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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비트코인 팔고, 코인 거래소는 은행 산다… 왜 서로의 일을 탐낼까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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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하루에 두 소식이 나왔다. 국제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이 속한 영국 금융그룹)는 UAE(아랍에미리트) 부유층 고객 가운데 전문투자자부터 은행 계좌에서 바로 비트코인과 이더(이더리움)를 사고팔게 했다. 같은 날 코인 거래소 크라켄의 모회사 페이워드는 리투아니아의 디지털 은행 살도은행을 사기로 계약했다.

흔한 해석은 ‘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왔다’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두 회사가 이유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그림이 보인다. 은행이 코인을 직접 팔면 고객은 코인을 사러 은행 밖 거래소로 갈 이유가 줄어든다. 거래소가 은행을 가지면 매매 수수료 말고 예금·대출이라는 사업을 하나 더 갖는다. 둘은 같은 고객이 맡긴 돈을 놓고 맞붙기 시작한 셈이다.


  1. 스탠다드차타드는 무엇을 열었나

스탠다드차타드는 UAE의 자격을 갖춘 고객이 이미 가진 은행 계좌로 비트코인과 이더를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처음엔 전문투자자(자산·경험이 기준을 넘는 투자자)로 분류된 고객에게만 연다.

눈여겨볼 곳은 보관 방식이다. 은행은 코인 보관과 결제를 자기 울타리 안에서 끝내는 ‘폐쇄형(closed-loop)’ 구조를 택했다. 고객은 따로 코인 지갑을 만들거나 다른 거래 플랫폼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국제 은행이 UAE에서 이런 서비스를 연 것도, 스탠다드차타드가 부유층 고객에게 코인 거래를 직접 연 것도 처음이다.

백화점이 손님이 옆 건물 명품 매장으로 빠져나가자 그 브랜드를 아예 1층에 들여놓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이번엔 진열만 하는 게 아니라 결제와 보관까지 백화점이 맡는다.


  1. 크라켄의 모회사는 왜 은행을 사나

페이워드가 사는 살도은행은 2025년 말 총자산이 1억 6,390만 유로(약 1억 8,000만 달러)로 1년 새 22.7% 늘었다. 인수 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코인 회사가 유럽 은행을 사는 것은 처음이다. 계약은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2027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은행을 사면 할 수 있는 일이 바뀐다. 페이워드는 유럽 고객에게 이자가 붙는 예금, 대출, 카드, 유로 결제를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살도은행은 리투아니아·핀란드·스웨덴·독일에서 면허를 갖고 있고, 네덜란드에서도 영업할 수 있다. 공동 최고경영자 아르준 세티는 규제받는 유럽연합(EU) 은행이 있어야 유럽 고객을 주거래 금융회사처럼 대할 수 있다고 했다.


  1. 거래소에 매매 수수료만으로는 왜 부족한가

거래소의 기본 수입은 고객이 코인을 사고팔 때 떼는 수수료다. 거래가 줄면 이 수수료도 줄기 쉽다. 페이워드의 올해 2분기 거래액은 3,1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3% 줄었다. 그런데도 조정 매출은 5억 800만 달러로 17% 늘었다.

매출 구성도 바뀌었다. 고객이 맡긴 자산과 관련된 매출 등이 전체의 60%로, 1년 전 55%에서 커졌다. 페이워드는 보관·이자·결제·대출을 이런 매출의 원천으로 꼽아 왔고, 은행 부문은 이미 20억 달러 넘는 대출을 내줬다.

쉽게 말해 거래소 매출의 절반 넘게가 이미 매매 밖에서 나온다. 손님이 13% 덜 왔는데 매출이 17% 늘어난 빵집이라면, 빵 말고 정기 배송 같은 다른 데서도 버는 가게라는 뜻이다. 은행 면허는 그 ‘다른 데’를 예금·대출까지 넓혀 준다.


  1. 은행은 무엇이 걱정인가

은행 쪽에서 보면 코인 거래소는 고객 돈이 빠져나가는 출구다. 금융 데이터 회사 클라리비스는 올해 2월 미국 소형 은행(커뮤니티은행) 92곳의 거래를 분석했다. 13개월 동안 이 은행들에서 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로 순유출된 예금은 7,830만 달러였다. 돈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53곳에서는 코인베이스로 2.77달러가 나갈 때 돌아온 돈은 1달러였다.

비율로 바꿔 보면 은행에서 거래소로 277만 원이 나갈 때 돌아오는 돈은 100만 원인 셈이다(비율 예시). 은행이 직접 코인을 팔면 고객이 코인을 사려고 은행 밖 거래소로 돈을 옮길 이유가 하나 줄어든다. 스탠다드차타드가 보관과 결제를 은행 울타리 안에 묶은 구조도 같은 방향이다. 다만 이는 은행이 밝힌 이유가 아니라 구조에서 읽히는 해석이다.


  1. 앞으로 무엇이 바뀌나

스탠다드차타드는 한 번에 문을 열지 않았다. 2025년 7월 영국에서 기관 투자자용 비트코인·이더 거래를 시작했고, 2026년 9월 3일 UAE 기관 고객으로, 10월 14일 UAE 부유층 고객으로 넓혔다. 다른 나라로도 넓힐 계획이지만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이 다른 점은 반대편도 움직였다는 것이다. 크라켄의 모회사는 미국 중앙은행 연준의 제한 목적 결제 계좌(연준에 직접 돈을 두고 결제하는 계좌로, 쓰임이 제한된 종류)와 아일랜드 전자화폐 면허를 이미 갖고 있고, 여기에 유럽 은행 면허를 더하려 한다. 다만 살도은행 인수는 승인 전이라 확정된 일이 아니다.


  1.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은행과 거래소가 서로의 일을 탐내는 이유는 결국 같다. 고객이 맡긴 돈이 머무는 곳에서 꾸준한 수입이 나오기 때문이다. 은행은 코인을 사려는 고객을 안에 붙잡을 수 있고, 거래소는 매매가 줄어도 버틸 다른 사업을 얻는다.

그래서 고객이 고를 수 있는 곳은 늘어난다. 하지만 같은 ‘비트코인 사기’ 버튼이라도 뒤에서 누가 코인을 보관하고, 어느 나라 감독을 받는지는 다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보관을 은행 울타리 안에서 맡고, 크라켄 쪽 은행 인수는 아직 승인 전이다.

코인도 되는 은행인지, 예금도 되는 거래소인지보다 ‘내 돈을 누가 보관하고, 어느 감독기관 아래에 있나’를 먼저 따질 때 맡길 곳이 더 잘 보인다.


출처
https://www.coindesk.com/business/2026/10/14/standard-chartered-unlocks-direct-bitcoin-and-ether-trading-for-affluent-uae-clients
https://www.coindesk.com/business/2026/10/14/kraken-parent-payward-to-become-first-crypto-firm-to-buy-a-eu-bank-as-it-expands-into-deposits-lending
https://cointelegraph.com/news/krakens-parent-buy-lithuanian-saldo-bank-tradfi-expansion
https://theblock.co/news/business/2026-08-14-kraken-parent-payward-508-million-q2-adjusted-revenue-411818
https://cointelegraph.com/news/community-banks-see-net-deposit-outflows-to-coinbase-study
https://www.smarttoday.co.kr/ko-kr/articles/75286


용어 풀이
폐쇄형(closed-loop) 구조 — 코인을 사고, 보관하고, 결제하는 일을 은행 한 곳 안에서 끝내 고객이 따로 지갑이나 거래소를 쓰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전문투자자 — 자산이나 투자 경험이 기준을 넘어 위험이 큰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고 분류된 투자자다.
자산 기반 매출 — 고객이 사고팔 때 떼는 수수료가 아니라 맡긴 자산의 보관·이자·결제 등에서 나오는 매출이다.
조정 매출 — 회사가 일회성 항목 등을 빼고 따로 계산해 발표하는 매출로, 회계 기준 매출과 다를 수 있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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