찾아 알리면 상금을 주는 제도)로 신고했다. 리플(XRP 원장 개발에 참여해 온 회사)의 개발 조직 RippleX는 같은 날 공격을 재현해, 새로 생긴 XRP를 다음 거래에서 실제로 쓸 수 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1. 어떻게 막았나 — 처음으로 건너뛴 투표

XRP 원장의 규칙은 보통 투표로 바뀐다. 거래 기록을 확인하는 검증자(장부를 맞춰 보는 서버 운영자) 가운데 믿을 만한 곳의 80% 넘게 2주 동안 찬성해야 새 규칙이 켜진다.

이번엔 그 절차를 건너뛰었다. 9월 25일 긴급 업데이트 xrpld 3.4.1(XRP 원장 서버 프로그램)을 내면서 보안 문제를 고친다고만 밝히고, 세부 내용과 소스 코드는 공개하지 않았다(소스 코드는 10월 9일 공개). 고친 코드를 공개하면 그게 곧 구멍의 위치를 알려 주는 지도가 되고, 몇 주짜리 투표를 기다리는 동안 구멍이 알려진 채 열려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기본 검증자의 80% 넘게 출시 당일 업데이트했다.

개발진은 거래 처리 방식을 이렇게 투표 없이 바꾼 건 투표 제도가 생긴 지 10년 넘게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악용된 흔적은 없었고, 보고서는 10월 9일 공개됐다.


  1. 비트코인에서도 있었던 일, 이번과 다른 점

2010년 8월 15일 비트코인에서도 합계가 넘치는 비슷한 오류로, 거래 한 건이 약 1,844억 개의 비트코인을 만들어 냈다. 상한이 2,100만 개인 코인이다. 5시간 안에 수정판이 나왔고, 기록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정상 기록이 앞서면서 그 비트코인은 사라졌다.

이번과 다른 점은 순서다. 비트코인은 실제로 악용된 뒤 기록을 되돌렸고, XRP는 악용된 흔적이 나오기 전에 막았다. 두 경우 모두 숫자를 지킨 건 코드에 적힌 상한이 아니라, 빨리 움직인 사람들이었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XRP를 가진 사람에게 “1,000억 개가 끝”이라는 약속은 중요하다. 공격자가 100억 개를 새로 만들어 시장에 판다면, 1,000억 개가 1,100억 개가 되면서 내가 가진 XRP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은 약 9% 줄어든다(가정 계산). 같은 크기의 피자를 더 많은 사람이 나눠 먹는 셈이다.

이번 일은 그 약속을 지킨 게 숫자 하나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걸 보여 줬다. 구멍을 신고한 연구자, 같은 날 재현한 개발진, 당일 업데이트한 검증자들이다. 동시에 이번 수정은 개발진이 투표 없이 내놓고 검증자들이 직접 업데이트해 적용됐다. 급할 때는 소수의 판단으로 거래 규칙이 바뀔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개수가 정해진 코인”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그 숫자만이 아니라 그 숫자를 지키는 코드와 그걸 고치는 사람들까지 함께 믿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출처
https://xrpl.org/blog/2026/vulnerabilitydisclosurereport-bug-20261009
https://xrpl.org/blog/2026/xrpld-3.4.1
https://xrpl.org/docs/introduction/what-is-xrp
https://www.coindesk.com/tech/2026/10/10/xrp-ledger-patched-decade-old-bug-that-could-create-billions-of-dollars-in-xrp-from-nothing
https://u.today/how-critical-xrp-ledger-bug-nearly-unleashed-unlimited-xrp-mint
https://en.bitcoin.it/wiki/Value_overflow_incident


용어 풀이
XRP 원장(XRPL) — XRP를 누가 누구에게 보냈는지를 전 세계 서버들이 똑같이 적어 두는 공동 장부다.
검증자 — 새 거래 기록이 맞는지 서로 맞춰 보고 장부에 올리는 서버 운영자다.
넘침 오류(오버플로) — 더한 값이 프로그램이 담을 수 있는 최대치를 넘어, 엉뚱하게 작은 숫자로 되돌아가는 오류다.
버그 신고 보상 제도 — 프로그램의 보안 구멍을 찾아 먼저 알려 준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제도로, 영어로 버그 바운티라고 한다.
소스 코드 — 프로그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람이 읽을 수 있게 적어 둔 설계도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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