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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코인베이스 은행 인가, 예금도 안 받는데 왜 소송당했나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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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지역은행협회(ICBA, 미국 지역은행들의 업계 단체)가 10월 2일 통화감독청(OCC, 연방 은행 인가를 내주는 재무부 산하 감독기관)을 연방법원에 고소했다. 표적은 OCC가 코인 기업에 내준 ‘연방 신탁은행’ 인가다. 피고는 서클·코인베이스가 아니라 OCC다.

흔한 해석은 은행의 텃세다. 서클(달러에 값을 묶은 코인 USDC의 발행사)은 신탁은행에서 예금을 받지 않는다고 했고, 코인베이스(미국 코인거래소)는 개인 예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은행이 뺏길 손님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은행권은 이 인가가 예금보험·일부 자본 규제 같은 은행 규칙을 빼고도 ‘연방 은행’ 간판을 다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 길을 연 규칙이 법원에서 뒤집히면 코인 기업의 연방 은행 인가 문이 좁아질 수 있다.


  1. 예금도 대출도 없는 은행은 무엇을 하나

신탁은행 인가를 받으면 예금을 받거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은행이 망해도 예금을 지켜 주는 기관)에 가입하지 않고도 자산 보관·관리 같은 제한된 금융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금고와 장부만 있는 은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동네 은행 대여금고와 달리 이 금고에는 ‘연방 은행’ 간판이 붙는다.

서클은 7월 10일 ‘서클 내셔널 트러스트’로 영업할 신탁은행의 OCC 최종 승인을 받았다. 코인베이스는 2025년 10월 3일 신청해 2026년 4월 2일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코인거래소 크립토닷컴은 2월 20일 받은 예비 조건부 승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 회사 모두 일반 은행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서클 신탁은행은 예금을 받지 않고 대출도 하지 않으며, 그곳에 맡긴 코인은 FDIC 보험 대상이 아니다. 코인베이스는 개인 예금을 받지 않고 부분지급준비 은행업(예금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를 빌려주는 일)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1. 은행들이 문제 삼은 건 빠진 규칙이다

소장에 따르면 OCC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신탁은행 21곳을 승인(조건부 포함)했고, 그중 최소 13곳이 코인 기업이다. ICBA는 이들이 지역은행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면서도 FDIC 보험, 일부 자본·유동성 기준, 지역재투자법(CRA, 은행이 영업 지역에 돈을 돌리게 한 법)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감독도 다르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미국 중앙은행)는 일반 은행과 달리 이 신탁은행들의 모회사를 감독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자회사는 은행 간판을 달았는데, 그 위의 회사는 중앙은행 감독 밖에 있다.

레베카 로메로 레이니 ICBA 회장은 “의회는 신탁은행 인가를 은행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옆문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걱정은 결국 돈이다. 코인 신탁은행이 지역 대출의 재료인 예금을 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1. 스테이블코인법 뒤 신청이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법(지니어스법)에 서명한 뒤 코인 기업의 신탁은행 신청이 크게 늘었다. 이 법은 주 정부 인가로 스테이블코인을 내는 회사의 발행 잔액을 100억 달러로 묶는다. 업계에선 크게 발행하려면 OCC 신탁은행 인가가 더 쉬운 길로 본다.

USDC는 9월 24일 기준 752억 달러어치가 돌고 있다(이후 달라질 수 있다). 서클 신탁은행은 앞으로 USDC를 1달러로 바꿔 주려고 쌓아 둔 준비금 관리까지 맡을 수 있다. 다만 서클이 실제로 맡을지, 언제 맡을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인가가 USDC를 은행 예금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서클 신탁은행이 생겨도 USDC 보유자에게 연방 예금보험은 없다.


  1. 소송이 이기면 무엇이 흔들리나

ICBA가 겨냥한 건 개별 회사보다 판의 규칙이다. OCC는 2월 27일, 신탁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을 ‘신탁 업무’에서 ‘신탁회사 운영과 관련 업무’로 고쳐 쓴 규칙을 확정했고 4월 1일 시행했다. OCC는 인가 권한을 넓히지도 줄이지도 않는다는 입장이다.

소송이 곧바로 세 회사의 인가를 빼앗지는 않는다. ICBA는 OCC가 신탁은행에 쓰는 규칙 체계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법원이 은행권 손을 들어주면 코인 기업의 연방 은행 인가 문이 막힌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한 다툼이라는 점에서 닮은 사건이 있었다. OCC는 2018년 7월 예금을 받지 않는 핀테크에도 특수목적 은행 인가 신청을 받기로 했고, 뉴욕주 금융당국이 소송을 걸어 2019년 1심에서 이겼다. 2021년 6월 3일 2심은 이를 뒤집었다. 본안을 따지지 않고, 인가를 신청하거나 받은 핀테크가 한 곳도 없어 아직 다툴 단계가 아니라고 봤다.

이번엔 인가 종류가 신탁은행으로 다르고, 승인(조건부 포함)을 받은 코인 기업이 이미 최소 13곳이다. 게다가 2024년 미국 대법원이 애매한 법은 감독기관 해석을 따르라는 원칙(셰브론 존중)을 없애, 이번 판단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이 소송은 코인 기업이 은행이 되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은행권 주장대로라면, 은행 규칙 일부를 빼고 은행 간판을 쓸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서클 주주에게 이 소송은 회사가 받은 연방 인가의 근거 규칙이 법정에 오른 일이다. 반대로 USDC 보유자에게는 판결과 상관없이 달라지는 게 없다. 인가가 유지돼도 USDC에는 예금보험이 붙지 않는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한 줄이다. ‘은행 인가’라는 말이 붙어도 예금보험이 없으면, 내 돈을 받치는 건 정부 보험이 아니라 회사가 밝힌 준비금이다.


출처
https://www.americanbanker.com/news/exclusive-icba-sues-occ-over-trust-charters
https://www.thecoinrepublic.com/2026/10/03/coinbase-circle-and-crypto-coms-bank-ambitions-face-legal-threat/
https://www.blockmedia.co.kr/archives/1147339
https://www.pinpoi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2417
https://www.occ.gov/news-issuances/bulletins/2026/bulletin-2026-4.html
https://crypto.news/circle-wins-final-occ-approval-for-u-s-national-trust-bank/
https://www.circle.com/usdc
https://www.everycrsreport.com/reports/LSB10623.html


용어 풀이
신탁은행 인가 — 예금·대출 없이 남의 자산을 맡아 보관·관리하는 일을 하도록 내주는 연방 은행 인가다.
FDIC 예금보험 — 은행이 망해도 미국 정부 기관이 예금자 한 사람당 일정 금액까지 돌려주는 제도다.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 스테이블코인을 언제든 1달러로 바꿔 주려고 발행사가 쌓아 두는 국채·현금 같은 자산이다.
은행지주회사 — 은행을 자회사로 거느린 회사로, 미국에선 연방준비제도가 이 모회사까지 감독한다.
셰브론 존중 — 법 조문이 애매하면 법원이 감독기관 해석을 따르던 원칙으로, 2024년 미국 대법원이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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