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22.95% 내렸다. 10월 8일 하루에만 4.38% 빠져 30만 5,500원에 마감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11.46%, 롯데쇼핑(롯데백화점을 사업부로 둔 회사)은 12.91% 내렸다.
흔한 해석은 ‘유통주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 손님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 1~8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505만 명으로 1년 전보다 21.6% 많았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증권가가 꼽은 이유는 손님 수가 아니라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내려간다는 건 원화 가치가 오른다는 뜻이고, 그러면 외국인이 같은 달러로 바꿔 쓸 수 있는 원화가 줄어든다.
- 백화점 주가는 얼마나 올랐다가 얼마나 빠졌나
올해 상반기만 해도 분위기는 반대였다. 신세계 주가는 상반기에만 205.67% 올랐고, 현대백화점은 118.62%, 롯데쇼핑은 134.07% 뛰었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과 방한 외국인 증가로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실렸다.
편의점주도 같은 길을 걸었다. 점포 구조조정 효과와 외국인 손님 증가 등에 힘입어 상반기에 오르던 BGF리테일(편의점 CU 운영사)은 최근 한 달 사이 12.8%, GS리테일(GS 편의점 운영사)은 13.75% 내렸다.
쉽게 말해, 외국인 손님 덕에 오르던 종목들이 한꺼번에 방향을 바꿨다.
- 외국인 손님은 정말 늘었나
늘었다. 8월 한 달에만 225만 명이 한국을 찾아 1년 전보다 23.3% 많았고, 월간·누적 모두 집계 이후 최대였다. 1~8월 외국인의 관광 분야 카드 소비액은 14조 18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8.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올해 1~8월 외국인 매출이 1년 전보다 약 231% 늘었다고 밝혔다. 손님 수만 보면 주가 하락이 의아해 보인다.
- 그런데 왜 환율이 주가를 끌어내렸나
원·달러 환율은 7월 초 1,550원대에서 10월 8일 1,338.5원까지 내려왔다. 1달러를 바꾸면 받는 원화가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1,000달러를 들고 온 관광객으로 계산해 보면 이렇다. 1달러가 1,550원일 때는 155만 원을 쓸 수 있었지만, 1,338.5원이면 약 134만 원이다. 같은 1,000달러를 바꿔 받는 원화가 약 21만 원(약 14%) 줄었다(가정 계산). 실제 한 사람의 소비가 그만큼 줄었다는 통계는 아니다.
해외 직구로 생각하면 된다. 달러가 비싸지면 같은 미국 운동화도 원화로 더 비싸져 망설이게 된다. 지금 한국에 온 외국인에게는 한국 물건이 달러로 더 비싸진 셈이다. 다만 직구와 다른 점도 있다. 8월까지 통계로는 관광객 수가 줄지 않았고, 시장이 걱정하는 건 한 사람이 쓸 돈이다.
흐름은 이렇다. 환율이 내려간다 → 외국인이 같은 달러로 바꿔 쓸 수 있는 원화가 준다 →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이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 주가가 내려간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우려가 백화점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원화가 강해지면 한국인 지갑은 어디로 가나
원화 강세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김 연구원은 백화점의 기존점 매출증가율(1년 넘게 문을 연 점포의 매출 증가율)이 6월을 기점으로 아쉬운 흐름을 보였는데, 이것이 외국인 매출 감소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원화가 강해지자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살아난 것도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해외 쇼핑이 싸진다. 100만 원을 달러로 바꾸면 1달러가 1,550원일 때 약 645달러, 1,338.5원일 때 약 747달러다(가정 계산). 백화점은 외국인 손님이 바꿔 받는 원화가 줄어드는 압력과, 한국인 손님이 해외로 나가는 압력을 함께 받는 셈이다.
- 증권가는 이 하락을 어떻게 보나
증권가는 원화 강세에 따른 실적 우려가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 원화 가치가 더 오르지만 않는다면,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이를 상쇄할 것이란 이유다.
편의점에는 외국인 손님만의 장점도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점 담배 매출 비중이 10% 수준으로, 30~40%인 내국인보다 낮다고 했다. 그래서 외국인 손님이 늘면 매출이 커질 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반기 신세계 주가가 205.67% 오를 때도 방한 외국인 증가 기대가 배경에 있었다.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환율 방향이다. 7월 초 1,550원대였던 환율은 10월 8일 1,338.5원이 됐다. 외환시장은 10월 14·15일 나오는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를 주목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물가에 따라 이번 주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열어 뒀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 백화점 주가가 오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백화점이 받는 건 관광객 수가 아니라 관광객이 원화로 쓰는 돈이다. 손님이 늘어도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원화가 줄면, 늘어난 효과가 깎인다.
그래서 백화점·편의점처럼 외국인 손님 덕을 보는 종목을 가진 사람에게는 관광객 숫자보다 환율 방향이 주가를 먼저 움직일 수 있다. 원화가 더 강해지면 우려가 커지고, 원화 강세가 멈추면 늘어난 손님이 다시 힘을 쓴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외국인 손님 덕을 보는 종목이라면, ‘손님이 늘었나’보다 ‘손님 지갑 속 달러가 원화로 얼마가 되나’를 먼저 따져 보면 된다.
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0816356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1145051
https://www.heraldk.com/article/2026092819365400723
https://kbmaeil.com/article/20260928500551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92815573982569
용어 풀이
원화 강세 —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 1달러를 바꿀 때 받는 원화가 줄어드는 것으로, 원화의 값이 오른다는 뜻이다.
밸류에이션 — 회사가 버는 돈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비싸게 또는 싸게 매겨졌는지를 보는 수준이다.
기존점 매출증가율 — 새로 연 점포를 빼고, 1년 넘게 문을 연 점포끼리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비교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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