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10월 8일 내놓은 3분기 잠정실적(회계 감사 전에 먼저 알리는 성적)에서 영업이익은 7,560억 원이었다. 증권가가 예상한 평균 3,264억 원보다 약 4,300억 원 많다. 매출도 9조6,43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9% 늘었다.
이익의 절반 넘게가 미국 정부가 깎아 준 세금이라, ‘세금 덕에 전망을 넘겼다’고 읽기 쉽다. 하지만 전망을 넘긴 4,300억 원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세금 덕에 더 번 몫은 약 380억 원뿐이고, 나머지 약 3,900억 원은 다른 곳에서 왔다.
- 전망을 넘긴 4,300억 원은 세금 공제 덕분인가
대부분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전기차·저장용 배터리를 만드는 LG 계열사)은 미국 공장에서도 배터리를 만든다. 미국에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만들면 세금을 깎아 주는 제도(AMPC,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가 있고, 이 회사는 이 돈을 영업이익에 넣어 발표한다. 그래서 증권가 전망에도 이 돈이 이미 들어 있었다.
증권사 iM증권은 9월 전망에서 3분기 세금 공제를 약 3,790억 원으로 예상했다. 실제는 4,169억 원으로, 차이는 약 380억 원이다(계산). 이 예상을 기준으로 하면 전망을 넘긴 4,300억 원 가운데 약 3,900억 원은 세금 공제 밖에서 나왔다(계산).
늘 받던 수당이 이미 들어 있다고 보고 월급을 예상했는데 더 많이 들어왔다면, 더 들어온 이유는 수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하는 것과 같다. 다만 회사 이익은 월급처럼 명세서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 세금 공제 밖 3,900억 원은 무엇인가
큰 몫은 고객사가 물어 준 보상금일 수 있다. 물량 보상금은 전기차 회사가 약속한 만큼 배터리를 사 가지 않으면 그 대가로 물어 주는 돈이다. NH투자증권은 9월 중순 3분기에 약 3,000억 원이 반영될 것으로 추정했고, 10월 8일 보도된 다른 추정은 1,000억 원 이상이다.
나머지는 판매가 좋아진 몫으로 볼 수 있다. 매출 9조6,434억 원은 1년 전보다 59%, 석 달 전보다 27.6% 많은 분기 최대 매출이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판매와 북미 ESS(전기를 담아 뒀다 꺼내 쓰는 대형 배터리) 사업 성장 덕분으로 풀이된다.
iM증권은 보상금이 반영되면 이익이 더 늘 수 있다고 봤다. 이 전망에는 보상금이 빠져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증권가 평균에 일부가 들어 있었는지는 알 수 없고, 잠정실적 보도에서 보상금 금액은 확인되지 않는다. 둘이 정확히 어떻게 나뉘는지는 회사가 내역을 밝혀야 안다.
- 7,560억 원 가운데 4,169억 원은 원래 세금 공제다
전망을 넘긴 몫과 따로, 이익 전체를 보면 세금 공제 비중이 크다. 7,560억 원 가운데 4,169억 원이 세금 공제다. 이익 100만 원 가운데 55만 원이 정부가 깎아 준 세금인 가게라고 생각하면 된다(가정 계산).
이 돈을 빼면 영업이익은 3,391억 원이다. 이 기준 흑자는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 분기 만이다. 바로 전 2분기에는 영업이익 1,133억 원 가운데 세금 공제가 2,410억 원이어서, 이를 빼면 1,277억 원 적자였다.
쉽게 말해, 석 달 전까지는 정부가 깎아 준 세금을 빼면 손해였는데, 이번엔 그 돈을 빼고도 이익이 남았다.
- 배터리를 팔아 남긴 이익은 얼마인가
남은 3,391억 원도 모두 판매 이익은 아니다. 보상금 추정대로라면 1,000억 원을 빼면 약 2,400억 원, 3,000억 원을 빼면 약 400억 원이 남는다(가정 계산). 1만 원어치를 팔아 약 40~250원을 남긴 셈이다(가정 계산).
중고 물건을 팔아 번 돈과 약속을 깬 상대가 준 위약금을 한 줄에 적은 가계부와 비슷하다. 다만 위약금은 상대가 또 약속을 깨야 다시 들어온다.
ESS는 이미 2분기에 매출이 1년 전의 4.6배로 늘어 회사 매출의 20%를 넘었다. 다만 ESS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잠정실적에 나오지 않았다. 주가는 실적 발표 전날인 10월 7일 39만1,0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6.98% 올라 있었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이 뉴스로 판단이 달라지는 사람은 ‘전망의 2배가 넘는 이익’이라는 숫자를 보고 배터리 주식을 보는 투자자다. 전망을 넘긴 4,300억 원은 세금 공제보다 고객사 보상금과 판매 개선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보상금은 고객사가 약속을 못 지킬 때만 들어오는 돈이다.
이번에 확인된 것은 세금 공제를 빼도 4개 분기 만에 흑자가 났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그 흑자 가운데 보상금이 얼마냐는 것이다. 추정대로라면 판매로 남긴 이익은 약 400억~2,400억 원이다(가정 계산).
실적이 전망을 크게 넘겼다는 뉴스를 볼 때는 ‘정부와 고객사가 준 돈을 빼고도 남는가’가 기준이다. 그렇게 남는 돈이 커져야 배터리를 팔아 버는 힘이 커진 것이다.
출처
https://zdnet.co.kr/view/?no=20261008090134
https://www.etoday.co.kr/news/view/2633703
https://supple.kr/news/cmuyli1cl000mqfwo02cc1mxi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321034
https://www.mt.co.kr/en/industry/2026/07/30/2026073010350938099
https://stockhub.kr/en/news/news_85e720a825a4
https://stockhub.kr/en/news/news_0a6f2d39858f
용어 풀이
잠정실적 — 회계 감사를 마치기 전에 회사가 먼저 알리는 분기 성적으로, 나중에 확정 실적에서 조금 바뀔 수 있다.
AMPC(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미국에서 배터리를 만든 회사에 깎아 주는 세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영업이익에 넣어 발표한다.
물량 보상금 — 고객사가 약속한 만큼 배터리를 사 가지 않았을 때 그 대가로 배터리 회사에 물어 주는 돈이다.
ESS(에너지저장장치) — 전기를 담아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대형 배터리 설비다.
어닝 서프라이즈 — 회사 실적이 증권가 전망을 크게 넘긴 것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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