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0월 5일 기준 87주 연속 올랐다(한국부동산원). 2025년 2월 첫째 주부터 한 주도 쉬지 않았고, 종전 최장 기록인 85주를 넘어섰다.
그래서 흔히 “서울 집값이 또 신기록”이라고 읽는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올해 누적으로 따지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35% 올라,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 8.31%를 앞질렀다. 집 사기를 막으려던 규제가 전세 물건을 줄이고,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옮겨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셋값은 얼마나 빨리 올랐나
작년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87%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른 폭이 4배 넘는다. 10월 첫째 주 한 주만 봐도 전셋값은 0.16% 올라 집값(0.12%)보다 더 올랐다.
1년 전만 해도 반대였다. KB부동산 기준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17% 올라, 집값 상승률 10.09%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쉽게 말해, 이제는 집을 가진 사람보다 전세 사는 사람의 부담이 더 빨리 커지고 있다.
전세 7억 원(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약 7억 1,178만 원, KB부동산)에 사는 가족이라면, 올해 상승률만큼 오를 때 보증금이 약 5,800만 원 늘어난다. 작년 속도(1.87%)였다면 약 1,300만 원이었을 돈이다(가정 계산).
- 전세 물건은 누가 만들어 왔나
전세 물건 하나가 생기려면 누군가 집을 사서 남에게 빌려줘야 한다. 그 대표적인 길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였다.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집값 일부를 치르고, 그 집은 계속 전세로 나온다.
이 길이 2025년 10월 20일 막혔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집을 사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으로 묶이면서, 서울에서 집을 사면 2년간 직접 살아야 한다. 2025년 10월 시행 당시 세입자가 있는 집은 그 세입자가 4개월 안에 나가기로 합의하지 않으면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렌터카 회사를 떠올리면 쉽다. 회사가 차를 사서 빌려주지 못하게 하면 빌릴 차가 줄어든다. 다만 집은 차처럼 금방 새로 만들 수 없어, 줄어든 물건이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 전세 매물은 숫자로 얼마나 줄었나
부동산 정보 서비스 아실 집계로, 10·15 대책이 나온 2025년 10월 15일 2만 4,369건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026년 9월 23일 2만 542건으로 약 11개월 새 15.7% 줄었다. 동대문구는 1,132건에서 323건으로 71.5% 급감했다.
새로 맺는 계약도 줄었다.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7,263건으로 1년 전보다 32.2% 적었고, 기존 계약을 연장한 갱신계약 비중은 58.9%로 1년 전(43.7%)보다 15.2%포인트 높아졌다. 쉽게 말해, 이사 갈 집을 고르기 어려워지자 살던 집에 그대로 머무는 사람이 늘었다.
- 집을 못 산 사람은 어디로 갔나
집을 사기도 어려워졌다. 10·15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15억 원 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였다. 15억~25억 원 집은 4억 원, 25억 원 넘는 집은 2억 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15억 원 이하 집은 6억 원 그대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올해 전세시장 전망에서 “매수세 둔화에 따른 전세 수요 유입”을 전셋값 상승 요인의 하나로 꼽았다. 살 돈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이 전세에 머물 수 있다는 뜻이다. 공급도 줄었다.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준공은 1만 7,60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3만 4,339가구)보다 48.7% 적었다.
- 앞으로 전세 물건은 다시 늘어날까
2026년 5월 29일부터 세입자가 있는 집은 실거주 의무를 미뤄 주는 제도가 시행됐다. 하지만 8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청 3,012건 가운데 이 유예를 신청한 건 135건(4.5%)뿐이었다.
새 아파트도 덜 들어온다. 2026년 7월~2028년 6월 서울 공동주택 입주물량은 4만 9,668가구로, 직전 2년(2024년 7월~2026년 6월) 입주 전망치(8만 9,188가구)보다 44.3%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로서는 전월세 시장이 뚜렷하게 완화될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집 사기를 막은 규제는 집값만 겨냥하지 않았다. 전세를 내놓던 사람이 줄면서, 그 부담이 세입자 보증금으로 옮겨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을 사기 어려워진 사람이 전세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도 같은 방향이다.
그래서 다음 전세 계약을 앞둔 가족에게 “집값이 주춤하니 전셋값도 잠잠하겠지”는 맞지 않는 기준이 됐다. 집 사기를 막는 규제가 이어지는 한, 보증금은 집값보다 빨리 오를 수 있다는 쪽을 기준으로 갱신과 이사를 따져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출처
https://www.fnnews.com/news/202610081400476102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50959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266053
https://www.dailian.co.kr/news/view/1694370
https://www.ajunews.com/view/20251210173133204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709_0003703427
용어 풀이
전세 — 매달 월세 대신 큰돈(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살다가, 계약이 끝나면 그대로 돌려받는 한국의 임대 방식이다.
갭투자 —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집값 일부를 치르고, 차액(갭)만 내 돈으로 집을 사는 방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 집이나 땅을 사기 전에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으로, 서울에서는 산 집에 2년간 직접 살아야 한다.
갱신계약 — 이사하지 않고 지금 사는 집의 전세 계약을 다시 맺어 연장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 사려는 집을 담보로 잡고 은행에서 빌리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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