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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전하다는 코인 지갑에서, 왜 1,150억 원이 사라졌을까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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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현지 시각) 코인 지갑 기기 회사 레저(비트코인 같은 코인의 열쇠를 인터넷과 떨어진 작은 기기에 보관하게 해 주는 회사)가 동남아 판매점 크립토빌리스에서 최근 90일 안에 기기를 산 사람들에게 “아직 설정하지 않았다면 설정을 시작하지 말라”고 알렸다. 같은 날 블록체인 추적가 스펙터는 도난 의심 주소로 8,600만 달러(약 1,150억 원)가 넘는 코인이 흘러갔다고 추정했다.

흔한 해석은 “코인 지갑이 또 해킹당했다”다. 하지만 레저는 원인을 밝히지 않았고, 레저가 조치 대상으로 삼은 건 기기 성능이 아니라 기기가 거쳐 온 판매 경로다. 레저가 만든다 → 판매점이 판다 → 구매자가 처음 켜서 열쇠를 만든다. 이 사슬 가운데 판매점 단계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1. 레저는 정확히 무엇을 하라고 했나

레저는 고객지원 X(옛 트위터) 계정으로 세 가지를 알렸다. 크립토빌리스에 레저 기기 판매와 배송을 모두 멈추라고 요청했고, 최근 90일 안에 그곳에서 산 사람은 설정을 시작하지 말라고 했다. 이미 설정해 쓰고 있다면 새 복구 문구를 만든 새 기기로 코인을 옮기는 것을 고려하라고 권했다.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레저는 손실 규모를 확인하지 않았고, 기기가 조작됐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모든 도난이 이 판매점과 이어져 있는지도 아직 모른다.


  1. 하드웨어 지갑은 무엇을 지키는 기기인가

하드웨어 지갑의 핵심은 복구 문구다. 복구 문구는 지갑의 비밀 열쇠를 언제든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종 백업이다. 이 문구를 아는 사람은 기기가 없어도 코인을 옮길 수 있다.

새 집 도어락처럼 생각하면 된다. 도어락이 아무리 튼튼해도 설치 기사가 비밀번호를 미리 알고 있다면 소용없다. 다만 도어락은 문 하나를 지키지만, 복구 문구는 그 지갑에 든 코인 전부를 연다. 1,000만 원어치 코인을 넣었다면, 문구를 아는 사람은 기기에 손대지 않고도 1,000만 원어치를 통째로 옮길 수 있다.

코인 매체들은 가능한 경우 하나로, 배달 전에 기기가 조작돼 공격자가 이미 아는 복구 문구가 든 채 팔렸을 수 있다고 짚었다. 확정된 원인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레저가 “새 기기, 새 문구”를 권한 것은 기존 열쇠를 더는 믿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1. 사라진 돈은 얼마나 큰가

스펙터는 비트코인·이더리움·트론 세 블록체인에서 도난 의심 주소를 따라가 피해액을 8,6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했다. 그가 공유한 아캄(블록체인 분석 회사) 자료로는 도난 주소에 약 8,700만 달러가 있었다. 이 가운데 이더리움 약 4,200만 달러, 비트코인 1,760만 달러, 달러와 값이 같도록 만든 코인 테더(USDT) 1,650만 달러였다.

다른 연구자 타누키42는 7,2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도난 의심 주소로 옮겨졌다고 봤다. 두 추정이 같은 거래를 센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스펙터는 처음에 ‘수백 개 지갑’이라고 했다가 피해 지갑 수는 아직 모른다고 정정했다.

쉽게 말해, 피해 규모는 아직 추정이고 가장 큰 덩어리는 이더리움이며, 몇 명이 당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1. 왜 하필 판매점이 문제가 되나

크립토빌리스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에서 레저 공식 판매점 목록에 올라 있는 곳이다. 정품을 공식 경로로 샀다고 믿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공동창업자는 공개된 정보로 보면 한 판매자를 거친 공급망 공격(기기가 구매자에게 닿기 전 중간 단계에서 손대는 공격)으로 보이고, 소수의 사용자가 가짜이거나 손댄 기기를 샀을 수 있다고 했다. 마크 카펠레스 마운트곡스(옛 코인 거래소) 전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기기 회로판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조작 여부가 회로판에 드러날 수 있어서다.

비슷한 일은 전에도 있었다. 2020년 12월 레저 구매자 27만 2,853명의 정보가 해킹 포럼에 공개됐고, 2021년 6월에는 손댄 레저 기기가 우편으로 배달됐다. 그 기기는 복구 문구를 입력하게 해 공격자에게 보냈다. 그때는 갑자기 날아온 우편물이었지만, 이번에는 공식 목록에 있는 판매점이 거론된다는 점이 다르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코인을 거래소에 맡기지 않고 직접 보관하는 사람은 거래소가 털릴 걱정을 덜려고 하드웨어 지갑을 산다. 이번 일은 그 대신 새 걱정 하나를 떠안는다는 걸 보여 준다. 기기가 내 손에 오기 전에 누구 손을 거쳤느냐다.

그래서 기기 값이나 칩 성능보다 먼저 볼 것이 있다. 열쇠인 복구 문구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느냐다. 2021년 가짜 기기도 기존 문구를 입력하라는 안내 하나로 돈을 가져갔다.

기기가 좋은지보다, 그 기기가 만든 열쇠를 나 말고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가 내 코인을 지킨다.


출처
https://www.coindesk.com/business/2026/10/09/ledger-investigates-potential-wallet-tampering-after-reports-of-usd86-million-in-crypto-stolen
https://decrypt.co/380582/ledger-probes-87m-theft-crypto-wallet-reseller
https://www.theblock.co/news/business/2026-10-09-ledger-cryptobilis-fund-losses-418163
https://www.bleepingcomputer.com/news/cryptocurrency/criminals-are-mailing-altered-ledger-devices-to-steal-cryptocurrency/
https://www.mt.co.kr/economy/2026/10/08/2026100815360412966


용어 풀이
하드웨어 지갑 — 코인을 꺼내 쓰는 비밀 열쇠를 인터넷과 떨어진 작은 기기에 보관하는 장치다.
복구 문구(시드 문구) — 지갑의 비밀 열쇠를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 단어 묶음으로, 아는 사람은 기기 없이도 코인을 옮길 수 있다.
공급망 공격 — 물건이 만들어져 구매자에게 닿기까지의 중간 단계에서 몰래 손을 대는 공격이다.
공식 판매점(리셀러) — 제조사가 자기 제품을 팔도록 목록에 올려 둔 외부 판매 회사다.
테더(USDT) — 1개가 1달러 값을 유지하도록 만든 코인이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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