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코스피는 3.65% 내린 6,384.24에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 186억 원을 순매도(판 금액에서 산 금액을 뺀 값)했다. 10월 8일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07조 4천억 원을 발표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2.5% 늘어난 숫자다.
언뜻 보면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의 앞날을 나쁘게 본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익이 꺾일 거라 보니 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삼성전자 실적은 시장 예상을 웃돌았고,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도 1년 전보다 170.1% 늘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반도체 실적이 아닌 외국인 수급”이라고 했다. 그런데 외국인이 왜 파는지를 두고는 설명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 실적이 좋은데 외국인은 얼마나 팔았나
외국인은 9월 한 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가 열리는 시장)에서 21조 5,000억 원을 순매도했고, 10월에도 12일까지 8조 원 가까이 팔았다.
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몰렸다. 9월 1일부터 10월 2일까지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2조 90억 원, 삼성전자를 5조 1,860억 원 순매도했다. 10월 2일 SK하이닉스 외국인 보유율은 49.76%로 2023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쉽게 말해, 실적 발표 전에도 뒤에도 외국인의 매도는 멈추지 않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 2.42%, 10월 12일 4.39% 내렸다.
- 증권가의 설명은 왜 하나로 모이지 않나
외국인 매도와 코스피 하락을 두고 나온 설명은 네 갈래다.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 해외 펀드가 비중을 맞추려 판다는 것,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와 주요국 금리 상승, 미국 AI 산업에 대한 우려, 그리고 지수를 받치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이 끝나 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10월 1일까지 계획한 자사주 물량을 다 사들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10월 12일 하락을 두고 10월 8일 옵션 만기(파생상품 계약이 끝나는 날)와 ETF(주식 바구니를 사고파는 펀드) 리밸런싱에 따른 수급 영향을 먼저 들고, “특히 수출 호조에도 AI 관련 우려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했다. 5월에도 금융투자업계 안에서는 단기 차익실현으로 보는 시각과 통화정책·환율 같은 구조적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다.
열이 나는 이유를 의사 네 명이 각자 다르게 말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다만 거래소 자료에는 외국인이 얼마를 팔았는지만 나오고, 왜 팔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 ‘비중 조절’이라는 설명은 지금도 맞을까
5월에는 대다수 전문가가 외국인 매도를 리밸런싱(비중 조절)으로 해석했다. 6월 노무라의 아시아·태평양 주식 전략가 체탄 세스는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사실상 강제 매도에 가깝다”고 했고, 맨그룹의 닉 윌콕스는 “최근 매도세 상당 부분은 액티브 운용 한도에 도달한 투자자들의 기계적인 비중 축소 과정”이라고 봤다.
가계부에 빗대면 이렇다. 1억 원 펀드에서 한국 주식을 10%(1,000만 원)로 정해 뒀는데 한국 주가만 올라 13%가 되면, 넘친 몫 약 300만 원어치를 판다(가정 계산).
그런데 조건이 달라졌다. 코스피는 6월 22일 고점(9,114.55)보다 30% 가까이 낮다. 그런데도 9월 21조 원대, 10월 들어 8조 원 가까운 매도가 이어졌다. 오른 만큼 덜어 낸다는 설명만으로는 이 매도까지 다 설명하기 어렵다.
- 환율 때문이라면 10월 12일은 왜 설명이 안 되나
5월에도 거론된 변수가 환율이다. 원화 값이 떨어지면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꿀 때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든다. 그래서 원화가 약할 때 서둘러 판다는 설명이다.
10월 12일은 반대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원 내린 1,335.0원에 마감했다. 원화 값이 올랐다는 뜻이다. 1,000만 원을 달러로 바꾸면 전 거래일 환율(1,342원)로는 약 7,452달러, 이날은 약 7,491달러다(가정 계산). 환율로는 나쁘지 않은 날이었는데, 이날 외국인 순매도는 2조 원을 넘었다.
쉽게 말해, 환율 하나로는 이날의 매도를 설명하기 어렵다.
- 외국인이 판 주식은 누가 받고 있나
10월 들어 12일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 1천억 원, 기타법인은 5조 5천억 원을 순매수했다.
그 사이 주가는 이익에 비해 싸졌다. 코스피 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이익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뜻)은 10월 8일 11.05배로 2023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중고 거래에 빗대면, 물건 상태는 좋은데 큰손 판매자가 같은 물건을 계속 내놓아 시세가 눌리는 상황이다. 다만 주식시장의 큰손은 언제 그만 팔지 미리 알려 주지 않는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외국인이 왜 파는지는 지금 하나의 설명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비중 조절, 금리·전쟁, AI 우려, 자사주 매입이 끝나 가는 것이 모두 거론되지만,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고 원화 값이 오른 날에도 2조 원 넘게 팔았다는 사실은 어느 하나로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꾸는 것은 반도체 대형주를 가진 개인의 판단이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른다”는 기대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1,000만 원어치를 가졌다면 10월 12일 하루에 약 44만 원이 줄었다(4.39% 하락 기준, 가정 계산).
이유를 맞히기보다 결과를 본다. 좋은 실적 뉴스가 나온 날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는지가 외국인 매도의 힘이 빠졌는지 가늠하는 가장 간단한 기준이다.
출처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1012001236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339434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338049
https://www.fnnews.com/news/202610081128383936
https://kbmaeil.com/article/20261004500013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609_0003662038
https://www.mt.co.kr/article/2026060211015791899
https://www.fnnews.com/news/202605171819344750
용어 풀이
수급 — 주식을 사려는 돈과 팔려는 물량의 흐름으로, 누가 얼마나 사고파는지를 말한다.
리밸런싱 — 펀드가 정해 둔 나라·종목별 비중이 주가 변동으로 어긋났을 때 사고팔아 원래 비중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액티브 운용 한도 — 펀드 매니저가 한 나라나 한 종목에 담을 수 있도록 정해 둔 최대 비중이다.
기타법인 — 개인·외국인·기관에 들지 않는 일반 회사(법인)를 묶어 부르는 투자자 구분이다.
잠정실적 — 회계 감사로 확정되기 전에 회사가 먼저 발표하는 실적이다.
비트프레스 기사는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코인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