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까지 한 달 60만 원 안팎인 주사값이 부담이던 다이어터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월 7일 한미약품의 비만 주사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허가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45번째 신약이자, 국내 제약사가 직접 개발한 첫 GLP-1 계열 비만약이다. 다만 아직 약국에 나온 것은 아니다. 회사는 연내 공급을 목표로 하고, 값은 허가 당일까지 정하지 않았다.
‘한국판 위고비’가 나왔다는 것만이 핵심은 아니다. 에페의 감량 효과는 수치상 두 경쟁 약보다 작게 나왔고, 한미약품은 ‘더 경제적인 약값’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 값이 시작 용량 기준 한 달 25만~30만 원인 다른 주사값까지 움직일 수 있느냐가 이번 허가의 진짜 질문이다.

- 에페는 어떤 약이고, 언제 나오나
GLP-1은 밥을 먹으면 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이다. 에페는 이 호르몬처럼 움직여 식욕을 줄이고, 음식이 위에서 천천히 빠져나가게 해 배부른 느낌을 오래 준다. 일주일에 한 번 맞고, 당뇨가 없는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가 식단·운동과 함께 쓰는 약이다.
위고비(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주사, 2024년 10월 국내 출시)와 같은 방식이다. 다른 점은 공장이다. 수입 완제품인 두 경쟁 약과 달리 에페는 평택 공장에서 원료부터 직접 만든다. 정확한 출시일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 국내 비만약 시장은 얼마나 커졌나
아이큐비아(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집계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4년 2,426억 원에서 2025년 8,195억 원으로 커졌다. 그중 마운자로(미국 일라이 릴리의 비만 주사, 2025년 8월 국내 출시)가 4,833억 원, 위고비가 2,209억 원으로 두 약이 약 86%를 차지했다.
쉽게 말해 1년 새 시장이 세 배가 됐고, 그 판을 수입 주사 두 개가 나눠 가졌다. 지난 8월 시장 점유율로는 마운자로가 85%, 위고비가 9%다. 세계적으로는 JP모건이 GLP-1을 포함한 이 계열 약 시장이 2030년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효과는 위고비·마운자로와 비교해 어떤가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이 참여한 3상 시험 중간 결과에서 에페를 40주 맞은 사람은 몸무게가 평균 9.75% 줄었다. 가짜 약(위약)을 맞은 사람은 0.95% 줄었다. 몸무게 80kg인 사람이라면 40주에 약 7.8kg이 빠진 셈이다(가정 계산).
위약과의 차이로 보면 에페 8.80%p, 위고비 12.5%p(68주, 한국·일본인 대상 시험은 11.1%p), 마운자로 최고 용량 17.8%p(72주)다. 다만 에페는 40주 중간 결과이고 시험 대상도 달라, 세 약을 맞붙인 비교는 아니다. 한미약품은 메스꺼움·설사 같은 위장 부작용이 경쟁 약의 절반 수준이라고 내세운다.
- 위고비·마운자로 말고 어떤 약이 더 오나
다음 경쟁은 먹는 약이다. 일라이 릴리의 알약 ‘파운다요’는 지난 4월 1일 미국에서 허가됐고, 7월 보도 기준으로 국내에서도 허가 심사 중이라 이르면 내년 출시가 예상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알약 ‘위고비필’의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파운다요 최저 용량은 보험 없이 월 149달러로, 월 299달러 수준인 주사제의 절반이다(4월 보도 기준).
국내에서는 4월 보도 기준으로 HK이노엔이 GLP-1 계열 후보로 3상 시험을 하고 있었고, 일동제약·종근당·디앤디파마텍은 먹는 약을 개발 중이다.
- 에페는 얼마에 나올까
비만 주사는 건강보험이 안 돼 약값 전부를 환자가 낸다. 4주분 공급가는 시작 용량 기준 위고비 약 21만6,000원, 마운자로 약 27만8,000원이고, 약국에서는 평균 25만 원, 30만 원 안팎에 팔린다.
에페 값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한미약품은 ‘보다 경제적인 수준의 약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업계는 시작 용량 공급가 15만 원 안팎, 약국가 20만 원 수준을 예상한다. 예상대로라면 마운자로 시작 용량을 약국에서 한 달 30만 원에 사던 사람은 10만 원, 1년이면 120만 원을 덜 내는 셈이다(가정 계산).
- 에페가 시장과 주사값을 얼마나 바꿀까
한미약품의 목표는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이다. 처방 1건당 매출이 20만 원이면 연 50만 건, 10만 원이면 100만 건이 필요하다. 지금 두 약의 처방 규모가 그대로라면 그중 20~40%를 가져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매출로는 지난해 시장 8,195억 원의 약 12%다(단순 계산). 값이 싼 만큼, 돈으로는 10분의 1 남짓이어도 맞는 사람 수로는 훨씬 큰 몫이 필요하다.
값을 내린 전례는 있다. 위고비는 모든 용량이 공급가 37만2,000원이었는데,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시작 용량을 21만 원, 1.7mg을 32만 원으로 내리는 등 용량별로 값을 낮췄다. 업계에서는 에페가 나오면 두 수입 약이 점유율을 지키려 값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는 예측이고, 에페 값도 아직 미정이다.
- 비트프레스 인사이트
비만 주사 시장에서 약값은 고스란히 환자 지갑에서 나간다. 그래서 경쟁 약이 들어오면 값이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 위고비가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값을 내린 것이 그 전례다. 이번엔 국내에서 만드는 에페가 효과 수치는 작은 대신 더 경제적인 값을 내세울 전망이다. 만약 수입 약 두 곳이 점유율을 지키려 값을 내린다면(예측), 에페를 맞지 않는 사람의 주사값도 달라진다.
그래서 비교의 기준이 바뀐다. 비만 주사는 몇 달 이상 맞는 약이다. ‘몇 % 빠지나’만이 아니라, 1년 치 약값을 빠진 몸무게 1kg으로 나눴을 때 어느 쪽이 덜 드는지가 내 돈의 기준이다.
출처
https://www.etoday.co.kr/news/view/2633571
https://news.bizwatch.co.kr/article/healthcare/2026/10/07/0043
https://www.fnnews.com/news/202610072126486628
https://www.insigh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6090
https://www.segye.com/newsView/20261007520173
https://news.bizwatch.co.kr/article/healthcare/2026/09/23/0033
https://www.huffingtonpost.kr/article/260587
https://www.fetv.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227
https://news.bizwatch.co.kr/article/healthcare/2026/07/08/0035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54738
https://www.jpmorgan.com/insights/global-research/current-events/obesity-drugs
https://doctornow.co.kr/content/magazine/35248cf7505d4411a1fc4d9a8173ada9
용어 풀이
GLP-1 — 밥을 먹으면 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줄이고 배부른 느낌을 오래 가게 한다.
위약 — 약 성분이 없는 가짜 약으로, 진짜 약의 효과를 가려내려고 비교용으로 쓴다.
비급여 —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값을 전부 내는 진료·약이다.
공급가(출고가) — 제약사가 도매상·약국에 넘기는 값으로, 약국 판매가는 여기에 유통·약국 몫이 붙어 더 높다.
3상 시험 — 허가 전에 많은 환자에게 약을 써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 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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