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서 신고된 아파트 매매 8만 3,776건 가운데 6,419건이 나중에 계약 해제됐다. 7.66%, 13건 중 1건꼴이다. 2021년 3.41%의 2배가 넘는다.
흔한 해석은 ‘거래가 불안하다’는 정도다. 계약이 깨지는 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의 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해제된 거래 중에는 신고가로 찍혔던 거래도 있다. 이 중 신고가 거래가 몇 건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숫자를 보고 집값을 판단한 사람은 없어진 가격을 기준으로 삼은 셈이 된다.
- 계약 해제가 왜 실거래가 문제가 되나
아파트 매매 계약을 신고하면 그 값이 실거래가로 공개된다. 계약이 깨지면 해제 사유가 생긴 날로부터 30일 안에 해제를 신고해야 하고, 2021년부터는 해제 이력도 공개된다.
문제는 그 사이의 시간이다. 한국도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서울 해제 사례는 계약일과 해제 사유 발생일 사이가 평균 29일이었고, 30일 이상 걸린 경우가 35.2%였다. 연구소는 해제 신고가 늦어질수록 기존 신고 가격이 유지돼 시장 참여자들이 잘못된 가격 신호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고 거래 앱에서 “100만 원에 팔렸다”는 글을 보고 내 물건 값을 매겼는데, 그 거래가 한 달 뒤 취소된 것과 비슷하다. 다만 아파트는 한 건의 가격이 같은 단지 여러 집의 값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 2021년보다 얼마나 늘었나
2021년 서울 아파트 매매 4만 3,431건 중 해제는 1,479건(3.41%)이었다. 지난해에는 8만 3,776건 중 6,419건(7.66%)으로 해제율이 2배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해제율은 4.72%에서 6.71%로 올랐다.
쉽게 말해, 서울은 전국보다 계약 해제가 더 빠르게 늘었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쌓인 서울 아파트 해제 건수는 1만 4,254건이다.
- 해제율이 높은 곳은 어디였나
자치구별로는 구로구(10.33%)가 가장 높았고 성동구(10.32%), 중구(10.12%), 용산구(9.39%), 강남구(9.31%), 강동구(9.03%) 순이었다. 모두 서울 평균 7.66%보다 높다. 연합뉴스는 핵심 재건축 단지가 있거나 강남권, 한강벨트 등 선호도가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해제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모양새라고 전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신고가처럼 높은 값으로 신고해 시장 가격을 부풀린 뒤 계약을 해제하는 ‘집값 띄우기’가 이어지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실제로 적발된 집값 띄우기는 어떤 모습이었나
국토교통부는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의 거래 해제 사례를 조사해 425건에서 의심 정황을 찾았고, 그중 8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한 사례는 이렇다. 비슷한 평형 시세가 20억 원인 아파트를 22억 원에 거래했다고 신고한다 → 얼마 뒤 계약을 해제한다 → 제3자에게 22억 7,000만 원에 판다. 마지막에 팔린 값은 비슷한 평형 시세보다 2억 7,000만 원, 13.5% 높다. 국토부는 매수인 사정으로 해제됐는데도 매도인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준 점을 이례적이라고 봤다.
2023년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은 이런 허위 신고를 한 공인중개사뿐 아니라 일반인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8건은 거래 당사자인 일반인 처벌을 목적으로 한 첫 수사 의뢰다.
- 해제가 모두 집값 띄우기일까
그렇지는 않다. 해제 6,419건에는 정상적인 사정으로 계약을 접은 거래도 섞여 있다. 국토부가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조사해 의심 정황을 찾은 것은 425건이다. 둘을 가르려면 왜 해제됐는지가 남아야 한다.
그래서 대안도 여기에 모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계약 당사자가 실거래를 취소할 때 지자체가 해제 사유를 명확하게 기록하고 그 통계를 유지하는 것이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해제 이력 공개 제도가 도입됐는데도 해제가 늘어난 것은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여 준다고 했다. 박 교수의 제안은 해제 사실에 더해 해제 사유까지 남기자는 것이다.
- BITPRESS Insight
실거래가에 뜬 신고가는 확정된 가격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13건 중 1건이 나중에 해제됐고, 구로·성동·중구는 그 비율이 10%를 넘었다.
이 숫자가 바꾸는 것은 집을 사려는 사람의 판단이다. 신고가 한 건을 시세로 받아들이면, 나중에 사라질 수 있는 가격을 시세로 받아들이게 된다. 띄운 값의 차액을 떠안는 쪽은 마지막에 사는 사람이다.
신고가 한 건은 시세가 아니다. 그 값 근처에서 다른 거래가 이어졌을 때 비로소 시세가 된다.
Sources
https://www.yna.co.kr/view/AKR20261009048700003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264535
https://www.mt.co.kr/estate/2025/09/01/2025090109292180610
Glossary
실거래가 — 아파트를 실제로 사고판 계약을 신고한 가격으로, 국토교통부가 공개해 누구나 볼 수 있다.
신고가 — 그 아파트가 지금까지 거래된 값 가운데 가장 높은 값으로 새로 신고된 가격이다.
계약 해제 — 이미 맺은 매매 계약을 없던 일로 되돌리는 것으로, 해제 사유가 생긴 날로부터 30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집값 띄우기 — 실제보다 높은 값으로 거래를 신고해 시세를 부풀린 뒤 나중에 계약을 해제하는 행위를 부르는 말이다.
Han River belt — 성동구·용산구처럼 한강을 따라 이어진 서울의 선호 주거 지역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BITPRESS articles are information to help your investment decisions, not a recommendation to buy or sell any stock or coin. Investment decisions and their results are your own responsibi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