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보도한 국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코인거래소에서 코인을 빌렸다가 강제청산을 당한 일이 작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8만 7,110건 있었다. 이 중 8만 6,721건, 99.6%가 빗썸(점유율 1위 업비트를 뒤쫓는 국내 코인거래소) 한 곳에서 나왔다. 업비트·코인원·디지털엑스(국내 원화 코인거래소 중 한 곳) 세 곳을 다 합쳐도 389건이다.
흔한 해석은 ‘빗썸 대여가 유독 위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지난 8월 이용 건수 대비 강제청산 비율은 빗썸(3.67%)이 코인원·디지털엑스(4.94%)보다 낮았다. 강제청산이 한곳에 몰린 건, 코인을 빌리는 이용 자체가 거의 다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빗썸이 대여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코인으로 열었다 → 대여 이용이 몰렸다 → 하락장에서 강제로 팔린 건수도 그만큼 몰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대 원화 거래소에서 받은 자료를 연합뉴스가 10월 12일 보도한 내용이다.
- 코인을 빌리면 왜 강제로 팔리나
코인 대여는 가진 코인이나 원화 예치금을 담보로 맡기고 거래소에서 코인을 빌리는 서비스다. 빌린 코인을 먼저 팔고 값이 떨어지면 싸게 되사서 갚을 수 있어 일종의 ‘코인 공매도’로 불린다.
강제청산은 빌린 코인 값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여 맡긴 담보(증거금)를 잃고 대여가 끝나는 것이다. 차를 맡기고 돈을 빌렸는데 차 값이 빚보다 떨어지면 차를 넘겨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코인 값은 차 값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 왜 강제청산이 빗썸 한 곳에 몰렸나
빗썸은 대여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했고, 빌릴 수 있는 코인 종류도 가장 많다. 지난 8월 4대 거래소 대여 이용 1만 9,206건 중 1만 5,925건, 82.9%가 빗썸이었다. 연합뉴스는 “그러다 보니 강제청산도 대부분 빗썸에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82.9%는 8월 한 달, 99.6%는 약 1년 8개월 누적이라 기간이 다르다.
누적 이용자 차이는 더 크다. 빗썸 13만 6,673명,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1만 3,563명, 코인원 7,583명, 디지털엑스 256명이다. 빗썸이 업비트의 약 10배다.
처음 조건도 달랐다. 출시 초기 빗썸은 담보의 최대 4배까지 코인을 빌릴 수 있게 했고, 업비트는 코인 3종을 담보의 최대 80%까지만 빌려줬다. 쉽게 말해, 더 많은 코인을 더 크게 빌릴 수 있는 곳에 이용이 몰렸다.
4배가 얼마나 센지는 계산해 보면 보인다. 1,000만 원을 맡기고 4,000만 원어치를 빌렸다면, 값이 25%만 반대로 움직여도 손실이 1,000만 원, 맡긴 돈 전부와 같아진다(수수료를 뺀 이론상 가정 계산).
- 출시 첫 한 달, 빗썸 대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빗썸 대여 서비스는 한 달여 동안 약 2만 7,600명이 1조 5,000억 원가량을 썼다. 이 중 13%인 3,635명이 강제청산을 겪었다. 100명이 빌리면 13명이 담보를 잃은 셈이다.
금융당국은 작년 8월 19일 거래소들에 대여 신규 영업을 멈추라고 행정지도했다. 빗썸은 이후 레버리지를 4배에서 2배로 낮춰 서비스를 이어갔다.
9월 5일에는 닥사(DAXA, 국내 원화 코인거래소들의 협의체) 자율규제로 가이드라인이 시행됐다. 담보보다 많이 빌려주는 레버리지를 제한하고, 1인 한도를 투자 경험에 따라 3,000만~7,000만 원으로 두고, 강제청산 현황을 매달 공시하게 했다. 닥사는 9월 23일 빗썸이 대여 범위·한도 규정을 어겼다며 경고했다.
- 하락장에서 빌리는 사람은 줄었는데, 빌리는 돈은 왜 커졌나
비트코인이 11만 달러대였던 작년 11월 대여 이용은 9만 9,178건이었다. 5만 달러대까지 떨어지는 사이 올해 8월엔 1만 9,206건으로 80.6% 줄었다. 이용자도 2만 1,847명에서 4,781명으로 78.1% 줄었다.
그런데 건당 이용액은 263만 원에서 632만 원으로 2.4배가 됐다. 쉽게 말해, 빌리던 사람 다섯 중 넷이 떠났고 남은 사람은 한 번에 더 크게 빌린다.
632만 원어치를 빌렸는데 코인 값이 10% 반대로 움직이면 약 63만 원 손해를 본다. 263만 원일 때는 약 26만 원이었다(가정 계산). 같은 강제청산 한 건이라도 무게가 달라졌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99.6%라는 숫자만 보면 ‘빗썸만 피하면 된다’로 읽기 쉽다. 하지만 8월 비율로는 코인원·디지털엑스(4.94%)가 빗썸(3.67%)보다 높았고, 업비트도 1.68%였다. 강제청산을 부르는 건 거래소 간판이 아니라 빌린 크기와 코인 값의 움직임이다.
지금 대여 시장은 빌리는 사람은 적고 한 번에 빌리는 돈은 큰 곳이 됐다. 빌린 돈이 2.4배면, 값이 같은 비율로 반대로 움직일 때 잃는 돈도 2.4배다.
코인을 빌릴지 고민된다면 ‘어느 거래소가 안전한가’보다 ‘값이 얼마나 반대로 움직이면 내 담보가 사라지나’를 먼저 따져 보면 된다.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6100900120000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81979296
https://www.heraldk.com/article/2025081818360402049
https://dealsite.co.kr/articles/147042
https://news.bizwatch.co.kr/article/mobile/2025/09/05/0024
https://www.twig24.com/news/finance/2025/09/23/20250923500171
용어 풀이
코인 대여 — 가진 코인이나 원화 예치금을 담보로 맡기고 거래소에서 코인을 빌리는 서비스로, 일종의 ‘코인 공매도’로 불린다.
강제청산 — 빌린 코인 값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여 맡긴 담보(증거금)를 잃고 대여가 끝나는 것이다.
레버리지 — 맡긴 담보보다 더 많은 돈이나 코인을 빌려 투자하는 것으로, 4배면 담보의 네 배를 빌린다는 뜻이다.
닥사(DAXA) — 업비트·빗썸 등 국내 원화 코인거래소들이 만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다.
행정지도 — 정부 기관이 법적 처분 대신 공문 등으로 기업에 특정 행동을 하거나 멈추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